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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소망 Oct 30. 2022

카나다 그리고 콩나물밥

신호음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겨우겨우 연결된 전화 속 너머는 소음으로 가득하다. 

“여보, 오고 있어? 나 천안 가는 중이야. 근데 왜 이렇게 시끄러워?” 

“나 찬별이랑 유학 박람회 왔는데? 명절도 아닌데 천안은 왜?” 은주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뭐? 엊그제 오늘 어머니 생신이라고 말했잖아. 잊었어?” 

“아 그랬나? 까먹었네.” 

“하아…지난 명절에도 안 갔으니까 이번엔 꼭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잖아…” 

“뭐? 여기 시끄러워서 잘 안 들려. 아무튼 당신 혼자 갔다 와.” 

“엄마, 여기 유학원은 같은 가격에 수업 2주 추가 혜택 있대, 빨리와봐!”

찬별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리고, 은주는 황급히 전화를 끊으려 했다. 

“지금 바쁘니까 끊어!” 

영원은 씁쓸하고 섭섭함에 이미 통화가 종료된 핸드폰 화면만 멍하게 쳐다봤다. 

한 시간 뒤, 영원은 30년은 훨씬 넘었을 것 같은 빌라에 들어섰다. 청록색 타원형에 선명하게 쓰여 있던 101호라는 글자에는 여기저기 세월이 갉아먹은 흔적이 역력했다. 

“어머니, 저 왔어요.” 영원이 문을 열며 말했다. 

안방에 누워 있던 어머니는 한 걸음에 현관으로 달려 나왔다. 

“아범, 어서와.”

영원은 어머니의 얼굴을 보자마자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몰아쳤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자주 못 드리고,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는 죄송함이 제일 컸다. 그 다음엔 그런 아들놈이 뭐 예쁘다고 “저 왔어요” 한마디에 세상 행복해하는 어머니의 사랑이 짠하고 짜증났다. 

영원은 애써 어머니의 시선을 피하며 붉은 쇼핑백을 하나 내려 놨다. 

“홍삼이에요.” 

“뭘 이런 걸 사와…그냥 오지…” 

“어머니 생신이잖아요…” 

“이 나이에 무슨…” 

말은 싫다지만, 어머니는 쭈글쭈글해진 손으로 쇼핑백을 여러 번 쓸어내렸다.

“어멈하고 찬별이는?” 어머니는 현관쪽을 보며 말했다. 

“아…그 찬별이 유학 준비 때문에…어멈이 죄송하다고 저거 사서 보낸거에요.” 영원은 쇼핑백을 가리키며 둘러댔다.  

“그려… 잘했구마이…” 

영원은 어머니의 표정이 말과 다르게 섭섭함으로 가득하다고 느꼈다. 

“아범은 안가는 거지?” 

“어멈이랑 찬별이만 연말에 먼저 가고, 저는 내년에 가려고요.” 

“거기가 어디라고 했지? 카나다?” 

“네, 캐나다요.” 

“가면 언제 오는데? 1년? 2년?” 

“아니요…” 

“그럼 5년?” 

“좀 오래요… 어머니 혼자 계실 수 있겠어요?”   

“괜차녀! 혼자 산지 20년이 넘어. 암시롱도 안혀!” 어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했지만 이내 조용히 중얼거렸다. 

“여기서 정착해서 살지… 카나다… 그런데 위험한듸…” 

영원은 어머니의 말뜻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외아들인 자신마저 외국에 가서 살면, 어머니는 그야말로 한국땅에 가족 없이 혼자 남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연로하신 나이에 당뇨랑 고혈압까지 있으셔서 쓰러지시거나 심하면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다. 영원이 캐나다에 가게 되면 아프시거나 위급해도 바로 달려올 사람 하나 없게 되는

것이다. 영원은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에겐 어머니보다 더 중요한 가족들이 생겨버린 것을…자신의 숟가락 위에 두툼한 생선을 발라 계속 올려주는 어머니를 보며 영원은 많은 생각에 잠긴다. 


집에 돌아오는 길 찬합에 가득 담긴 콩나물밥과 고소한 잡채 냄새가 어머니의 잔상을 계속 남기게 한다. ‘진짜 캐나다 가는 것이 맞을까…’ ‘애가 하고 싶다고 부모가 너무 휘둘리는 건 아닐까?’ ‘아니다, 괜히 그런 말 꺼냈다간 마누라한테 죽도 못 쑤지…’ 온갖 생각에 잠겨 걷다 보니 어느새 광명슈퍼 앞을 지나고 있다. 영원은 아차 싶었다. 

“당신, 거기 영어학원 당장 그만둬. 내가 얘기해보니까 강사라는 그 여자 완전 싸가지가 없더만. 말끝마다 잘난 척, 수업 안 받아도 먹고 살 만한 척, 지가 강남에서 일했으면 다야? 어디 동네 장사하면서 이 심은주를 건드려!” 

“무슨 일이야. 선생님이 왜?” 

“아니 우리 찬별이 공부 좀 시켜 달라는데 안 된다잖아!”

“여긴 어른만 수업 하는대야.” 

“당신 지금 그 여자 편 드는 거야? 나 전 한 푼 없는 가난한 당신 집에 시집와서 온갖 고생 다했어. 15년동안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그 뿐이야? 찬별이 갓난쟁이였을 때 당신 월급 얼마나 가져다줬어. 쥐꼬리 만한 월급 때문에 내가 저 핏덩이를 안고 알바 하러 다녔어. 근데 그 여자 뭐 얼마나 봤다고 편을 드는건데? 당신 혹시 그 선생한테 딴 맘 있는 거 아니야? 그래? 어?”

화를 주체를 못하고 분노에 숨까지 헐떡거리는 은주의 극성에 영원은 결국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유린에게 미안해서인지 잘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오늘은 어머니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영원은 차마 유린을 볼 낯이 없었지만, 자신이 계속 시간을 끌면 선생님에게 오히려 피해를 끼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결심한듯 미닫이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냉장고 옆, 오래된 석유난로위에는 여기저기 찌그러진 주전자가 연기를 뿜으며 끓고 있었다. 유린은 막 수업이 끝난 듯, 여기저기 널브러진 교재들과 펜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영원을 발견하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셨어요? 벌써 가을인가봐요. 쌀쌀하네요. 앉으세요.” 

영원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유리테이블에 다가가 앉았다. 찬합을 내려놓자 유린이 말했다.

“음 맛있는 냄새, 이거 혹시 콩나물 밥 아니에요?” 

“네? 아 예. 오늘 어머니 댁에 다녀왔거든요…” 

“아드님을 보셔서 어머니가 참 좋아하셨겠네요.” 

캐나다 간다고 말하는 불효자식에게도 버선발로 뛰어나와 좋아하며 맞아 주시는 어머니가 생각났다. 영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유린은 석유난로로 다가가며 물었다. 

“따뜻한 핫초코 한 잔 먹으려던 참인데…드릴까요? 단 거 안 좋아하시나요…?” 

“단 거 좋아합니다. 주십시오.” 


잠시 뒤, 유린은 호호. 호로록. 소리를 반복하며 양손으로 컵을 감싸 들고 핫초코를 마셨다. 영원은 김이 폴폴 나는 컵만 내려다보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이나 시간이 지났고, 결국엔 유린이 먼저 말을 꺼냈다. 

“수강생님, 괜찮아요.” 

“네?” 

“수업 그만 두시겠단 말씀하러 오신 거잖아요. 그래서 제 대답은 괜찮다고요. 저한테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제가 오히려 죄송하네요.” 

“죄송하긴요… 선생님이 잘못하신 것도 없으신데…”

“카드 주세요, 환불 해드릴게요.” 

영원은 창피했다. 와이프 이름이 선명하게 박힌 카드를 유린에게 내밀며, 환불을 받으려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작고 추하게 느껴졌다. 

신용카드에서 지지직 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린 뒤, 유린은 카드와 취소 영수증을 영원에게 돌려줬다. 영원은 영수증을 확인하곤, 다시 유린에게 내밀었다. 

“수업한 거는 빼고 주셔야 하는데…이게…전액 환불이 되었어요.” 

“수강생님, 제가 비록 학원 강사지만 그래도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거든요. 그래서 아무나 돈 된다고 수업을 받지는 않아요. 진심으로 영어를 통해 꿈을 이루고자 하시는 분들을 돕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수강생님은 저한테 그런 분이었어요. 저를 믿고 이렇게 유명하지도 않은 이상한 영어학원을 선택해주시고, 일이 많고 야근을 많이 해도 숙제 한 번 미루지 않고 열심히 해오셨어요. 그런데 저는… 끝까지 수강생님께 도움이 되질 못하고 이렇게 중도하차를 하네요. 그러니 이건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자 책임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유린은 영수증과 카드를 다시 영원에 앞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영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유린 때문에 어찌할지 몰라, 콧잔등으로 흘러내리는 안경만 반복하여 추켜 올렸다. 


드르륵. 그때 미닫이 문이 열리고 지후가 들어왔다. 지난번 저녁에 와도 되냐고 묻더니 정말 저녁시간에 온 것이다. 

“하이 티쳐! 아이드 라잌 투 해브 아이스크림!” 

지난번에 가르쳐 준 말을 똘똘하게도 기억하는 지후에 모습이 흐뭇했지만, 지후의 할머니가 으름장 놓고 간 것이 생각나 유린은 얼른 돌려보내려고 했다. 

“오케이. 가져가. 그리고 얼른 집에 가. 할머니 걱정하셔.” 

지후는 얼른 냉장고에서 비비빅 한 개를 꺼내서 입에 물고 유리테이블로 다가왔다. 

“정지후, 선생님 지금 일하는 중이니까 가면서 먹어. 어서 가. 늦었어.” 

“조금만요. 5분만요. 이거 다 먹고 갈게요.” 

자식 키우는 아버지라 그런가 영원은 지후가 남 같이 않았다. 

“선생님, 얘는 누구예요?” 

“아… 지후라고 여기 앞 구연초등학교 다니는 꼬마에요. 아이스크림 먹으러 종종 와요. 귀엽죠?” 

“그렇네요.” 

“근데 지후 할머니가 영어를 어찌나 싫어하시는지 저번에 으름장을 놓고 가셔서, 사실 계속 오게 하는게 맞는건지 모르겠어요.”  

“영어를 왜 싫어하시는데요?”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너무너무 싫어하세요. 이상하죠? 보통 할머니들은 손자가 영어 잘하면 너무 좋아하시는데…” 

“정지후!!!!!!!!!!!!!!!!!!” 

결국 유린이 우려한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옥분이 마당 쓰는 빗자루를 들고 쫓아왔기 때문이다. 지후는 얼른 유린 뒤로 숨었고, 옥분의 시선은 유린에게로 향했다. 

“너 이 잡년, 내가 꼬부랑말 가르치면 가만 안둔다고 했지!!!!!!!!!!!!!!!!!” 

옥분은 빗자루를 들고 달라 들었고 유린은 비명을 질렀다. 영원은 황급히 옥분에 손을 잡으며 말렸다. 

“어르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진정하세요.” 

“넌 또 뭐야!!!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저 년이 내 손자를 죽이려고 드는데?” 

유리은 어이가 없었다. 제대로 각 잡고 앉아서 영어를 가르친 것도 아니고,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올때마다 동네 꼬마에게 아이스크림 하나 줬을 뿐인데… 죽이려 든다니…

유린은 뒤에 숨은 지후에 어깨를 감싸며 옥분에게 따졌다. 

“죽이려 든 다니요. 그냥 영어를 하도 잘 해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줬을 뿐이에요.” 

옥분은 마구잡이로 빗자루를 흔들며 난동을 부렸다. 

“내 새끼는 절대 안돼. 정지후 너 할미가 말했지? 꼬부랑말 쓰면 죽는다고! 어? 니네 엄마아빠가 왜 죽었는데? 어? 그 꼬부랑말 때문에…그 꼬부랑말 때문에…” 

옥분은 힘이 빠진 듯 자리에 주저 앉아 가슴을 치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현식아… 내 아들… 내 새끼… 이 어미를 두고, 저 핏덩이를 남겨놓고 먼저 갔어…뭐가 그리 급했길래…이 어미 못에 대못을 박느냐…” 

영원은 옥분을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 

“어르신 일단 좀 앉으세요. 이러다 쓰러지세요.” 

영원은 자신의 어머니 또래로 보이는 옥분이 안타까웠다. 오늘 마침 어머니를 뵙고 와서인지 왠지 더 짠했다. 조금 화가 누그러진 옥분은 그제서야 영원에 얼굴을 자세히 봤다. 

“우리 현식이 나이 또래랑가? 갸가 죽지만 않았어도 요로코롬 살아 있었을 텐듸…” 

유린은 따뜻한 물을 떠와서 손에 들고 있었다. 행여 옥분이 자신이나 컴퓨터에 다 쏟아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걸 눈치라도 챘는지 다행히 영원이 컵을 받아 옥분에게 건네자,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다 마셨다. 아마 고함을 지르느라 목이 많이 아팠을 것이다. 옥분은 물을 다 마시자, 신세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내 아들이 그 여우 같은 며느리년한테 홀려 가지고, 잘 다니던 회사까지 때려치우고 캐나다인가 카나다인가에 갔당께. 내가 그렇게 가지말라고 가지 말라고 말렸는데, 저 핏덩이를 나한테 맡기고 자리 잡으면 모시러 온다고…” 

옥분은 지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고, 유린과 영원에 시선은 자연스레 따라갔다. 

“내 아들이 대기업 과장님이었엉. 근댜 거기 가서 그 뭐시다냥. 그… 꼬..꼬부랑말을 모텨갔고 낮에는 우유 배달하러 다녔다니고, 밤에는 꼬부랑말 배우러 다녔는듸… 하루는 배달하다가 트럭에 치여서… 치여서…” 

옥분은 쪼글쪼글해진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유린은 옥분에게 조심스레 휴지를 건넸다. 

지후는 풀이 잔뜩 죽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유린은 그런 지후를 따뜻하게 꼭 안아주었다. 유린은 옥분이 왜 그렇게 영어를 싫어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지후가 혹시라도 영어를 배우고 캐나다에 가서 자기 아들처럼 죽을까 걱정하는 것이었다. 

“며느님은요…?” 

옥분은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었다. “현식이 그렇게 되자 이듬해에 캐나다 코쟁이랑 재혼했다고 편지 왔어. 우체부가 가지고 왔더랑께? 어휴 불쌍한 새끼, 내 새끼…” 


영원 집에 돌아가는 걸음이 천근만근이다. 가뜩이나 심란스러운 마음이 옥분의 등장으로 더 소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옥분의 모습은 마치 자기 어머니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영원이 집으로 들어서자, 찢어진 뱁새 눈을 하고 있는 은주가 턱밑까지 쫓아와 따지기 시작한다. 

“당신! 도대체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영원이 침묵을 유지하고 자리를 피하려 하자 은주는 옷 갈아 입는 영원을 쫓아가면서 말했다. 

“당신, 두 달 뒤에 나랑 찬별이 비행기 탈 때 5,000만원 줘야 하는 거 알지?” 

“내가 그럴 돈이 어딨어…월급은 모두 당신이 관리하고 난 용돈 10만원 받는데…”

“당신은 찬별이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다른 애들은 아빠들이 유학가라고 돈 척척 내놓는데 당신은 돈 오천이 없어서 이러는거? 솔직히 이것도 내가 최대한 금액 적게 잡은 거야. 당신은 나 같은 마누라 만난 거 고마워 해야돼!” 

고마운 줄 알아라. 영원은 은주에 무차별 논리와 폭격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그래…내가 능력이 없어서 미안해…만년 대리에 연봉은 박봉에… 그러니까 우리 캐나다 가지 말자… 우리 형편에 자식유학에 이민까지… 무리야…” 

은주는 

“안돼, 우리 찬별이가 캐나다에서 얼마나 살고 싶어하는데…그리고 한국에서 영어 잘하려면 돈 두배 세배로 더 드니까 차라리 현지 가서 공부하는 편이 돈 버는 거야 알아? 당신은 하나도 알지도 못하면 찬별이 교육은 상관 말고 가만히 있으셔.” 

영원이 잠시 침묵하자 은주는 이 싸움에 쐐기라도 박으려는 듯 영어학원일을 따져 묻기 시작했다. 

“당신, 그 여자한테 환불은 받아왔어? 전액 다 받아와. 한 푼도 주지 말고. 알았어?” 

“수업한 건 원래 빼고 줘야 하는 거야…” 영원은 이미 유린이 다 환불을 해 줬음에도 이런 소심한 방법으로 그녀의 편을 들었다. 

“그 여자가 그렇게 얘기해? 수업한 건 빼고 주겠다고? 이 싸가지없는 기집애를 봤나. 지가 가르친게 뭐가 있다고. 거기 몇시까지야? 내가 지금 당장 가서는ㅡ” 

“뭐 하는거야… 그만해….” 영원이 은주의 팔을 잡았다. 은주는 그의 팔을 뿌리 치려다 양복 겉주머니에 있던 카드와 영수증 두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유린이 전액 환불해준 영수증도 있었지만 은주는 다른 영수증에만 시선이 고정되었다. 바로 영원이 어머니 생신선물로 결제한 홍삼 영수증이었다. 

“이게 뭐야??? 당신 어머니 선물로 홍삼 샀어? 미친거 아니야? 지금 찬별이 유학 때문에 오천만원이 있네 없네 하는 마당에… 노친네 대충 만 원짜리 몇 장 쥐어 드리면 돼지!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어?” 

“그만해!!!!!!!!!!!!!!!!!!!!!!!!!” 영원은 소리를 질렀다. 

은주는 너무 놀랐다. 그가 결혼 생활하면서 이렇게까지 큰 소리를 지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영수증 든 손으로 삿대질하면서 따져 대는 은주에 발언은 선을 넘고야 말았다. 평상시 같으면 자리를 피하거나, 밖에 담배 피러 나가는 척하는 영원이지만, 오늘만큼은 얼굴이 벌개져서 씩씩대고 있었다. 영원은 낮에 뵌 어머니가 눈에 밝히고, 옥분 여사의 말이 귀에 선명했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가? 그깟 캐나다가 뭐 길래 어머니 생신에 좋은 선물 하나 못해드리고, 그런 어머니를 홀로 두고 떠나야 하는가…영원은 은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이혼하자…” 



*이상한 영어학원 목차

01 프롤로그

02 광명 슈퍼의 영어 쟁이

03 첫 번째 학생     

04 수동태와 능동태

05 상담 상시 가능, 등록 상시 불가능

06 떠나려는 자 VS 남으려는 자

07 아가리어ter

08 꼬부랑말

09 영어 공부 잘하는 법 

10 카나다와 콩나물밥 (추가 집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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