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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 Oct 19. 2022

일상 여행 2

한 달이란 시간이 이렇게 순식간인 걸까?


그날은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았는데

세상은 나 하나로 무너지지도 않았고

엄마로서의 나의 하루는 늘 그래 왔듯 변함이 없었다.


문득문득 만약에....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도 했지만

엄마의 하루는 늘 분주했기에 오랫동안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내다

어느덧 수술 날짜가 다가왔다.

하루 전 미리 입원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수혈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수술 상황에 따라 개복수술을 할지도 모른다는 동의서에 동의한다는 사인을 했다.


모든 것은 이제 운명에 맡길 차례였다.


그리고 다음날, 티비에서만 보던 그 차가운 수술대에 누웠다.

수술실의 공기는 세균 한 마리 번식할 수 없을 정도로 냉랭했고

화려한 조명보다 더 밝고 센 조명이 나를 비추었다.

양팔과 수술대에 묶이고(?) 마취과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시더니

산소 호흡기를 씌워주었다.

하나

그다음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간호사 선생님이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전신마취가 풀리면서 극심한 갈증이 밀려와

물을 달라고 애원했는데 아직 물을 직접 마실 수는 없다고 했다

거즈에 물을 축여 입에 대어 주니 이제야 살 것 같았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삶의 강한 의욕과 희열이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그리고 수술의 경과를 물었다.



수술은 다행히도 작은 수술로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조직 검사 결과는 괜찮았지만

MRI 상 5cm였던 혹이 열어보니 10cm였더라

그래서 수술시간이 예정보다 훨씬 길어졌으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식이 없던 상태니, 그런 상황은 알 길이 없었지만

보호자 대기실에서 전광판에 내 이름이 뜨기만을 기다리며 수술 진행상황은 알 수도 없이 전전긍긍하던 남편은 길어지는 수술 시간 동안 지옥을 다녀온 기분이라고 했다.


수술 후 움직이지도 걷지도 못하는 며칠 동안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준 남편 덕분에

나날이 빠르게 회복해나갔다.


퇴원을 하고 2주간 처음으로 떨어져 지낸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선물이예요"하고 아이들이 건넨 종이접기 보물상자. 그리고 평소에 물 마시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잊지 않았는지 물을 많이 마셨다는 쪽지도 건냈다. 2주 동안 엄마가 행여 걱정할까봐 보고싶은 마음도 꾹꾹 참아내며 성숙해져버린 아이들을 보니 그동안 굳세게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 인생에서 시련을 겪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너무 가까이 있어 알지 못했던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해준 보석 같은 순간이었음을..



인생에 남은 날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내일을 위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미뤄두거나

내일을 위해 사랑하는 마음을 아껴두거나

내일을 위해 해야 했던 말을 참아두지 말아야겠다.


지금을 살아야겠다.

지금 이 순간을 나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음껏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





일상여행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고

특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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