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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Jun 26. 2023

온라인의 다정함에 위로받다

미운 4살이라 했던가 말이 느린 아이는 유독 나를 힘들게 했고 회사 다니랴 아이 키우랴 지칠 대로 지친 피폐한 삶이었다. 몇 년 간 쌓인 남편과의 사랑의 적립금도 야금야금 다 빼먹고 사랑은 했던 사람이었는지, 날 사랑하긴 하는 건지 전투적인 나의 삶에 연인이 필요한 게 아닌 전우애가 돈독한 전우가 필요했던 시기. (아닌가 실은 연인이 필요했던 것인가?) 하루하루 버티며 근근이 살아가는데 남편과 별거 아닌 일로 싸우기라도 하는 날엔 정말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절대적으로 관계 중심적인 나로서는 남편과의 불화는 나의 불행을 극대화시키고 버텨오던 나는 무너졌었다.


다들 자는 조용한 밤. 유난히 더 적막하고 고요함이 나를 더 외롭게 만든다. 세상에 오직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그 밤에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 마음이 이렇다고, 혹시 이런 마음 아냐고.. 이 야심한 밤에 정신없이 사느라 연락 뜸한 친구에게 전화하기도, 그리고 한다고 해도 그렇게 깊숙이 나누기는 힘들 것 같아 막연하다. 꾹 참다가도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참지 못할 땐 페이스북을 켰다. 그리고 쏟아냈다. 그런 날엔 얼마나 빨리 쏟아져 나오는지.. 기다렸던 말들이 술술 적힌다. 나를 아는 다양한 페친들이 이 글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이 새벽에 감정 최고조 상태에서 쓴 글을 보고 나중에 이불킥하면서 후회하지 않을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배설의 욕구가 그 어떤 염려도 다 이겨버린 셈이다.


한참을 울면서 써내려간 글을 게시하고 나면 울음도 그쳐있고, 마음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있다. 여전히 밤은 고요하고, 나는 혼자다. 이 새벽에 아직 잠을 자고 있지 않는 페친의 좋아요가 올라온다. 그리고 본인도 그 마음 안다고 자기도 그래봤다고 짧은 위로의 댓글도 올라온다. 이때의 마음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모른다. 별거인가 싶지만 물에 빠져있었던 나에게 그 댓글들은 그 누구보다 친한 친구의 위로가 되며, 그 외로운 밤 홀로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겉으로는 다들 멀쩡하게 사는 것 같지만 다들 각자만의 부대낌으로 잠 못 드는 밤이 있음을 그들의 삶도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나만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사는 게 아님을 알게 된다. 밤은 여전히 고요하지만 나 혼자만은 아니다. 훌쩍임에 코는 막혀있지만 덕분에 마음의 온기를 품고 잠을 청해 본다.


지역카페 매니저를 맡게 됐다. 적은 회원에 게시글도 많지 않지만 나는 최대한 정성들여 댓글을 달고 싶다. 누군가는 타지에 이사 와서 굉장히 외로운 상태에서 용기내서 적는 소통의 SOS 글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살려고 목까지 차오른 말을 온라인에 쏟아내는 글일 수도 있기에 내가 받은, 내가 아는 그 온라인의 다정함에서 오는 위로를 그들에게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얼굴도 모르고 그 사람들의 일상도 알지 못하지만 조언과 판단 없이 그 상태 그대로를 토닥거려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오늘 하루 따뜻함을 마음 한편에 품고 괜히 씩 웃을 수 있는 위로가 될 수 있다.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팍팍한 삶을 사는 주인공에게 주는, 오늘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5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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