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02. 완벽한 '사기꾼'은 본인의 '뇌'조차도 속인다.
Now you see me? now you don't
(너는 지금 나를 보고 있지만, 보고 있지 않다.)
-영화 '나우 유 씨 미' 대사 중 -
� ‘전활수’의 연기 여정을 재밌게 읽기 위한 노래 추천 �
Devil Doesn't Bargain_Alec Benjamin
2024년 11월 03일이다.
아직은 겨울이 아닌 거 같다.
계절조차도 나를 속이는 거 같다.
나는 다양한 '사기꾼'들에 어쩔 수 없이... 묘한 매력을 느낀다.
그런 영향 때문인가
나는 영화 '나우 유 씨 미'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 이유는 마술 사기단들의 '사기 치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지만
그 과정은 우리가 인생에서 인간관계에서 나를 어필할 때
쓰이는 방법들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우리는 상대가 그렇게 느끼게 착각하게 만들어야 하고,
때로는 우리는 우리가 의도한 대로 전달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제대로 된 사기꾼과 어설픈 사기꾼의 차이는
'의도한 대로' 그대로 결과를 유도해 내는 것에 대한
압도성
이라 생각한다.
우리 배우, 연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배우란 무엇인가?
배우라는 단어의 한자 의미를 파헤쳐보아도
우리는 배우가 상당히 '사기꾼'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俳(광대 배) 優 (뛰어날, 넉넉할 우)
⇒俳 (사람이 아니다.)
⇒ ‘나’가 아닌 것을 보여주는 것.
여기서 '배우'인 우리가 '연기'를 한다는 것은
뇌를 속이는 게임이다. = ‘내가 처해 있다고 믿는 것이다.’
로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 '연기자'들 '배우들'은
사기꾼이 되어야 한다.
아니, 우리는 사기꾼이다.
궁극적으로 진정한 사기꾼이 되기 위해
심지어, 그리고 당연하게도
우리는 우리의 '뇌'를 속여야 한다.
왜 '뇌'를 속여야 하지.
우리는 생각보다 우리의 '뇌'를 속여본 적이 많다.
특히, 우리 인간들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뇌'를 속인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생활 속에서
어떤 욕구가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 이뤄버리고 싶은 목표를 설정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설정한다.
그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우리는 움직이고, 그것을 '행동'이라고 한다.
'행동'은 쉽게 말해, 이유와 의도가 있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럼 연기자인 우리가 '연기'를 하기 위해
대체 어떤 훈련을 중심으로 하는 게 좋을까.
코치님들과 단장님게 허락을 받고
내가 훈련받고 있는 도구 2가지를 공유한다.
전 상황, 8 분석
이 두 가지만 알아두자.
이 훈련을 하고 안 하고
대본을 읽고 연기하는 것은
당신의 많은 것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연기'는 시청자를 속이는 게임이 아니다.
그런 척하는 거도 절대 아니다.
'연기'란 '뇌'를 속이는 과정이다.
전사 5, 3, 1 그리고 8 분석_ 첫 대사가 대체 왜 나와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대답들. 과정들...
'전사 5, 3, 1'이란 이 첫 대사가 내뱉어지기 전에 내가 이 상황 속에 처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
어떤 사고를 하고 있을지를 생각해 보는 과정이다.
나, 전활수도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도구이기 때문에
연기 첫 대사 들어가기 전에
입으로 '전사 5초 전..' '전사 3초 전...' '전사 1초 전...' 이런 식으로
사고를 내뱉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러니 익숙하지 않다면, 입과 행동을 동반하여 연기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이 드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 대사만 주어졌다고 봤을 때,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데,
내가 어떤 대사 내뱉기 전에
어떤 사고를 어떻게 할지 왜 알아요?
라고 한다면, 당신은 해석력이 좋은 사람일 확률이 매우 높다.
뭐, 아니어도 당신은 다음 단계를 함께 연습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다!!
모든 대사에는 다 그럴만한 맥락이 주어진다.
나는 나의 단장님과 코치님에게 그런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을 '8 분석'으로 배우고 있다.
'8 분석'에는 아래와 같은 핵심 요소들이 존재한다.
상황, 시간, 사건, 장애물, 관계, 목표, 전략, (행동)
(ps. 행동도 중요하지만, 이 부분은 추후에 더 자세하게 배워보고 적어보도록 하겠다.
우선은 '행동' 요소를 제외한 '상황', '시간', '사건', '장애물', '관계', '목표', '전략'에 집중해
훈련을 해봤으면 한다.)
나는 이 요소들을 쉽게 암기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행동을 해내야 할 것이다. 사건 사고 없이.'
라고 외웠다.
당연히, 이 과정만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내가 연습한, '독백 대사'에 입거해
내가 현재 배운 데로 하고 있는 '연습' 과정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전활수의 연습 상황
#독백대사
여태까지 다 엄마 맘대로 해놓고 아직도 뭐가 부족해?
몰랐어? 나 솔직히 의대 가기 싫었어.
그래도 엄마가 가야 한대서, 엄마 꿈이라 그래서,
그래서 군소리 없이 공부해서 의대 들어갔고
써전 같은 것도 절대로 하기 싫었지만, 엄마가 그래야 한대서,
엄마가 무슨 일이 있어도 cs 들어가야 한대서 이 악물고 들어갔어.
!!! 주의!!!
'독백대사'는 당연히 기존 스크립트에서 가져오는 게 현명하다. 물론, 창작독백을 할 수 있다면 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새로운 도구를 배울 때는 이미 잘 짜인 스크립트에서 응용하는 것이 좋다는 피드백을 들었기 때문에 공유한다.
즉, 기존 독백은 원래 있는 스크립트 중 3줄(마침표 기준)을 뽑는 것이 좋다.
그런 후, 그 대사만을 보고 내 나름대로 8 분석에 입각해 분석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이 반복이 된다면,
'해석력' 증진에도 너무 좋다고 하니, 관심이 있다면 함께 해봤으면 한다.
<8 분석>
상황: 나는 오늘 '의사' 사직서를 내고 왔다. 후, 혼자 저녁을 먹고 자취하고 있는 집에 도착했다.
시간: 저녁 9시, 밖에서 저녁 먹고 왔다. 금요일 저녁이다.
사건: 자취방에 오니 엄마가 미리 와 계셔 있다. 그러고 왜 '의사'를 관두고 싶어 하는지 따지고 계신다.
장애물: 엄마는 굉장히 극성인 사람이다. 학창 시절부터 '나의 성취'가 곧 본인의 '자아'였던 사람이다.
관계: 그동안 엄마의 말이 맞다 생각해 수동적이었지만, 의사 과정이 맞지 않다 생각하면서 엄마한테 점점 내적 반항을 해왔었다.
목표: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 그 과정을 얘기하면서, 제발 그만 좀 내버려 두라고 참았던 울분을 터뜨릴 것이다.
전략: 나는 평소에 반항을 잘 안 하기 때문에, 울분을 참은 듯 안 참은 듯하면서 나의 속상함과 억울함을 토로할 것이다.
>>연기 시작
(주로, 15분씩 매일 연습하고 있고, 카메라로 촬영을 하되, 타이머를 세팅해두고 해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영상을 모니터링할 때, 전사에서 첫 대사를 치는 과정이 '나'에게 납득이 되는 지를
위주로 보고 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엄마야..
엄마는 학창 시절부터 내가 곧 자신의 '꿈'이자 '자존감'이었던 사람이야.
지금은 너무 지긋지긋... 해...
전사 5초 전: 아... 씨.. 퇴근했는데, 집에 들어와 있어?... 하... 내가 오늘 의사직 그만두고 싶다고 얘기한 거 들었나 보네.
전사 3초 전: 그래...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내가 관뒀다고 얘기했어도 관둔 거 아니라고 본인이 잘 얘기해 보겠다고 사정사정하고 왔네.
전사 1초 전: 하..... 하... 진짜... 내가.... 내 인생도 못 살려고 공부 그렇게 참고했나...?
여태까지 다 엄마 맘대로 해놓고 아직도 뭐가 부족해?
이렇게 한 테이크를 끝내고 나는 촬영한 영상을 처음부터 본다.
여기서 보는 포인트는
나의 '첫 대사'를 던질 때,
아... 이거 이렇게 얘기할만했네
라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계속 질문한다.
그렇게 이 과정을 3번 정도 연습하고,
마지막에 준비한 3줄 독백 대사를 전체 연습 후, 그날의 연습을 마무리 짓는다.
알짜배기 15분이 주야장천 연습 1시간 보다 더 낮다.
많은 연기지망생, 배우, 연기자들이
연기 연습을 못 하는 핑계로
'시간'을 든다.
그런데, 다시 한번 더 얘기하지만
'정량화'가 더 중요하다.
짧은 시간이어도 내가 탁탁 쳐내야 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내가 지금 수련받고 있는 곳의 단장님은 말씀하셨다.
'지우야, 연습을 뭐, 막 1시간, 2시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딱, 15분만 제대로 연습해.
이 전사 5, 3, 1 그리고 상황 분석이 익숙해지고,
그 상황이 너의 눈앞에 그려지는 훈련이 되는 게 더 중요해.'
나는 이 말씀에 명심해,
아직 '나'에게도 이 도구를 잘 쓰는 사기꾼이 되기 위해
오늘도 분투하는 중이다.
아직도 내가 '배우'가 되기로 작정한 게 돌은 거 같지만.
그런 돌은 거도 신비한 번지점프라고 뛰어드는 게 나 '전활수'이다.
그리고 새로 작정한 만큼 새로운 기회들이 나에게 주어지고 있잖아?
그거만이라도 믿고, 지금 내가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떠나는 이 여정이 맞다고 내 '뇌' 조차도 속여라.
너는 완벽한 사기꾼이 될 거야. 전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