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에게 알려주고 싶은 초보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갓생 살기의 필수요소 운동! 필라테스를 시작하다.
운동도 유행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아침 또는 저녁이면 공원에 다 같이 모여 에어로빅 댄스를 하시던 어른들의 모습이 강렬히 남아있다. 그 후 헬스, 요가, 스피닝 등 늘 있어왔던 운동이지만 유행은 매번 바뀌었다. 재활치료로 잘 알려진 필라테스. 기구로 하는 운동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의 장벽과 운동선수의 재활 치료를 위한 운동이라는 인식이 컸다. 고가의 비용도 선뜻 시작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이다.
필라테스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허리가 안 좋고 운동부족이었던 나는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첫 필라테스의 시작은 4:1 수업! 내 기준에서는 여전히 부담되는 금액이었지만 운동의지를 사는 중대한 결정이었다. 혼자 하기는 두려워서 나와 여동생 2명까지 설득하여 등록한 세 자매의 필라테스. 초보들의 역경이 시작되었다.
1. 온몸의 후덜 거림은 정상
운명의 첫날! 아주 친절하신 강사님께서는 처음 시작하는 우리 세 자매를 위한 레슨 시간을 따로 잡아주셨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필라테스 기구들을 마주한 순간. 처음에는 뭐 재미있겠네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다. 워밍업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 처음 하는 운동이니 집중마크로 자세 하나하나 아주 꼼꼼히 봐주셨다. 그때부터 느껴지는 부들거림. 한시도 우리에게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눈빛에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이 느낌.
'악!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 오늘 집에 걸어갈 수 있을까!!'
도대체 경운기를 탄 듯 덜덜거리는 몸이 정상인가 병이 걸렸나 의심스러웠다. 수없이 인터넷 후기를 뒤져본 결과는 후덜 거리는 내 몸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2. 예쁜 운동복은 꼭 초보 탈출 후 구입하자
초보 운동가들은 다들 경험하는 첫 번째 코스 운동복 구입하기! 요가복은 있지만 어쩐지 뭔가 다를 것 같은(?) 필라테스 운동복을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필라테스의 필수인 논슬립 토삭스부터 다를 것 없지만 기분만은 새로운 새 운동복까지 구입했다. 필라테스를 하시는 분들은 예쁜 몸매에 운동복도 얼마나 세련되고 예쁜지. 나도 저 옷을 입으면 뭔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럼 결론은? 초보가 운동하다 보면 정말 내 몸 상태에 화가 나면서 옷까지 불편하면 거기에 신경 쓰느라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악순환의 반복이다. 당장이라도 벗어던지고 싶다는 사실! 초보라면 내 몸에 가장 편안하고 운동하기 편안한 복장을 선택하시기를. 밝은 색상은 예쁘지만 비 오듯이 흐르는 땀에 젖은 티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어두운 색상을 추천한다.
3. 운동시간 늦었다고 절대 뛰지 말 것!
필라테스 학원이 집에서 가깝다 보니 시간을 거의 맞춰서 가곤 했다. 필라테스의 환상에서 깨어나 고된 몸상태를 거듭 경험하며 가기 싫어 느릿느릿 준비하다 보니 아뿔싸! 벌써 수업시작. 헐레벌떡 뛰어서 도착한 필라테스는 하필 내 기준 난의도가 가장 높은 캐딜락 수업이었다!
몸 풀 시간도 없이 숨이 아직도 헐레벌떡인 상태.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힘듦도 참고 진행하는 순간, 갑자기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바로 화장실 행. 뛰어온 마당에 무리하게 동작을 하다 보니 속이 부대꼈는지 구토 증상이 났다. 그 뒤로는 무조건 뛰지 않기! 그리고 5분 전에 도착해서 몸풀기를 필수로 진행했다.
4. 강사님들이 많다면 초보생들이 선호하는 강사님 선택하기
첫 번째 학원은 소수정예였는데 그 후 등록한 학원은 9:1 수업의 대형 필라테스 학원이었다. 강사님만 거의 5~6분이 계시다 보니 자기가 원하는 시간과 강사님을 선택하여 원하는 클래스에 예약하는 시스템. 처음에는 어떤지 알 수가 없으니 편한 시간대를 선택해 진행하였다.
어느 날 매일 수업을 들었던 강사님이 꽉 차서 수강생이 적은 다른 강사님의 수업을 예약! 수업에 들어갔는데 공기부터 심상치 않다. 역시나 수업을 시작하는 순간. 앗! 과거의 첫 필라테스 수업이 떠올랐다. 이번 강사님 스타일은 아주 힘들고 정통적인 수업이었고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 50분. 거의 중급자 이상만 들어야 할 것 같은 강사님의 수업이기에 여유롭였었던 거였다.
인기가 많은 수업은 대부분 초보자가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사실! 미리 초보가 수업 듣기에 적당한 강사님을 알아보고 예약을 사수하는 것이 살아남기 위한 팁이다!
애증의 필라테스. 다이어트 효과는 없는 것 같지만 몸매가 좋아질 수 있는 운동임은 분명하다. 4:1 수업과 9:1 수업 두 가지를 경험해 본 결과, 소규모 수업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높은 가격 및 고통 증대에 안 가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는 단점. 다대일 수업은 세심한 티칭을 받을 수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강사님의 눈길을 피해 숨 돌릴 여유는 있었다. (9:1 수업도 수강생 반정도 나오는 게 대부분이었다는 사실!) 자신의 의지와 상황, 몸상태에 맞추어 시작하면 될 것 같다.
특히 허리가 안 좋다거나 특별히 안 좋은 몸상태가 있다면 강사님과 상담을 통해 단체 수업에서 어떤 동작들을 조심해야 할지 또 평소에 어떤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팁을 얻을 수 있으니 꼭 이야기를 나눠보시기를.
글로 써 내려나가고 나니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지만 왕초보 시절의 깊은 깨달음이 누군가의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도 운동 가기 싫은 게으름의 저항에 맞서 싸우며 고군분투 중인 나와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