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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아임더 Feb 24. 2021

낯선듯 익숙한 단수이

2018, 2019 대만

2018년, 2019년

대만은 오토바이가 유명하다. 그리고 대만 사람들 역시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다니기에 괜히 오토바이를 타고싶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만은 제네바 협약이 체결 되어 있지 않아 국제 면허증 사용이 불가하여 오토바이는 물론 차를 대여하는 것 역시도 쉽지 않다고 한다. 물론 사전에 긴 과정을 거쳐 신청한다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런 대만, 타이베이에서도 오토바이-전동 스쿠터- 가 대여가능 한 곳이 딱 한 곳이 있는데 바로 단수이에서이다. 대부분은 단수이에서 10분 정도 페리를 타고 가야하는 빠리에서 많이 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단수이 라오지에에 보면 전동 스쿠터를 빌려주는 곳이 있다. (2019년 9월에도 대여해서 탔으나, 이후에도 있을지는 미지수.)


지도 상 초록색 마크 있는 곳이 대여점


금액은 하루 종일 빌리는데 1000 TWD내외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속력은 약 25km정도까지 전동퀵보드와 다름없는 속도지만 그것 만으로도 단수이와 워런마터우를 돌아보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보통 단수이에 가면 하루 반나절 이상을 잡고 갈테니까.


나는 단수이를 2016년 처음 대만에 온 이래로 대만에 방문할 때마다 시간이 된다면 꼭 방문했다. 2016년에는 자전거를 타고, 그 이후에는 전동 스쿠터를 타고. 전동스쿠터가 그냥 자전거 타는거랑 같다는 가게 주인의 말을 믿어서였을까 타고 나오자마자 넘어져서 왼쪽 다리에 고루 멍이 얼룩덜룩 들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동스쿠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은 매우 강력히 추천한다. 세상 너무 재밌으니까 (?)


2년(?) 이나 타 본 전동스쿠터

단수이는 단수이 강이 옆에 계속 펼쳐져 있어 관광지를 따라 계속 강이 펼쳐져 있게 되어있는 지형이다. 그래서 스쿠터를 타고 달리면 옆에 강이 계속 따라오고, 단수이 강바람이 내 얼굴을 정신없이 씻어내려주는걸 느끼다보면 내가 대만 청춘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느낌이다. 이래서 수많은 대만 청춘 영화에서 스쿠터를 타고 근교로 나가서 놀았나 싶어질 만큼.




유명했던 대만 청춘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와 나의 소녀시대에서도 주인공들이 스쿠터를 타고 근교 여행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아 물론 드라마 상견니에서도! 스쿠터를 타고 도로를 달리며 얼굴 가득 미소 짓는 장면이 정말 꼭. 꼭! 필수로 나온다. 보다 보면 나도 대만 가서 저렇게 타 보고싶은데. 실제로는 못탄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슬프던지. 하지만 단수이 라오지에서부터라도 전동 스쿠터를 탈 수 있으니 미약하게나마 청춘 영화 느낌을 낼 수 있겠다.


출처 - 나의 소녀시대


우리 모두 상상 해 보자. 실제로 청춘 영화물의 주인공들이 움직이던 그 배경지에 와서, 그 주인공들이 타던 오토바이 (전동스쿠터)를 타고 심지어 단수이 강을 따라 달리는데, 단수이에서 이 경험을 안 해보면 어디가서 할텐가.


2018년에는 워런마터우까지 친구와 함께 타고 그저 달리는 것에 만족했었다. 당시 같이 갔던 친구와는 딱 워런마터우까지만 다녀오기로 합의(?) 해서 다른 길로 새지 않았지만, 2019년 애인과 갔을 때는 조금 달랐다.



왜 그 워런마터우라는 곳 까지만 갔다 와야하는거냐, 저 길로 빠지면 어디가 나오냐 등의 경로를 벗어난 곳은 어떤 경치가 있는거냐고 묻자 할 말이 없었다. 여기가 세번째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애인이 가리키는 길로는 가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 안가봐서 몰라. 라고 어깨를 으쓱 하며 답하자 그럼 오늘 가보자 하며 방향을 틀었다. 어차피 2019년에는 비가 엄청 와서 일몰은 고사하고 그 부둣가로 간다고 해도 우중충한 바다만 볼 것이 뻔했기 때문에 별 말 하지않았었다.


전혀 온기가 안느껴지던 맨션


그리고 내가 모르던 길로 들어서자 내가 이제까지 많이 와 본 곳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새로운 것을 보았다. 단수이는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대만의 끄트머리에 있어서 그런지 아직 짓고 있는 건물들 혹은 아직 분양이 안끝난 아파트로 보이는 것들이 들어서 있었다. 온통 텅 빈 건물과 텅빈 도로를 외로이 달리는 전동스쿠터, 그리고 그 전동스쿠터에 올라탄 우리. 그리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 어찌 보면 으스스한 기억이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냥 그 순간이 영화의 한 순간 처럼 간질거렸다. 실제로 비가 얼굴로 떨어지는걸 맞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다른 간질거림이었다.


펜션이었던 것으로 추측 되던 건물들


우리는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모든 순간을 경이롭게 느낀다. 갓난 아기가 눈을 보았을 때의 반응은 얼마나 놀라울 것 이고, 태어나서 처음 본 꽃이 떨어지는 순간은 얼마나 덧없으면서도 찬란할 것인가. 물론 이 글을 읽을 수 있을정도로 자랐다면 그런 처음 맞이하는 순간이 너무 까마득 해서 가늠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익숙하던 곳을 일부러 길을 잃어볼 때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은 나도 단수이에서 원래 알던 길이 아닌 다른 길에 접어들었을 때 느껴봤으니까.


처음 보는 텅 빈 건물과 도로에 유일하게 움직이는 우리의 스쿠터, 대만 여행 하며 처음 겪는 끊임없이 내리는 비, 그래서 어둑어둑 하고 습하고 냉랭하지만 그것 마저도 처음인 대만의 촉감, 그리고 이런 경험을 함께 해 주는 누군가.


이렇게까지 건너편이 안보일 일인가?


이 모든것은 장담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긴 했다.

그래서인지 그날 만큼은 비를 쫄딱 맞아 머리가 엉망이 되고 가방이 젖었음에도 이상하게 그 순간이 묘하고 간질거리며 다시 또 느낄 수 있을까? 싶은 순간이 되었다. 이게 청춘영화 맛집 나라의 4D 체험인가

그렇지만 해가 진 단수이 빛깔은 너무 예뻤다



나는 아마 단수이에 또 가게 되면 또 스쿠터를 빌리겠지.

이 청춘영화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경험이라서. 처음 보는 경치와 상황이 태어나서 눈을 본 아이처럼 눈을 빛내게 만들었으니 다음에도 그런 경험 해 보고싶다고 빌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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