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캘리그라피 분야에서 저작권이 화두다.
누구나 쓰는 게 글씨라는 생각에 접근이 쉬워서인지 모방은 물론, 글씨체 따라 쓰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베낀 글씨체로 교본을 판매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저작권으로 인한 분쟁 소식들은 종종 들어왔지만 나와는 멀고 먼 이야기, 유명 작가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인 줄만 알았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 랜덤 피드를 보다가 2년 전 만들어서 피드에 올린 나의 캘리그라피 엽서 작품과 글씨체, 구도, 그림까지 똑같은 작품을 보았다. 처음에는 내 피드가 다시 떴나 싶을 정도로 똑같아서 원작자인 내가 봐도 헷갈릴 정도였는데 자세히 보니 캘리그라피 상업 활동을 하는 분이 출처를 밝히기 않고 본인의 창작물처럼 올린 것이었다.
당황스러웠으나 상업적 용도로 사용한 것은 아니기에 대응하기에도 애매한 상황... 일단 글씨 저작권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글씨, 캘리그라피에도 저작권이 있을까?
저작권이란 창작물을 만든 사람이 자신이 만든 창작물,
즉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법적 권리
저작인격권
저작자가 자기의 저작물에 대하여 가지는 인격적 이익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
저작재산권
저작재산권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이익의 향수를 내용으로 하는 권리이다. 이는 복제권(複製權)·공연권(公演權)·방송권(放送權)·전시권(展示權)·배포권(配布權)·2차적 저작물 등의 작성권으로 구성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캘리그라피, 글씨도 창작물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지닌다. 다만 저작권 등록을 하려면 글씨의 자음과 모음 ㄱ ㄴ ㄷ ㅏ ㅑ ㅓ ㅕ 하나하나를 저작권 등록해야 하며 그리고 그 글씨에서 각도, 모양 등 변형을 하게 될 경우는 또다시 등록해야 한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글씨를 저작권에 등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캘리그라피 작가의 글씨를 폰트 만들어 저작권에 등록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손글씨로 유명한 공병각체나 네이버 나눔손글씨체들은 저작권에 등록된 글씨체이다.
폰트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무단으로 저작권이 있는 폰트를 사용할 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미지의 경우도 마찬가지. 글씨의 경우는 저작권의 인식이 낮기도 하고 애매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선생님의 글씨, 작가의 글씨를 따라 쓰는 것을 임서, 모작이라고 한다. 입문자들은 보통 체본을 가지고 임서를 하면서 글씨 연습을 한다. 연습을 할 경우는 문제 되지 않지만 상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을 때에도 임서 글씨를 가지고 활동을 하게 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 저작물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1. 임서를 할 경우 원저작물과 저작자 명시
2. 이미지를 공유할 경우 출처 명시
3. 저작권이 있는 글귀, 사진을 사용할 경우 출처 명시
일단은 출처를 제대로 명시하는 것만으로도 저작권 에티켓의 첫걸음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 글을 남기며 그동안 나 또한 무지로 인해, 아니면 이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한 적은 없었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앞으로 같은 캘리그라피를 분야도 창작물에 대한 예의, 저작권을 지켜주는 인식이 높아지길 기대해본다.
일단 저작권 침해를 당한 나의 에피소드에서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래,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