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은 냐옹이 보고 싶어요!

어느 집사의 킬냥이 집중 관찰기..

by 라미루이








아이들이 요즘 야옹이들에 포옥 빠지는 바람에, 고양이 카페 이곳저곳을 발품 팔아 순례하는 중이다.

오늘 방문한 카페는 렉돌과 먼치킨 종만 접할 수 있는 곳이란다.

렉돌은 털과 수염이 기다란 장모종이고, 애교가 많아 개냥이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묘종이라 한다. 빠지는 털이 장난 아니기 때문에 뒷정리를 자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루라도 청소를 게을리했다간 방구석에서 데굴데굴, 먼지와 엉켜 구르는 털뭉치를 곳곳에서 목격할지도 모른다. 대신 댕댕이처럼 거리감을 두지 않고 몸을 비비며 안겨오는 친근한 성격 탓에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녀석이다.

먼치킨은 털이 짧고 굵은 단모종이다. 네 다리가 짤막해서 얼핏 보면 바닥에 붙어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짧은 다리 탓에 높은 곳에 점프하기 버거울 때도 있어 양쪽 겨드랑을 붙잡아 올려줘야 할 때도 있다. 한마디로 숏다리의 비애를 타고난 녀석. 슬렁슬렁 다가와 벌러덩 드러누워 꼬리를 치며 애교를 떨면, 손에 쥔 추르 간식을 몽땅 바칠 수밖에 없더라.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귀여움 교태로 똘똘 뭉치다 못해 철철 흘러넘치는, 매력 만점 애교냥이라 부를 만하다.


진정 화이트 퀸(Queen)이라 부를 만하다. 순백의 모피를 두른 여왕의 아우라를 지녔으니.. 그 눈빛이 사파이어 결정들이 가득 깔린 바다처럼 푸르기 그지없다.



이 카페의 냥이들은 하나 같이 눈빛이 푸르다. 사장님 말로는 한 어미 뱃속에서 태어나서 그렇다 한다. 녀석들과 오래 눈을 맞추다 보면 사파이어 결정이 가득 깔린 망망대해에 풍덩, 빠져드는 듯하다. 세로로 길게 조인 눈동자는 청옥빛 바다 위 둥둥 떠다니는 검은 나룻배처럼 어딘가로 떠나는 것처럼 보인다. 정처 없이, 뚜렷한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인간 집사를 뱃전에 싣고는 파도를 따라 유유히 흘러간다. 유난히 눈빛이 푸르른 하얀 먼치킨이 눈을 깜박이자 순간 동공이 확대되며 동그랗게 변한다. 난 그녀를 '화이트 퀸', 즉 순백의 여왕이라 부르기로 했다. 내가 추르 스틱을 손에 쥔 채 미적대며 주지를 않자, 퀸은 제대로 성이 난 것처럼 발톱을 세워 손을 할퀴려 한다. 갸르릉! 하고 진상을 부린다. 난 참치 살코기 냄새가 진동하는 추르를 손톱만큼 종지에 짜서는 퀸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몹시 허기졌는지, 허겁지겁 고개를 파묻고 추르를 핥아댄다. 세모꼴 귀를 쫑긋 세우고 뭉툭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유연하게 휘어진 척추 마디를 따라 손을 뻗어 결대로 쓰다듬자 퀸은 옆으로 쓰러지듯 누우며 만족을 표한다. 목덜미와 어깻죽지, 허리께를 따라 손가락에 힘을 주어 진동 마사지를 하는 것처럼 살살, 뭉친 근육을 풀어주자 그녀는 눈을 감으며 은빛 수염을 실룩인다. 당신은 최고의 집사임에 틀림없군요! 라는 무언의 찬사를 담은 우아한 몸짓에 초면의 집사는 황공함에 몸 둘 바를 모른다.


유난히 스킨십을 거부하는 아이. 다리가 짧은 실버 먼치킨인 듯하다.


유난히 스킨십을 꺼려하고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냥이도 몇몇 보인다. 실버 먼치킨으로 보이는 녀석은 추르를 즐기는 틈을 타서 등을 쓰다듬을 때마다, 감전된 것처럼 움찔거리고 이빨을 드러내며 입질을 하는 바람에 가까이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덩치 큰 성인에게도 그럴진대 아이들에게는 더하지 않겠는가.

어느 아이가 귀엽다, 이쁘다 하며 손을 내밀라치면 동그래진 눈으로 하악거리며 주위에 철벽과 같은 경계선을 쳤다. 극내향적인 성격을 지닌 녀석은 대부분의 시간을 외톨이로 지냈다. 한 예민하는 그 먼치킨과 동고동락하는 냥이 친구들은 일정 거리를 지키며 그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덕분에 녀석은 자신의 영역 안에서 마음껏 활개를 치고, 편안히 휴식을 취했다.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아기 냥이들은 격리된 방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었다. 솔과 연은 그 안에서 끝에 공이 달린 긴 플라스틱 막대를 흔들며 녀석들과 장난을 쳤다. 공중에서 휘젓고 양탄자 밑에서 뱀처럼 구불거리다 머리를 내미는 장난감에 홀려서, 한 발짝 물러섰다가 잽싸게 다가서서 냥펀치를 날리고, 달려들어 깨무는 새끼 냥이들의 움직임은 맹수에 가까웠다. 본능적으로 무리의 약한 고리에 속한, 취약한 사냥감을 쫓는 야생 호랑이의 피를 타고난 녀석들. 몸을 잔뜩 낮추고 발소리를 죽인 채, 신중을 기해 먹잇감에 다가서는 그들의 움직임은 그것을 지켜보는 인간들마저 섬뜩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절제된 동작으로 몰래 뒤로 다가와 날 선 발톱으로 타겟의 목을 긋고, 여린 목덜미를 악물어 숨을 끊고야 마는 냉혹한 킬러의 아우라를 감추고 있다고나 할까. 맹독이 서린 코브라가 앞을 가로막는다 할지라도, 한치의 물러섬 없이 적의 독니를 피해 냥펀치로 급소를 거듭 가격하는 '킬냥이'들은 일당백의 특공대와 비견될 만하다.




숙식을 제공하고 물심양면으로 보살피는 무릇 인간들에 대한 녀석들의 끼 부림과 아양은 일정 선을 넘지 않는다. 제정신이 박힌, 정상적인 냥이라면 최소한의 자존심과 야생 본능이 DNA 깊이 새겨져 있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저기를 보라! 멋모르는 어느 아이가 뒤뚱이는 먼치킨이 귀엽다고 달려들어 덥석, 안으려 하는 게 아닌가. 곧바로 녀석은 캬아악, 이빨을 드러내며 이놈, 내가 누군 줄 알고.. 날 흐리멍덩한 멍멍이로 취급하지 말라고! 냅다 호통을 친다. 하마터면 발톱을 길게 뽑아 아이의 말간 얼굴을 사선으로 긋는 줄 알았다. 겁에 질린 아이는 달려든 엄마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는, 나 야옹이 무서워, 난 발발거리는 멍멍이가 좋아, 집에 갈 거야! 하고 한바탕 오열을 한다. 순진한 아이를 울린 그 먼치킨은 곳곳한 꼬리를 세우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아지트로 숨어들었다. 인간들이 제공한 캣타워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몸을 옆으로 뉘고는 흐아, 심심타! 하품을 뱉었다. 자꾸만 감기는 눈을 껌벅이다가, 좌우로 휘적이는 꼬리를 축 늘어뜨린 녀석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푹신한 발바닥을 사방으로 휘저으며 냥이는 어떤 꿈에 깊이 빠지리라!

바닥에 깔린 청옥빛 결정체 깜박이는

한없이 푸르르고 투명한 바다 위 흐르고 흘러

드높이 휘말리는 파도 그늘 숨어 웅크린 채로

아스라한 밤하늘 길게 찢어진

세로달 흔적을 뒤쫓아 앞뒤로

치고 빠지며 피 말리는 추격을 펼치네

끝이 나지 않을 영원한 꿈에 잠기어

녀석은 용솟음치는 갈기를 휘날려

새는 별빛에 벼린 송곳니를 드러내

수면을 가른다 허공을 내리긋는다

어디선가 들리는 맹호의 울부짖음

온 천지 뒤축을 흔들어 깨우네

끝내 사선으로 허무는 달그림자

수평선 아래로 스러지듯

숨이 끊기네








개냥이를 집으로 들이고 보살피고픈 너희들 마음은 이해한다만.. 알다시피 엄마가 고양이를 너무나 무서워해서 가능할지 모르겠단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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