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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식물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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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Jun 02. 2021

고광나무

하얀 꽃은 언제나 예쁘다.


지금 우리 집 옥상에는 고광나무에 꽃이 한창이다.

절정은 지났고 비를 많이 맞아서 꽃잎이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흰 꽃들이 만발하고, 옥상 문을 열면 고광나무 꽃향기가 가득하다.


무늬 잎에 하얀 꽃 잔뜩 핀 모습은 정말 너무 예쁘다. 


2020.5.25


작년 사진은 이 사진 한 장만 올린다.

작년 5월 25일 사진인데, 수형도 중구난방인 데다 꽃이 많이 달리지는 않았다.

여름과 가을을 지나면서 꽤 자라는 통에, 하는 수 없이 우리 집에서 가장 큰 화분에 옮겨주었다.

겨울에 낙엽이 지는 낙엽활엽 나무라서 겨울에는 꼬챙이 상태로만 남아있었는데,

화분이 너무 커서 들여놓을 곳이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우리나라의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겪었다.



2021.3.19


겨울 내내 별다른 방비를 해주지 않았기에 죽었을 것 같았다.

그래도 가지 끝만 얼었을 수도 있고, 또 제멋대로인 수형이 맘에 들지 않아 전체적으로 짧게 잘라 놓았다.

그랬는데 저 얇은 나무 꼬챙이에서 싹이!!!!!!!!!!



2021.4.8

가지마다 잎을 내고 있는 고광나무.



근데 다 무늬 잎인 거다.

작년에는 일부만 무늬 잎이었는데,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무늬 잎으로 나오고 있었다.



2021.4.16

일주일 지났다고 잎이 제법 무성해졌다.



벌써 꽃봉오리가!!!!!

꽃 없어도 이렇게 이쁜데.



2021.4.27

통통해지고 있는 꽃봉오리.

어쩜 저렇게 동그랗고 예쁠까.



2021.5.12

통통해진 꽃봉오리가 팝콘 터지듯이 톡톡 터지기 시작했다. 



머랭을 짜 놓은 것 같은 꽃봉오리가 고광나무의 백미다!



2021.5.13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옥상에 올라가 보니 꽃이 피었다, 피었어.

사실 옥상 문을 열 때부터 향이 나서 꽃이 피었구나 하였다.



2021.5.14

모든 꽃이 그렇듯이 봉오리 시절이 가장 기대되고 이쁘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게 예쁘다. 



2021.5.15


3일 동안 비가 내려서 전전긍긍하였다. 

이미 벌어진 꽃에는 찰박찰박하게 물이 차서 주기적으로 옥상에 올라가서 나무를 흔들어 주었다.



2021.5.16

꽃 피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 비바람인지, 야속하네. 



2021.5.17

비가 그쳤다.

내 생각보다 꽃이 강하다. 

얇은 꽃잎 대부분이 멀쩡하다. 



2021.5.18

가뜩이나 해가 창궐하여 눈이 부신데, 하얀 꽃을 보니 더 눈부시다.



2021.5.19

꽃이 이렇게 많으니까 향이 폭발적이다. 



봉오리들이 너무너무 귀엽다.

다 입에 넣고 싶을 정도로 예쁘다!



2021.5.21

날이 흐렸다.

그런데 날이 흐리니까 흰 꽃이 더 훤하다. 

밤에도 옥상에 올라가면 고광나무가 야광처럼 은은하게 빛나는데 꽃 때문에 밤이 훤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흐린 날의 하얀 꽃은 왠지 더 미치도록 아름답고 고결해 보이는 것이다.



무늬 잎도 어여쁘다. 



꽃이 저렇게 많은데, 조금 가져와서 실내에서도 보자는 남편의 말에

과감히 가위를 들고 몇 줄기 잘라왔다.



2021.5.23

며칠 후, 또 몇 줄을 잘라왔다.



먼저 잘라온 꽃도 아직 생생하다.

온 집안에서도 이제 고광나무 꽃향기가 어마어마하다. 



2021.5.28

또 봄비가 장마처럼 내렸고, 비가 그치자 벌들이 놀러 왔다. 



꽃마다 바삐 들여다보는 벌들이 너무 귀엽다. 

벌들이 다 잘 살았으면 좋겠어. 

식물과 동물들이 모두 자기 명대로만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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