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니까 매일 쓰기
공대생의 글쓰기
어찌 보면 언어가 싫어서 이과를 선택했고 전공이며 직장이며 철저히 공대생 가득한 곳에 보냈는데.
이상하리만큼 버킷리스트에는 항상 글쓰기가 있었다.
MBTI의 TJ의 성격과는 모순이지만 감성 가득한 것에 끌리고 언젠가 나만의 책을 내고 싶었다.
브런치의 시작도 그랬다. 브런치 서랍에 담긴 첫 글은 2019년 퇴사할 무렵. 회사와 육아에 지친 날 오랜 고민이었던 퇴사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그날의 감정을 브런치에 글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잊고 있던 글쓰기를 작년에 다시 떠올리며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지금 이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에서 연재가 늦어질 때마다 오는 알림톡과 같이 정말 글쓰기는 근육과 같아서 꾸준히 쓰지 않으니 첫 문장 쓰는 것조차 어찌나 어려운지.
쓰고 쉬고 쓰고 쉬 고를 반복하던 어느 날, 선선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니 올해가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조급함이 밀려왔다. 가을이라는 계기로 독서와 함께 매일 글쓰기를 결심하는 순간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내 글쓰기에 빠질 수 없는 장소인 카페. 물론 집에서도 글을 쓰지만 어쩐지 적당한 소음 속 잔잔한 음악이 들리는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또 그와 상반된 몰입감. 오늘도 카페에서 글을 쓰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바로 옆 단골 카페에서 주로 글을 쓴다. 여자 사장님 혼자 운영하는 이 공간은 이 카페만의 철학이 있다. 바쁠 때도 한결같이 하나의 음료를 시켜도 정성이 가득하다는 것! 트레이며 컵이며 컵 받침이며… 처음에는 몰랐지만 올 때마다 그 음료에 맞는 색을 내어 주시는 것을 보며 그 디테일과 친절함에 감동하며 기대하게 된다.
카페 사장님의 반복되는 정성이 자꾸 방문하고 싶은 끌어당김을 일으키는 게 아닐까?
나도 나만의 정성과 색으로 끌어당김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카페에서 느끼는 배려와 감동과 같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공대생의 글에서 공감과 편안함이 묻어나기를. 매일 쓰고 다듬어지며 나만의 색을 가진,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진정한 작가가 되고 싶다.
느려도 나만의 속도로 한 줄씩 써가는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정여울 작가님의 <끝까지 쓰는 용기> 책처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