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베크 시리즈 최고 걸작_<웃는 경관>을 읽고..
쿵쾅, 쿵쾅, 쿵쾅.
저 멀리 땅이 진동하네.
명랑한 순경들이 퍼레이드에 나섰지.
그들의 제복은 푸른색.
그들의 악기는 반짝거린다네.
이보다 근사한 남자들은 세상에 또 없을 거야..
_<명랑한 순경들의 퍼레이드> 352p
말뫼, 쿵스홀멘, 오덴가탄, 감라스탄, 유르고르스브론.. 둔탁하고 강인한 억양에 긴 음절의 지명들이 이제는 친숙하다. 마르틴 베크 네 번째 시리즈에 이르자 자주 거론되는 도로와 지명들이 낯설지 않게, 위화감 없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마르틴 베크와 동료 형사들은 참혹한 살인 사건을 마주하고 전열을 가다듬는다. 스톡홀름의 교외, 승객들을 태운 버스가 도로를 벗어나 인도를 침범한다. 버스 안 탑승객들은 무차별적인 기관총 세례를 받고 절명한 상태. 충격적인 사실은 피해자들 중에 권총을 소지한 현직 경찰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
비가 내리는 야간에 그는 왜 무기를 소지한 채 버스에 탑승했을까? 살인자는 사이코 패스 광란의 총격 살해범인가. 아니면 치밀한 계획 하에 저지른 지능적인 살인범인가. 노상 살인 사건이 발생한 후, 한 달이 다 되도록 사건의 전말은 오리무중에 빠지는데.. 과연 마르틴 베크와 콜베리, 멜란데르 등 스웨덴의 노련한 형사들은 사건의 내막을 파헤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 것인가?
마이 셰발 & 페르 발뢰가 창조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네 번째 시리즈에 이르러 전 세계에 그 이름을 각인시킨다. 시리즈 최대 걸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흥행의 돌풍을 이어가며 미국 추리작가협회 대상을 수상했다. 미국이 주도한 베트남 전을 반대하는 미국 대사관 앞 시위로 페이지를 여는 <웃는 경관>은 스웨덴에 불어닥친 사회적 혼란에 주목한다. 세계 대전을 경험한 세대와 전후 세대와의 갈등, 자국 내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적 반감,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 격차와 복지 서비스 요구 증가에 따른 혼돈스러운 당시 사회상을 행간에 잘 녹여냈다.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경찰들의 집념과 열의, 점차 좁혀지는 체포망을 뚫고 은신하려는 범인과의 숨바꼭질이 막판까지 이어진다. 정밀한 정황 묘사와 곳곳에 복선을 숨긴 실감 나는 대화,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덕분에 400페이지가 넘는, 긴 호흡의 소설이 단숨에 읽히는 마력을 지녔다. 과연 시리즈 대표작답게 막판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면 얽히고설킨 궁금증과 갈등이 일시에 해소되며, 마르틴 베크와 독자들을 안도와 희열 가득한 웃음으로 이끈다.
답답히 막힌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엔딩이 아닐 수 없다! 마르틴 베크와 동료 형사들이 있기에 스웨덴 도심은 평안을 유지할 수 있다. 여전한 활약이 기대되는 마르틴 베크 다음 시리즈는 <사라진 소방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