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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아임더 Dec 18. 2020

타이베이의 야경은 샹산이 담당한다

2016년, 타이베이

내가 좋아하는 밤의 경치는 아무래도 자연의 어두움 보다는 도시의 불빛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야경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서울에선 마음이 울적 할 때 나만의 야경 스팟에 올라 앉아 도심의 야경을 가만히 보고 있는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는 것 보단 야경의 불빛이 반짝이는걸 보고 자란 사람이라 그런가 도심의 불빛이 반짝거리는걸 보면 나도 빛날 수 있으리라는 위안을 받기도 했었다.


그만큼 야경을 좋아하는데 대만에서도 당연히 야경을 보고싶어 하지 않았을까. 타이베이의 유명한 야경스팟은 101타워와, 101타워 근처 샹산이다. 101타워 입장권을 구매하고 101타워 전망대에 올라가서 통유리로 타이베이의 야경을 구경 할 수도, 혹은 샹산에 올라 101타워를 비롯한 타이베이의 야경을 구경할 수도 있다. 그리고 둘 다 해본 사람으로써 샹산 편을 들고싶다.


101타워 내 스타벅스에서 보이는 야경


101타워의 통유리에서 보는 타이베이의 야경이 예쁘지 않다는게 전혀 아니다. 하지만 야경은 모름지기 낭중지추처럼 하나의 랜드마크가 주축이 되어주면 더욱 돋보이는 법. 그런의미에서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인 101타워를 다른 장소에서 빛나게 보이는게 개인 취향으로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


101타워 전망대에서 본 야경


샹산에 오르는 방법은 MRT 레드라인, 2호선을 타고 종점인 샹산역 2번출구에서 나와 표지판을 따라가면 갑자기 높은 언덕길에 만들어진 계단이 보이고,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여기서 샹산의 가장 큰 단점이 나타난다. 바로 욕이 나올만큼 힘들다는 점이다.




그냥 계단만 올라가면 되는데 뭐가 그리 어렵냐 라고 생각한다면, 원래 등산을 할 때도 계단을 올라가는게 비탈길을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데다가 대만은 엄청 습하고 더운 나라이다. 찜기 속에서 등산을 한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 갈까. 공기중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등산을 하면 내가 원하는 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아닌 더운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워서 그런가 약 15분 정도만 올라도 전망대가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한번 밖에 샹산을 가지 않았더랬다.



그렇지만, 이런 야경을 볼 수 있다면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타이베이에 간다면 올라 볼만하다.

다른 아직은 기운이 남는 사람들은 더 윗쪽 전망대로도 올라가는 것 같은데, 대한민국의 직장인으로써 첫번째 전망대에서 이정도면 됐다고 생각하고 내려오다가 내가 대만여행을 한 이후 중국어를 배워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 신이 지구를 만났다.


이 골목을 돌아나가면 바로 신이지구였다


내가 중국어를 배운 계기는 대만에 다녀온 후이다. 조금 더 깊게 얘기하자면 대만 타이베이 샹산을 올라갔다 내려와서 신이 지구를 걸으면서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신이 지구는 타이베이에서도 집값이 비싼 동네이다. 그걸 단박에 알 수 있는게 이 근방에 있는 집들은 전부 널찍한 맨션들이 많았다. 빌라라고 부르기보다는 맨션이라는 느낌이 어울릴 것 같은 집들. 집을 둘러싼 높은 울타리가 보이며 경비원이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그런 집들. 그리고 다른데서는 못봤는데 신이지구의 보도블럭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아마 도로 포장재를 시공 할 때 뭔가를 더 섞어서 포장 한 것이겠지만 그 모든것이 나는 이 근방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로 보였다.


반짝이던 보도블럭


서울도 평창, 청담, 논현 등 집값이 비싼 동네가 엄연히 있다. 이건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징은 아닐텐데. 대만에도 대만 사람들이 한 길에 모여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그게 뭘까? 까지 생각이 미치자 중국어 배우고싶다. 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만에 온 계기가 영화를 보고 그 거리가 궁금해서 왔듯 중국어를 공부한 계기 역시도 엄청난 필요성이라기 보다는 누군가에게는 작은 계기, 나에게는 큰 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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