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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사 Mar 16. 2024

지쳐버린 나


서울 파견근무를 마치고 다시 강원도로 돌아왔을 때, 군의관 시절의 곤함과 힘든 시골 생활은 견딜 수 있었다.

무엇이든 잘 참고 마음을 잘 숨기는 나는 괴로움을 X에게 그런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적 없고, 집안에 새가 들어와도, 쥐가 들어와도 이런 것들이 좋은 추억이라고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지속된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의 악담과 욕설은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고 쌓여서 나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힘들었고 고달팠고 도망치고 싶었다.


시어머니는 X가 출근한 이후에 매일 전화해서 욕을 하고 돈 내놓으라고, 네가 내 인생을 쳐놨다고, 너만 없으면 내 인생이 바뀔 거다. 희원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까지 했다.

그저 참고 들을 수밖에 없는 나는 일일이 다 X에게 알리기도 힘들었고, 그것들이 쌓이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로 버티고 있었다.


그 어느 토요일에 X과 시아버지의 전화로 싸움을 고 희원이를 재우면서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X는 희원이 옆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집에 있는 양주병을 꺼내서 물컵으로 두 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원래 나는 알코올 분해를 못하는 알코올 알레르기로 나에게  술을 먹는다는 것은 죽고 싶어서였다. 죽기 위해 마셨다.


잠깐잠깐 깨서 구토를 하고 화장실에 가고 다시 누워서 2일 후에 깨어났다. 약간의 의식이 있을 때마다 X에게 ‘우리 이제 헤어지자! 희원이는 내가 키울게’ ,‘이제 그만하고 싶어’,‘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매일 죽으라는 소리 들으면 죽어야 할 것 같아’ 등의 말들을 계속했다. 그때 X는 희원이를 앉고 라면을 먹으면서 ‘그냥 누워있어’,‘알았어!’,‘내가 고민해 볼게’라고 했던 것 같다.     


죽지 않고 술에서 깨서 나는 한동안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희원이는 그런 나에게 달려와서 “엄마 잘 잤어요?”라고 했다. 예쁜 내 아들~~


X는 출근을 했고 나는 짐을 샀다.

희원이와 나의 짐을 꾸려서 X가 퇴근했을 때 친정에 가 있겠다고 했다. X는 아무 말없이 나를 친정에 데려다주었고, 부대로 돌아갔다.


갑자기 온 우리를 보고 부모님은 의아해하셨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할아버지를 향해 뛰어가는 희원이를 앉아주셨다.     

하라부지...희원이 하라부마이 보고 싶어서요.!”     


그렇게 친정에서 며칠을 지내면서 X는 전화 한 통 없었고 나도 아무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죽고만 싶다는 생각을 하고 친정집 아파트 옥상에 희원이와 함께 올라가 봤다. ‘이 높이면 바로 죽을 수 있겠구나. 희원이는 남겨두는 것보다는 내가 함께 앉고 가는 게 낫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며칠을 계속 올라가던 어느 날. 바깥에서 굉장히 큰 교통사고 나는 소리가 들렸다. 복도식의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니, 나보다 앞서서 옥상에서 떨어진 여자의 시신이 보였다.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고 경비 아저씨가 보자기를 가져와서 덮고 있었다. 그때  시신은 내장과 머리가 다 터져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다. 많이 흉하다는 생각에 저 방법으로 죽는 건 안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희원이를 남긴다는 게 X나 부모님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데 희원이에게는 너무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의 상황이 너무 힘들어고 ‘죽어버리라’는 시어머니의 소원대로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근처의 정신과를 찾았다. 상담을 하고 자꾸 죽음을 생각하는 것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운전을 하면서도 고속도로에서 150 이상을 달리는 미친 짓을 한다고 했다. 의사에게 내 남편이 X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비밀을 유지해 달라고 했다. 희원이를 바라보면서 우울증 약을 먹고 자살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했다.     


일주일 후 일요일에 X가 친청으로 왔다. 희원이도 오랜만에 만난 아빠에게 달려갔고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다. 점심을 먹고 부모님은 볼일을 보러 나가시고 둘이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X는

“네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우리 부모가 널 많이 괴롭히고 있고, 네가 이만큼 견딘 것만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것 때문에 우리가 헤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 ”

“ 나도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 희원이에게 아버지를 잃게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런데 난 더 이상 무섭고 고통스러워서 살 수가 없어. ”

“ 그래서 내가 엄마, 아버지가 너에게 연락하지 못하게 할게. 전화번호도 바꾸고 주소도 알려주지 않고 인연을 끊을게.”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시부모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개업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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