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좌절을 잘 한다. 상처도 잘 받는다. 일상이 그렇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좌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 최면, 주문도 잘 건다. 어찌보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이기도 하다. 좌절을 안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타고났나 싶기도 하다. 나보다 뛰어난 동기나 후배들을 보며 질투를 느끼고, 나는 왜 저들만큼 못하지 자책을 한다. 못났다. 내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찾아서 채워야 할텐데, 남이 실수하기만을 기다린다.
어릴 때부터 나의 미래를 어떤 모습을 상정하고 오래 꿈꿔왔다. 지금 그 과정을 밟고 있다. 하지만, 능력에 비해 꿈이 큰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렇다고 내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했는가 묻자면, 그건 아니다. 꿈은 꾸지만,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감나무 아래 감을 기다리는 심보다.
어제 내가 잘하고 싶고, 열심히 준비한 일을 보여줘야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대참사. 말은 꼬이고 버벅거리고, 원고도 찾지 못해 한참의 정적이 있었다. 정말 어제 하루 종일 얼마나 기분이 우울했는지 모른다. 평도 좋지 못했다. 또 땅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왜 이것밖에 못했지? 나보다 훨씬 잘해낸 후배를 보면서 불안하고 초조해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잘했어라고 칭찬을 못하다가 다시 마음을 바꿔 먹고 정말 잘했다고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 이 실수를 극복하지 않으면 나는 계속 제자리에 머물게 될 것이다. 남을 부러워하고 시기 질투하는데만 생각이 팔릴 것이다. 예전에 지인에게 나의 자신감 부족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 지인으로부터 “아냐 , 지금도 잘하고 있는걸” 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를 더 깎아 내리며 얘기했을 수도. 그런데 그 지인이 하는 말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그걸 위해 정말 죽을등살등으로 해봐요. 그렇게 해 봤어요? 그런 열정도 없이 하고 싶다고만 생각하면 안돼요. 언제까지 능력부족만 탓할거야. 그 능력을 채워야지. 열심히 해보고, 했는데 안 되면 그럼 그때는 정말 내 능력이 아닌 거니까 포기해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내가 현실적인 제약이나 나의 능력 부족을 탓했지 그렇다고 그걸 채우기 위해 노력을 했는가. 그건 다른 문제다.
그래. 좌절하지말자. 다시 잘 준비해보자. 이걸 반복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 그리고 지금의 좌절과 시련을 이겨낸 경험을 잘 기억해두자.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겪을 많은 시련 앞에서 이겨내는 법을 알려주자. 아이들에게 얘기하기 위해서라도 난 극복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