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상 2022년 11월호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할아버지 가져다 드릴 겸 전어회 떴는데 먹을 생각이 있냐고.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먹겠다고 했다.
아마, 엄마도 내가 전어를 거절하지 못할 걸 알고 전화를 했을 게 분명하다. 나는 전어를 좋아하니까. 삼십분 쯤 지난 후에 엄마가 전어를 가져다주었고, 나는 틀어놓은 예능을 보며 야무지게 전어를 해치웠다.
전어를 먹다보니 어릴 적이 떠올랐다. 할아버지가 지금보다 훨씬 정정하던 그 시절,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삼천포에 가서 꽤 자주 전어를 먹었다.
약간은 서늘하게 느껴지는 가을 공기가 머리칼을 간질이고, 방파제 부근에는 평상이 늘어져 있던 풍경들. 즉석에서 뜬 전어회를 들고 평상으로 가 옹기종기 마주 앉아 먹었던 고소한 식감의 전어.
어린 나는 처음에는 잔가시 때문에 전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자주 먹을 기회가 생기다보니 자연스럽게 전어와 친해졌고 나중에는 내가 먼저 전어를 찾게 되었다.
꼬맹이가 전어를 잘 먹는 모습이 뿌듯했던 걸까. 할아버지는 전어를 먹을 기회가 생기면 언제나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석류가 전어 좋아하니까, 데리고 온나.”
입안을 감도는 고소한 맛. 고소한 맛의 전어는 매년 그대로지만, 달라진 풍경이 있다면 이제는 더 이상 옹기종기 앉아서 먹을 인원이 아니라는 게 아쉽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방파제 근처가 아닌 할아버지 집에서 회를 먹게 되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할아버지는 에너지를 잃고 있었기에,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아졌으니까.
파도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울려 퍼지고, 전어 회를 뜨러온 수많은 사람들의 말소리가 마치 야시장을 방불케했던 해가 진 방파제.
할아버지는 알고 있을까. 내가 그 시절의 할아버지의 다정한 미소를 아직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걸. 전어가 아니라 다른 회를 뜰 때도 항상 나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는 할아버지. 조만간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막걸리를 사들고 찾아 가서, 마주 앉아 함께 막걸리를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