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은 "유퀴즈온더우리집"하고 싶어요.

아이들의 속마음을 살피고 싶다면..

by 라미루이




열린 창문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금요일 밤, 식탁에 아이들과 둘러앉아 뭔가를 고민한다.

오늘의 이벤트는 바로 자신에 대한 퀴즈를 내서 상대방이 그 답을 맞히는 퀴즈쇼를 진행하는 것.

이름하여 요즘 대세인 "유퀴즈온더우리집"이 되겠다.


내가 먼저 자신에 대한 문제를 A4 용지에 네임펜으로 크게 적어본다.

아이들이 쉽게 맞힐 수 있을 만한 문제를 내본다.

"1.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은 ( )이다."

매일 틈틈이 책방 옆 빈 공간에 설치한 철봉에 매달려 이것을 하기 때문에 쉽게 맞힐 수 있겠지.

첫 퀴즈가 나오자 두 번째 물음도 술술 풀려 나온다.

"2.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ㄱㅊ)이다."

좋아하는 음식이 한둘이 아니기에 난이도를 낮추고자 글자 수에 맞추어 초성을 달아준다.

다음 퀴즈는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과 장소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다.

역시 아이들이 풀기 쉽도록 초성을 표시해 준다.


솔과 연에게 내가 작성한 퀴즈를 예로 보여주니 아하! 하고 감을 잡았는지, 각자 A4 용지에 자신에 대한 퀴즈를 쓰기 시작한다.

아빠가 작성한 퀴즈들. 아이들이 맞추기 쉽도록 초성을 달았습니다.

솔은 총 5 문제를 냈는데 내가 알려준 초성과 함께 간단한 그림 힌트를 넣었다.

귀여운 그림만 봐도 아이가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 바로 촉이 온다.


언니 솔은 퀴즈마다 간단한 그림을 그려 넣었네요.


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퀴즈 네 문제를 백지에 써 내린다.

아이의 감추고 싶은 속마음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연이 써 내린 퀴즈들. 아이의 속마음이 살짝 표현되어 있네요.


다음은 각자 자신이 작성한 A4 용지의 퀴즈를 보여주고 상대방이 그 답을 맞히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반대로 상대가 낸 누군가에 대한 퀴즈를 당사자가 답할 수도 있다.

아빠의 첫 번째 퀴즈는 솔이 재빠르게 답한다.

"아빠가 좋아하는 운동은 철봉 아니 턱걸이. 너무 쉬운데."

"아빠 맨날 그거 하잖아. 낑낑대면서."

연도 언니 옆에서 거든다.

바로 다음 퀴즈로 넘어간다.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ㄱㅊ? 김치 아니야?"

"으웩, 너무 맵고 맛없어."

"너희들은 학교 급식으로 김치 나오면 잘 먹고, 집에서는 절대 안 먹더라."

"학교에서도 괴로운데 집에서도 그러고 싶지 않거든. 안 그래, 연?"

"응, 집에서만은 제발요. 김치만은.."

김치에 대한 성토는 나중에 다시 듣기로 하고 나머지 퀴즈를 진행한다.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 강아지 아닌가."

"맞아, 그럼 좋아하는 장소는?"

"아빠가 밤에도 거기로 산책 가잖아. 관악산이지 뭐."

"딩동댕! 정답."

"자, 이제 너희들 차례다."


그렇다. 유퀴즈 우리집의 진정한 주인공 아니 자기님은 아이들이다.

"솔이 좋아하는 음식은?"

"카, 카레 수프?"

"비슷한데 아니에요."

"언니, 그럼 카레 파스타?" "아니."

"음, 카레 수프 개똥?" "으하하, 아니거든."

연이 초성 힌트만 보고 희한 망측한 음식을 말하길래 온 가족이 포복절도한다.

"너무 어렵나. 정답은 카레 스파게티."

"에이, 아쉽다."

유퀴즈 우리집 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언니 좋아하는 과일은 망고!"

"솔이 좋아하는 과목은 과학이구나."

"언니 앵무새 엄청 좋아하잖아."


솔의 마지막 퀴즈에서 진행이 막힌다.

"솔이 좋아하는 운동 2가지라.. 뭐지?"

그림 힌트를 보고 "줄넘기!" 했더니 냉큼 땡이랜다.

초성 힌트를 보니 각각 6 음절 단어다.

"아, 뭔지 알겠어. 언니야. 미.끄.럼.틀 타기. 맞지?"

"딩동댕동!" 연이 언니와 눈을 맞추며 싱긋 웃는다.

"연아, 하나 더 있어. 그럼 언니가 좋아하는 운동 두 번째는 뭐지?"

그림 힌트를 보니 다리 여럿 달린 곤충이 작게 그려져 있다.

"ㅂㅇ~"으로 시작하는 단어. 도대체 뭐지?

연이 갸웃대며 한참을 고심하다가 무심코 입을 연다.

"혹시.. 방아. 깨. 비. 잡기?"

"저엉답!"

"놀이터에서 어제도, 언니랑 방아깨비 여럿 잡고 놀았잖아."

요즈음 놀이터 한켠에 자라난 수풀 사이로 연초록 방아깨비 여럿이 톡톡 튀어 다니길래 아이들이 이리 껑충 저리 껑충 뒤쫓으며 한두 마리 잡았다가 도로 놔주고는 했다. 아이들 딴에는 그 놀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었나 보다.

"아빠, 재미있다. 유퀴즈 우리집, 다음에 또 해도 되지?"

"그럼. 언제든 하고 싶으면 말해. 아빠에 대해 궁금한 거 있으면 오늘처럼 퀴즈로 물어도 된다."

"아빠에 대해 궁금한 거? 뭐가 있을까? 당장 떠오르지 않는데.."

"지금은 말고, 나중에 생각나면 오늘처럼 백지에 큼지막하게 써서 퀴즈 내면 아빠가 답해주마."

"알았어. 아빠."






서울시 아빠단 2기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주간 이벤트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첫 이벤트는 "아빠와 아이들이 각자 자신에 대한 퀴즈 만들어 내기" 네요.

다른 아빠들의 이벤트 참여 후기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건 누군가 고심 끝에 아이들에게 물어본 아래 퀴즈였습니다.


"아빠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 )이다."


그 아빠는 저 퀴즈를 통해 그동안 아이들이 저지른 조그만 실수를 자신이 너그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벌컥 화를 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부담스러울까 봐 아니면 내가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 오늘은 저 퀴즈를 내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물어보려 합니다. 옆에서 아빠를 지켜보는 아이들의 눈은 날카롭고 항상 진실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소개한 유퀴즈 우리집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속마음을 살짝 들여다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더 나아가 아빠의 감추고 싶은 어두운 면을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아나요. 아이들의 손을 맞잡고 그들의 투명한 눈을 통해 자신의 그늘진 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대체 무엇 때문에 자신의 마음이 그리 뾰족해지고 날이 서는지 아하! 하고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 "유퀴즈온더우리집"이 진행된다면 솔과 연에게 다음 퀴즈도 꼭 내보고 싶습니다.


"너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 )이다."


이 퀴즈의 답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고민이 풀리는 듯합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아이들에게 저 퀴즈를 내보는 겁니다. 아이들의 굳어진 입이 자연스레 열리는 순간 아빠의 마음에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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