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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아임더 Jan 06. 2021

자전거를 타고 만난 타이베이

2018년, 2019년

익숙한 길이라 할 지라도 길을 잃어 보면 새로운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타이베이를 자전거 타고 지나가며 느낀 점이다.


2018년, 나는 이미 타이베이에 몇 번 와 봤다고 관광지가 아닌 다른 부분은 뭐 재밌는게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타이베이와 타이중에 서비스 하고 있는 U-bike를 타고 다녔었었다.


*막간 대만 여행 팁

U-bike 사용 방법

1. 대만 유심이 있는 핸드폰과 이지카드를 준비

2. 키오스크가 있는 U-bike 정거장을 찾는다.

(동먼역 앞 정거장, 101타워 앞 정거장에 있음 - 경험)

3. 키오스크에 대만 핸드폰 번호 + 이지카드를 등록하면 끝

**내 계정이 유심에 귀속되는것이 아닌 이지카드에 귀속되기 때문에 다음번에 방문하더라도 이지카드가 있다면 대만 번호가 바뀌더라도 사용 가능하다.


나는 여행 할 때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으로 지하철을 선택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 친언니와 떠난 첫 유럽여행에서 프라하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다가 방향을 잘못 타서 다른 곳에서 내린 경험과 뮌헨에서 "마리엔느 플라츠"와 "마리엔플라츠"는 다른 것 이거늘 안내 방송을 잘못 듣고 내린 이후로는, 내가 꼭 확인 할 수 있는 지하철을 선택해서 타고 다닌다. 이는 나에게 익숙한 대만이었음에도 당연한 일. 하지만 U-bike를 등록한 후에는 왠만한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평소라면 지하철을 타고 다녀서 길을 잃지 않았을 타이베이에서도 U-bike를 타고 목적지로 가다 길을 잃어버려서 만나게 되었다. "건국 주말 꽃시장"과 "중샤오신셩"의 뒷길을. 그래서일까, 그 이후에 대만에 가면 가급적 자전거를 타고 다녔었다.




"건국 주말 꽃시장 (建國假日花市)"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주말에만 여는 꽃시장이다. 2018년 여행 일정에 주말이 껴있었는데 별 생각없이 U-bike를 타고 타이베이를 돌아다니다 고가도로 밑에서 신호대기를 하다 발견한 꽃 시장인데 흥미가 생겨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들어가보니 강남 고속버스터미널만큼은 아니지만, 손질안된 싱싱한 생화가 풍기는 날것의 싱싱한 냄새와 주말을 맞아 꽃시장에 방문한 타이베이의 사람들이 풍기는 즐거움이 함께 부딪히고 있는 시장이었다.


출처 : 구글 맵

사실 이전까지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의 꽃 시장에도 가보질 않았던지라, 꽃 시장에서 어떻게 꽃을 사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에, 그저 사람들과 꽃을 구경하는데에만 바빴다. 야시장은 매일 저녁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 같다면 이 주말 꽃 시장은 주말에만 열린다는 특징 때문인지 보다 사람들이 많고 신나보였다. 그런 분위기에 나도 녹아들어서인지 태어나서 처음 구경하는 꽃 시장임에도 신나서 돌아다니다가 꽃을 한 단 사서 자전거에 꽂고 다녔었다.



나이를 먹다보니 (?) 어느 새 주변 친구들이 꽃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20대 초에는 안그러던 친구들인데 점점 서로에게 꽃을 선물하고 스스로에게 꽃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그런 주변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꽃에 관심이 없었었다. 하지만 이 날 꽃시장을 방문한 후 상당히 기분이 좋았기에 틈틈이 스스로에게 꽃을 선물하게 되었다. 물론 대만보다 훨씬 비싼 한국의 꽃 가격에 자주 하지는 못 하지만.


이 꽃 시장의 건너편에는 똑같이 주말에만 영업하는 예술 공예품을 판매하는 시장이 들어선다. 예술 공예품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에 꽃시장만 방문하고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지만, 타이베이에서 자전거를 타다 발견한 대만 삶의 한 구석과 그들의 여유있는 주말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은 큰 소득이었다.


복작거리던 꽃시장 내부


한국에서도 여유있는 주말을 보낼 수 있다. 실제로 주말엔 좀 너그러이 보내는 편이지만, 이국에서 그 나라 사람들이 주말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것은 괜시리 더 여유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전거를 타다 만난 이 공간이 나에게는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속에 자리 잡았다.





두번째 자전거를 타고 만난 곳은 중샤오신셩 거리.



중샤오신셩에 대해 처음 느낀 점 이라면 타이베이의 젊은 사람들이 쇼핑을 위해 많이 찾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백화점이 밀집 되어 있어 그런 인상을 받은 것도 맞다. 거기에 더불어 내가 그런 인상을 받은 이유는 바로 대로변에서 골목으로 꺾어 들어오기만 하면 양 옆에 상점가가 늘어선 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자전거를 타고지나가며 어? 대만에 이런 곳도 있구나? 라는 감상을 하며 지나갔다. 양 옆으로 늘어선 옷가게, 예쁜 카페, 소품샵 등이 내가 밟는 페달에 따라 스쳐지나갔다. 골목 안쪽이라 간혹 차가 지나다니긴 했지만, 길도 넓은데다가 대만 특유의 청량한 느낌과 내리쬐는 늦봄의 햇빛은 괜시리 그 길에 대해 설레임을 느끼게 만들었다.



갑자기 나타난 디즈니 가게도 있다!


내가 대만을 오게 된 계기가 한국의 노량진, 신림동 고시촌 같은 것이 대만에도 있다는 얘기에 흥미가 생겼다면 내가 몇번 대만을 방문하고 생긴 나의 대만에 대한 느낌에 종지부를 찍은건 아마 이 중샤오신셩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청량함에 섞여 나는 괜시리 사람을 설레게 하는 습한 공기, 친절한 사람들, 꾸밈없이 자신들만의 색깔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 가게의 색깔들. 그리고 뒷골목이기에 보다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내보여주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 바쁘게 오가는 대로변이 아닌 뒷골목이기에 더 여유로운 모습. 내 기억에 이 때 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때 괜시리 늦봄 햇살이 아낌없이 골목을 비추고 있어서 사람을 더 설레게 만들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여유로움과 청량함, 꾸밈없는 모습이 나에게 대만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중샤오신셩의 뒷골목길을 지나가며 이 곳에 밀집되어 있는 가게들은 어떤 것 인지, 이 길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조금이나마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쳐 가는 가게들엔 치과가 있었고 (대로변이 아닌 골목에!) 카페들이 많았고, 옷가게들이 있었고 학원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어를 짧게나마 배우길 잘 했다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음에도 이 길을 지나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중샤오신셩을 지나 타이베이의 다른 골목으로 마저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이 이후로 나는 왠만해선 대만에서 여행 하며 자전거를 이동 수단으로 택하게 된 것 같다. 그 덕분에 대만에 대해 성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나는 다음번에 대만을 여행 하게 되더라도 자전거를 이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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