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살이를 하면서 부모님께는 죄송한 마음이었지만,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편안해졌다.
일단 친정집 전화번호를 바꿔서 더 이상 시부모의 전화가 오지 않았고,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엄마가 해주시고, 희원이는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유치원에 다녔다.
희원이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덕에 한글을 쉽게 읽게 되었고,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 앞에서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며, 율동을 보여드리며 동네 귀요미가 되었다.
더불어서 나는 강사 생활이 부정기적이었는데 마음 편하게 강의를 다닐 수 있었다.
오로지 한 사람만이 불편했다. 바로 X였다.
이유는 자상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신을 챙겨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집은 엄마, 아버지의 싸움터였고 술 먹은 아버지가 밤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시어머니와 함께 도망을 다녀야 했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술 먹고, 가정폭력하면서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계주를 하면서 돈놀이를 했지만, 항상 돌려 막기를 하다가 펑크가 나서 야반도주를 해야 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한 해에 13번 이사를 해서 이사를 가도 짐을 풀지 않고 있다가 이사 가고 또 이사 가는 것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장인, 장모가 아침을 챙겨주고 생일에 케이크를 사 와서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생소할 뿐 아니라 불편하다고 나에게 불평을 했다.
“제발 생일날 촛불 좀 안 꼈으면 좋겠어.”라며
명절이며 엄마는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드셨고, 보름날엔 오곡밥에 나물을 먹었고, 김치를 담그고 간장을 만드셨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는 X를 위해 밥과 국이 있는 아침상을 차려주셨다.
혹시라도 엄마가 안 계시는 날은 친정아버지가 저녁상을 차려주시는 게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휴일이면 꼭 외출을 하려고 했다. 난 그냥 자신의 부모가 아니기에 불편한 줄 알았다.
그런데 상간녀와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는 그런 가정에서 자라지 못해서 다른 가정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데 처가의 분위가 익숙하지 않고 가정이라는 의미를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하는 모든 것-자세하고 애교 섞인-이 불편하고 싫었을 수 있다. 그래서 나와한 이야기와 행동을 자기중심적으로 각색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한 번은
“나는 애들에게 유산 안 줄 거야. 다 우리가 이룬 거니까 애들은 자기가 벌어서 살라고 해.”
그래서 내가 아들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기분 좋은 날 내가 그런 남편의 의도를 전달했다.
“엄마, 아빠는 너희에게 유산 남겨줄 생각이 없어. 노후를 위해 다 쓸 거니까 기대하지 마라.”
그런데 본인의 불륜 사실이 터지고 나서 아이들에게는 “네 엄마가 너희한테 유산 안 준다잖아. 엄마는 지가 다 쓰고 죽겠다잖아. 그러니 이 건물을 유산으로 받고 싶으면 엄마가 이 건물을 못 갖게 해야 해.”
자기가 한 말이 내가 한 말이 되고
X가 냉면 먹고 싶다고 해서 애들 재우고 새벽에 24시간 하는 냉면집을 간 적이 있는데. 그것도 내가 그러자고 그랬다고 우기면서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X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화목한 가정이라고 해놓고, 정작 장인, 장모가 따뜻하게 챙겨주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은 이률배반적인 이야기인데도 본인만 몰랐다. 왜냐하면 그런 가정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엄마를 위해 빨래를 널어주시거나 청소를 해주시는 등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장인의 모습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역시 아이들은 화목하고 따뜻한 가정에서 존중받고 예절을 배우며 자라야 한다.
지금도 상간녀와 여행 다니고 외박하면서 변태 짓하고 다니느라, 아들의 졸업식이나 생일조차 챙기지 않는 X는 지금 자신의 행동이 전혀 부끄럽지도 미안하지도 않은 것이다. 지 부모보다는 자기가 낫다고 주장한다. 본인은 교육비와 생활비를 주고 편안한 집에서 잘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역시 보고 경험하는 것이 가장 큰 공부이다. 부모와 가정의 분위기가 아이들의 인격형성에 가장 중요한 것을 이제야 절실하게 알게 되었다. 지킬박사의 가면을 벗기니 하이드가 나타난 것처럼 X는 지금의 하이드로 사는 것이 훨씬 편한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