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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과경계 Jun 10. 2024

나를 표현하려면

 

젊은 세대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나를 표현하는 일에 익숙하다.  그 행위가 소통을 촉구하는 몸짓이라는 점을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이미 촉발된 표현의 욕망, 쓰기의 욕망을 꺼낼 수 있는 이 지점에서 나를 위한 글쓰기는 출발한다.           


누군가에게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전할 수 있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일기는 나만의 소통을 위한 행위지만 나를 위한 글쓰기는 나와 너를 잇는 글쓰기다. 내 느낌, 내 생각이 어떠하다는 것을 너에게 적절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글쓰기다.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Free Writing이다. 브런치나 블로그도 좋지만 작은 수첩에다 작성할 것을 권한다. 노트의 제목은 스스로 정한다. 특정한 의식 없이 쓰고자 하는 것을 글로 적는 것으로 시작하는 거다.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내 생각을 글로 써보는 거다.      


글쓰기의 시작은 ‘무언가를 쓰기’로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글을 쓰기 전부터 글쓰기에 겁을 먹는다. 형식이나 장르적 고려, 맞춤법과 띄어쓰기, 자연스러운 주술호응 등을 생각한다. Free Writing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글쓰기다. 어디까지나 글을 써 보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그렇지만 낙서처럼 무의미한 행위를 의미하거나 아무런 목적 없이 행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창조적 쓰기를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창조적’이란 말은 특별한 상상력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내어 내 방식대로 표현하는 ‘스몰 토크’ 같은 쓰기를 말한다.           


다음과 같은 사례를 소개해본다. 김영하가 대학에서 글쓰기를 강의했을 때 상황이다.          


   제가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던 시절에 이런 수업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나는 용서한다’로 시작하는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용서한다’로 시작했으니 자연스럽게 그 뒤에는 그때까지도 용서하기 어려웠던 사건이나 기억을 써 내려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학교 때 나를 왕따 시켰던 아무개, 아이들에게 내 험담을 하고 나를 괴롭히라고 충동질하고 내 가방을 찢은 아무개, 이제 나는 너를 용서한다. 뭐 이런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꼭 사실을 적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가상의 사례를 적어서 완성해도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문장을 쓰자마자 학생들은 무섭게 글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글쓰기를 통해 고통스러웠던 기억과 바로 대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거기에 실린 시간은 불과 몇 분도 안 되었습니다. 쓰다가 못 쓰겠다며 뛰쳐나간 학생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며 글쓰기를 포기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저는 종교 지도자도 아니고 그 모임이 용서를 강요하는 화합도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 저 자신이 그 수업을 통해서 배운 것은 글쓰기가 가진 힘이었습니다. 글쓰기는 우리가 잊고 있던, 잊고 싶었던 과거를 생생하게 우리 앞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김영하, 말하다, 문학동네)


  세계는 내가 느끼고 인지하는 만큼 내게 의미 있고, 누군가는 나와의 관계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나를 위한 글쓰기가 너와 소통하기 위한 글쓰기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내가 어떤 감정과 생각을 품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나는 불쾌하다”, “나는 울고 싶다”, “나는 화가 난다”, “나는 먹고 싶다” 로 시작하는 글을 써 보길 권한다. 이어지는 말과 생각은 각자 상황에 따라 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감정 혹은 판단으로부터 시작하는 첫 문장 이어지는 생각, 말을 엮어내는 것으로 내 말을 이어가는 쓰기가 나를 표현하는 글, 나를 위한 글쓰기의 첫 관문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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