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쓰지 말자 Oct 24. 2021

열정을 끄집어 내는 것도 내 몫

나에 대해 생각해보자.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일단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는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다. 회사에서 사람들의 평가는 ‘착한 사람. 인성이 좋다. 입이 무겁다. 화를 내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렇다. 내가 그렇다는 건, 나는 누구에게 싫은 소리 한 번 안 해봤고, 거절도 잘 못한다. 내 주장을 제대로 펴 본 적도 없다.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아마 ‘사람은 참 좋아’라고 생각하는 주변인물이 있다면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이런 성격은, 나를 드러내는 것도 잘 못한다. 자기 PR 시대인데, 나는 100의 일을 했다면 70만 말한다. 그리고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한다. 나는 꿈이 있다. 어릴 적부터 꿔왔던 꿈이다. 그런데 그 꿈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해 본 적이 없다. 특히 회사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내가 내 꿈에 대해 얘기하면 ‘네가 무슨, 네 주제를 알아야지’ 라는 말이 돌아올까 봐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무심한 척 대한다.  막연히 하고 싶다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노력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주변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회사에 말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난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어. 능력이 안 돼서’라는 말을 하며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다 오늘, 갑자기 번개로 책모임 리더를 만났다. ‘태임님, 혹 시간되면 점심때 볼래요?’ 마침 점약이 취소됐던 터라 잠이나 자야지 했는데, 반갑게 ‘네, 봐요’ 라고 답을 보냈다. 그렇게 해서 마련된 자리, 그냥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리더가 태임님은 지금의 일을 어떻게 하게 됐는지, 첫 직장인지 등을 묻는다. 그래서 어쩌다가 나의 20대 방황의 시절 얘기까지 꺼내게 됐다.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고, 그래서 몇 년간의 허송세월을 보낸 일, 그리고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과정, 그리고 나의 어릴 적 꿈까지 얘기하게 됐다. 그러면서 또 한마디 보탰다. ‘아직 근데 준비가 안 돼 있어요’ 그러자, 리더는 갑자기 ‘태임님, 이제 우리 40이잖아요. 언제까지 꿈만 꿀 꿔에요? 계속 난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어 라고만 생각하면 계속 그 자리에요. 내가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준비를 안 하면 되지 않아요’ 라고 일침을 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내 안의 열정은 결국 내가 끄집어내야 하는 거에요. 내가 아무리 능력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해도 내 열정만큼 결국 일을 하는 거에요. 그런데 그건 누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정말 요샛말로 뼈 때리는 말이었다. 나는 늘 그냥 과정만 있던 것 같아. 일 하고 육아하고, 또 나름 혼자 영어공부도 하려고 하고, 운동도 하고, 틈틈이 열심히 살고 있어 라고 위안을 삼으면서 가벼운 하루하루를 보냈다. 뜨겁게 보내지는 않았고, 그냥 천천히 달리기를 하는 자체만으로 만족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엄청 치열하게 살고 싶다 이건 아닌데, 뭐랄까 숨겨둔 열정, 외면해온 열정을 끄집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이 상태면, 40 50이 돼서도 같은 꿈만 꾸고 있을 것이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 ’운이 없었다.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만 하면서, 그 생각이 드니 갑자기 정신이 번뜩인다. 내가 리더에게 들은 얘기를 집에 와서 신랑에게 하니, 신랑이 말한다. 20,30은 경험을 쌓는 시간이면 40은 이제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때래. 내년이 40이다. 그리고 이제 회사에서도 뭔가를 책임져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언제까지 전 아직 능력인 안 돼요 라고 하겠는가     

이전 07화 이룰 수 없을 것 같던 30분 달리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