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자유를 얻었다 생각했음에도 나는 미천한 인간이기에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문득, 불쑥 아픈 마음들이 찾아온다. 아직까지도 법적으로 해방되지 못한 어머니와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나 사이엔 풀지 못한 숙제들이 많다. 애증의 마음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일련의 티끌 같은 사건들이 쌓여 태산이 된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언어폭력과 사랑표현의 어긋난 타이밍은 모녀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데 효과가 아주 좋았다. 가타부타한다 해도 실은 나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어머니와 내리사랑이 어색해져버린 나. 어릴 때 애착형성에 갈피를 잡지 못한 내가 어머니를 진정으로 사랑할 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존경하던 큰 존재가 하염없이 작아진 이 사실 자체를 포용할 수 있을까? 원망의 화살 촉을 서로에게서 완전히 거둘 수 있을까?
어머니는 어린 나를 지키지 못했다. 내가 다치는 걸 막지 못했고 속에 가시를 심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어머니도 이런 삶이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했을 거란 걸 안다. 그리고 나는 완벽히 못된 사람이 아니기에 어머니를 이해해버린다. 여자의 일생으로 죽어도 살고 싶지 않은 끔찍한 나날을 보낸 어머니가 안쓰럽고 애잔하다. 그와 동시에 이 안쓰럽고 애잔한 마음을 심은 어머니가 밉다. 나는 왜 어머니를 이해하고 포용하고 사랑하는 것을 숙제로 지녀야 하는가? 그저 철없이 만나면 반갑고, 생과 사를 논하는 걱정 따위 없이 깔깔대지 못하는가? 애석하다. 먹먹한 마음은 두통을 유발한다. 착하지도 막되지도 못한 애매한 보통의 인간인 내게 죄책감은 병으로 자리했다. 때때로 일상이 버거운 날이면 약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여러 악몽들 중, 내 위에 앉아 목을 조르는 어머니를 피해 잠에서 달아나 숨을 몰아 쉬는 밤들도 있었다. 분명 모든 것의 발단은 아버지였는데, 어쩌다 극복의 귀추 한복판에 어머니가 자리했을까?
많은 심리학과 정신의학 관련 도서를 읽었다. 철학 관련 책들도 자가치유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치유 방법도 물론 효과가 있었겠지만 내게는 글이 편했다. 최소한의 감정 동요로 최대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 감정이 터지면 아무런 눈치를 보지 않고 쏟아내다가 진정하다가를 반복했다. 내게 자리잡은 모든 아픔을 사실과 경험으로 분리시키는 게 중요했다. 쉽게 말해 과거의 상처는 그저 경험일 뿐이고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은 그저 사실일 뿐이란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아버지가 있는 가정에서 자랐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받아들일 뿐이다.
내겐 아버지가 없고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지난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한 줄로 표현될 만큼 별 일이 아니다. 그러니 호들갑 떨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