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을 정말 싫어한다. 학창시절 체육시간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난 체육 시간이 정말 싫었다. 초등학교 한 3학년때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마른 아이였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스물스물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그때부터 달리기를 하면 늘 꼴찌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4명이 같이 뛰면 1,2등은 했었는데...그래서인지 나는 ‘운동엔 젬병’이라는 생각을 늘 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땐 당연히 체육 성적은 안좋았고, 중학교때부터는 배구라든지,농구 골 넣기, 배드민턴 실기, 구르기 실기 등은 매번 제일 못하는 그룹에 속했는데 꾸준한 연습으로 수를 받긴 했다. 하지만 체력장이나 달리기 쪽으로만 가면 늘 꼴찌였다. 체력장에서 철봉 매달리기는 3초를 넘겨본 적이 없고, 100m 달리기나 오래달리기도 늘 꼴찌 그룹이었다. 그나마 멀리 뛰기 등으로 커버해 체력장은 3~4등급을 받곤 했다. 서론이 길었지만 결론은 운동, 운동 중에서도 달리기를 정말 싫어한다.
그런 내가 뛰기 시작했다. 지난 가을부터였다. 은성이랑 같은 반 민규 엄마인데, 지난 여름부터 달리기에 맛을 들여 중독됐다며 나에게도 달리기를 권유했다. 그때만 해도 다른 세상 얘기였다. 왜냐면 난 조금만 달려도 숨을 헐떡거리기 때문이다. 체력장이 없어졌는데 굳이 힘을 들여 뛰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가을 제주도에 갔다가 민규네 가족을 만나게 됐다. 민규 아버님이 1년 넘게 제주도로 파견을 나가 주말 부부로 지냈었는데, 남은 6개월은 가족도 다같이 제주도로 잠시 터전을 옮겼다. 아이들이 어릴 때, 또 마침 민규 엄마가 지난해 휴직을 했던 탓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암튼 제주도에서 오랜만에 만난 민규 엄마의 몸이 너무 예뻤다. 마른 편은 아니었지만 뭔가 탄력있어 보였다. 그러면서 계속 제주에서의 달리기 생활을 설파했다. 너무나 좋다는 것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면 달리는 기분, 이후에 들이키는 맥주가 꿀맛이라는 것이다. 달리기를 한 이후에 자기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며 마라톤도 도전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무슨 자극이었는지 모르겠다. 달라진 모습에 ‘나도 해볼까’라는 막연한 생각이들었다. 추천해 준 달리기 앱을 깔았다. 그리고 한참 머뭇거렸다. 한 2주는 그냥 앱만 깔아놓고 지나갔던 것 같다. 코로나이후 확 늘어난 몸무게에 자극을 받던 날, 나도 달려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퇴근 후 차에 가방을 넣어두고, 동네 공원을 뛰기 시작했다. 앱은 처음에 가볍게 5분을 걷게 하고, 이후에 1분 뛰고 2분 걷게 한다. 첫 1분 뛰기는 뭐 그런대로 괜찮았다. 3번 4번으로 갈수록 헉헉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휴.. 힘들다 그 1회 끝내놓고도 그리 힘들더라니, 그리고 두 번째 달리기는 이틀 뒤에 이뤄졌다. 목표는 2020년이 가기 전에 1단계 24번 달리기를 끝내는 것. 근데 그 목표 달성까지 장애가 많았다. 날씨도 장애였고, 퇴근 후 잠깐 뛰거나, 애들을 재우고 뛰어야 하는데 틈이 났을 때 잠깐만 게으름을 피워도 운동시간이 확보되지 않았다. 그런저런 핑계로 꾸역꾸역 도장을 찍어나갔다. 한번에 5분을 뛰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12월이 다 돼서야 5분 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 목표를 달성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도 않았고, 늘 그렇듯 안되면 말지 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5분 달리기 이후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남아있는 도장은 9개. 조그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5분의 벽을 넘기니까 자신감이 생겼다고 해야할까. 5분 달리기 이후부턴 앱에서도 속도를냈다. 그 전까지는 3번의 코스 반복이 있었다. 2분 달리기를 햇단면 2분 달리기를 3번 연속으로 하게해서 몸이 익숙하게 했는데 5분 달리기 이후부터는 적응 기간이 짧아지고 바로바로 시간이 늘어났다. 7분달리기. 이후 10분, 그때부터는 바로 시간을 늘리기 시작했따. 10분에서 12분. 12분에서 15분. 20분, 25분 그리고 마지막 30분까지. 쉬지 않고 10분 달리기를 성공했을때부터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힘들게 10분달리기까지 왔는데 중간에 쉬어서 다시 또 10분 달리기가 힘들어진 고통을 맛보기가 싫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달리기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결국 목표를 해를 넘겨 달성했지만, 1월 4일 드디어 쉬지 않고 30분 달리기를 달성했다. 아직도 감격스럽다. 내가 달리기를 성공하다니,,, 이제는 15분 쉬지 않고 달리기는 거뜬하다. 그 이후부터는 또 숨이 가빠오고 몸이 무거워지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30분 달리기의 페이스를 잃지 않기 위해 지금의 혹한이 가시면 규칙적으로 뛰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달리기의 성공이 내게 준 건 또 있다. 잊고 있던 목표 달성의 맛이다. 난 살면서 뭔가를 열심히 해 본 기억이 없다. 지나고 보면 그냥 꾸준히 해서 어느새 그 목표에 달성하긴 했지만 뭔가를 기를 쓰며 해본 적은 없다. 나의 이런 행태에 대해 내가 독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했다. 또 뭔가 열심히해서 목표를 성취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고보면, 나는 열정보다는 꾸준함이 장점인 사람같다. 안하는 듯 뭔가를 하고 있는, 좀 느리지만 그래도 계속 뭔가를 하고 있는,
그래서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고, 매번 아무것도 안한 것같아 후회가 남지만, 이 와중에도 ‘후회를 하고 다시 다짐을 하는 시간’ 또한 뭔가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