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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국립공원, 비로봉, 상고대, 희방폭포 겨울 산행

2010.2.16

by 라미루이 Mar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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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16











회사 산악 동호회 분들과 함께 소백산 정상에 올랐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영하 7도까지 떨어졌고, 소백산 일대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강추위 속 설산 등반인 만큼 주차장에서 철저히 준비를 하고 올랐다.


방수 방습 기능이 충분한 고어텍스 등산화와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젠을 휴대했다.

발목을 감싸주는 스패츠(각반)와 두꺼운 등산 양말 여벌, 넥워머, 방한 장갑, 경량 등산 스틱은 필수 아이템이다. 야간/새벽 산행을 한다면 헤드 랜턴을 착용해야 하고,  따뜻한 차나 물을 담은 보온병, 비상 간식을 준비한다.


등산을 하다 보면 체온이 오르고 땀을 많이 흘리므로 얇고 가벼운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것이 좋다.

옷이 땀에 젖기 시작하면 나중에 저체온증, 감기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외투를 벗어 일정 체온을 유지하고 땀을 식히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 산악 동호회는 사내 산을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산행을 하곤 했다. 중국이나 일본의 명산들을 찾아 해외 산행을 연 1회 도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몇 년 후 회사 분위기가 다운되고 동호회 지원금이 끊기면서 점점 동호회 활동은 위축되었고, 급기야는 해체 수순을 밟다. 회사는 잠시의 위기를 극복하며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기에 당시의 긴축 경영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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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에 걸쳐 뻗은 국립공원 소백산. 그 정상은 '비로봉毘盧峯'이라 불린다. 높이는 1439 미터. 오대산, 치악산, 금강산의 정상 또한 비로봉이라 불리는데, 부처의 진신 '비로자나불'에서 연유했다고 한다.


급경사가 심하지 않으나 물이 적고 돌이 많은 편이라 등반이 만만치 않다. 희방폭포 주변 계곡은 서늘한 냉골이라 한여름면 많은 피서객들로 붐빈다.


우리는 단양 방향에서 어의곡 코스를 통해 정상을 공략했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아마 맞을 것이다. 어의곡리에서 출발하는 비교적 난이도 낮은 코스. 이동 거리도 초심자의 체력 한계를 시험하지 않는 적당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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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가까울수록 기온은 영하 10도 언저리까지 내려가 한기가 옷깃 사이로 스민다. 원래 바람이 세찬 편이지만 그날은 다행히 잔잔한 미풍이 불었다. 정비된 등산로를 오르다 보면 내려오는 다른 산객들과 마주치곤 한다. 30분 남았어요! 외치는 표정이 밝은 분도 있고, 입을 꾹 닫은 채 무뚝뚝한 이도 있다.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확 트인 설경과 함께 좌우로 흐르는 능선을 따라 대설원이 펼쳐진다. 사시사철 강풍이 휘몰아치는 탓에 솟구친 나무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바람에 순응해 잔뜩 웅크린 식물들이 대부분이다. 혹독한 날씨를 견디고 가까스로 생존한 나무들은 수정과 같은 상고대를 가지 위, 머리 위에 빼곡히 이고 있다.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순백 상고대는 주저앉은 나무들을 위한 수정 장신구처럼 보인다. 자연이 빚어내고 정교히 조각한 얼음꽃 무리들. 바람결 따라 일제히 한쪽으로 쓸린 눈꽃은 그야말로 신비한 절경이었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너도 나도 상고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카메라를 들이대 근접 촬영을 하며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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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남짓 구불한 계단을 타고 올랐을까. 우글대는 산객들을 헤치고 나아가니 화강암 석질의 정상석이 보인다.


비로봉, 1439m. 중간 '로' 자는 옛 전서체로 쓰여 한자가 다르다고 한다. 정상석 앞에서 두서넛 씩 모여 사진을 찍고, 주변의 적당한 돌을 택해 거대한 돌무더기 빈 곳에 올렸다. 무탈하고 건강한 한 해 길운을 빌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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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길은 무난했지만, 가끔 얼음 낀 자갈이나 낙엽을 밟고 주욱, 미끄러지는 수가 있어 스틱을 땅에 깊이 박고 양 무릎에 힘을 주어 균형을 잘 잡아야 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단양 주변의 노포 맛집에 들를 법도 하건만, 다들 시간이 촉박하여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신 산행 중에 누군가 정성 들여 준비한, 어묵탕과 누른 편육 등 진수성찬에 막걸리를 곁들여 거한 식사를 했기 때문에 허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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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글을 쓰는 지금은 그때 산행을 함께 한 이들과 연이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소백산 비로봉은 여전한 겨울 설경과 상고대를 뽐내며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다. 산은 인간의 짧은 일생 동안 크게 변하지 않고 그때 그 시절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하며 과거의 감흥을 되살려 준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그건 번잡한 아랫동네 속세의 변화이고, 또한 속절없이 스러지고 등 돌리고 멀어지는 인간사에 불과한 것이리라. 산은 저 높은 곳에 변함없이, 흔들림 없이 자리 잡고 우리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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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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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래 이미지
Mar 20. 2025

겨울 산행은 정말 어려운데 무사히 정상까지 올라가셨네요.
내려올 때 미끄러져서 가끔 골절되어 고생하신 분도 있구요.
오래 전 일인데 이렇게 꺼내서 추억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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