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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 Oct 15. 2022

일상 여행 1

그날따라 병원의 분위기는 더 차갑게 느껴졌다.

차트를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간호사 선생님들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의 차트를 보고 있는 의사 선생님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되었구나를 느꼈다.


"가능성은 적지만....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수술을 해야 합니다.

MRI 진단 결과 변병(혹의 모양이 변화)의 형태가 보였는데 육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수술은 한 달 뒤 바로 진행할 예정이고

수술을 해서 제거한 후 조직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그 뒤도 많은 이야기를 하셨지만

정신이 아득해져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검진에 함께 온 엄마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옆에서 오열을 하기 시작했고

울음소리가 커질수록 나는 정신을 붙잡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술하면 괜찮아지는 거죠?"


의사 선생님은 모든 것은 조직검사 결과에 달려있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수술 중 응급 동결 조직 검사가 진행될 예정이며  

큰 수술이 될지, 작은 수술로 마무리될지는 조직 결과 검사에 달려있다고 했다.


그 뒤 수술 전 검사 등 수술에 대한 설명이 정신없이 쏟아졌고 비동의란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에서 여러 가지 서류에 동의 사인을 하고 병원 문을 나섰다.


나의 기분따위는 어떻든 상관이 없다는 듯이

늦가을의 하늘은 얄밉게도 구름 한점 없이 새파랬고, 상쾌하고 차가운 공기가 코 끝을 시려왔다.

참았던 눈물이 밀려들어왔지만

옆에 있는 엄마를 위해

그리고 곧 하원하고 돌아올 아이들을 위해

눈물을 참아냈다.






나는 한 달 유예기간을 받은 사형수의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해맑은 우리 아이들.

여느 때처럼 하원 후 저녁 시간은 정신없이 돌아간다.

밥을 먹이고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동화를 읽어준 뒤 아이들을 재웠다.

일상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이들이 잠든 고요한 밤,  

비로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이 났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내 마음을 굳세게 하는 것 뿐. 종이와 펜을 잡고 나만의 기도문을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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