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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아임더 Jan 20. 2021

아시아의 우유니사막, 고미습지

2018년, 타이중

지금이야 대만 여러 지역이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2018년 내가 타이중을 선택할 때만 해도 타이중은 한국인들이 즐겨찾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수도인 타이베이도 아니고, 제2의 도시 가오슝도 아니고, 대만 내 유명한 휴양지인 컨딩이 있는 곳도 아니었기 때문은 아닐까.



타이중은 미식의 도시로 대만 내에서도 유명하다. 얼마 전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타이거 슈가는 타이중에서 먼저 시작된 체인점이고, 대만 샌드위치로 유명했던 홍루이젠도 타이중에 본점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대만 하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버블티 역시 타이중에 있는 춘수당에서 처음 만든걸로 알려져있다. 그 외에도 대만인들이 좋아하는 펑리수 브랜드인 쥰메이는 타이중에서만 판매하고 있다거나 하는 등 대만내외에서 유명한 음식들은 타이중에서 대부분 시작 되었다. 도대체 타이중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그렇지만 음식을 먹으며 기쁨을 느끼는 것에는 거리가 멀다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나에겐 타이중이라는 도시가 가진 큰 자산 (?)은 그다지 매력포인트가 아니었다. 내가 타이중을 찾은 이유는 딱 두가지, 고미습지와 망우삼림이었다.


아시아의 우유니라는 수식어가 붙는 고미습지, 근심걱정을 잊게 해주는 숲 망우삼림. 둘 다 수식어 부터가 흥미로웠다. 둘 중 뭐가 더 가고싶었냐 물어보면 망우삼림쪽이지만, 고미습지 사진을 보고 있으니 궁금했다. 저렇게 넓은 벌판이 죄다 거울처럼 비친다는게. 볼리비아는 갈 수 없으니 고미습지라도 가 볼까.


그렇게 또 대만 여행이 시작 되었다.





고미습지에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선택한 방법은 309번 버스를 타고 한번에 가는 방법. 타이중 역에서 타지도 않고 숙소 앞이 309번 버스정류장이길래 타고 출발했었었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잠시 잠에 들었다 일어나니 어느새 고미습지 근처였다. 309번이 내리는 곳은 고미습지 근처의 풍력 발전기 옆이다. 고미습지에 가기 위해서는 내려서 조금 걸어야했는데, 더운 날씨 때문에 입을 벌리고 헥헥 거리며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치과에서 석션할 때 날 법한 소리가 어디선가 자꾸 들리길래 뭘까 뭘까 하며 주변을 둘러봤는데도 아무것도 없길래 뭐지 하고 고민하다 나도 모르게 입을 닫았다.


소리가 사라졌다.


세상에 살면서 이렇게 모든걸 밀어내듯 부는 바람은 처음이었다. 그런 바람을 이겨내며 어느새 고미습지에 도착하자 어마무시한 사람들의 행렬이 보였다. 아무래도 타이중의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이겠지. 그 사람들 사이에 섞기이기로 했다.


빛이 너무 밝아서 어두워보인다니


고미습지는 물 때가 맞아야지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내가 갔을 때는 물 때가 안맞았는지 들어갈 수 없었고, 그렇다면 그렇게 예쁘다는 일몰이나 보고 가야겠다 싶어 고미습지로 향하는 데크위에 앉아 맘껏 바람을 맞았다.



이 타이중 여행이 내가 대만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타이베이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여행 온 여행인데다가 해외에서 자연을 보러 여행 한 것으로 치면 처음 하는 여행인 것 같았다. 자연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다가 도시를 좋아하며 도시의 이야기를 듣는게 더 재밌는 나에게는 타이중 여행이 신선한 여행이었다. 정신없이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주변엔 대만 사람들이 마구 떠드는 알 수 없는 얘기들이 귓가에 담겼다가 성과없이 쓸려나가는 것을 가만 느끼고 있으니 완벽한 이방인이 된 것 같았다.



어느새 여섯시가 되자, 해가 지기 시작했다. 물때가 맞지않아 들어가보진 못했으나, 넓은 습지에 해가 마지막 남은 붉은끼를 맘껏 떨치며 천천히 아쉬운 발걸음을 하고 있었다. 예쁜 일몰은 대만에 왔을 때 유독 보게 되는 것 같다. 처음 워런마터우에서 봤던 일몰, 그리고 고미습지에서의 일몰.



워런마터우에서 봤던 일몰도 넓은 바다에서 해가 이글거리며 지는게 비쳐져서 온세상이 주황빛으로 물들었었다. 그런데 고미습지의 일몰은 정말 눈이 부셨다. 고미습지의 앞에 붙는 수식어가 "아시아의 우유니사막" 이라고 불리울만큼, 아주 넓은 거울이 비치고 있는데 거기로 해가 곧장 붉은 기운을 토해내고 있으니 어찌 눈이 부시지 않겠는가. 그래서인지 고미습지를 바라보고 싶었으나, 눈이 부셔서 자동으로 눈이 감겼다. 눈이 부시더라도 저 풍경으로 들어가보고싶은데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워야지 다음에도 올 생각이 들겠지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쉬움을 고미습지에 걸어두고 가면 이 아쉬움이 나를 다음에 다시 끌어당기겠지.




그렇게 고미습지를 감상하다, 젖어있기도 하다 불현듯 생각났다. 다시 타이중 시내로 돌아가는 309번 버스의 막차 시간이 애매한 일곱시였다는 것. 물론 타이중 시내로 돌아가는 방법은 버스 외에도 택시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고미습지 앞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기 때문. 하지만 나는 혼자 여행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택시 비용을 댈 자신이 없었고, 누군가 동행을 찾자니 이 곳엔 한국인이 한명도 없었다. 결국 버스 정류장으로 고미습지를 뒤로한채 달리기 시작했다.


다음에, 다음에 와서는 꼭 들어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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