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까뜨리나가 돌아왔다. 그녀가 다시 내 삶 속에 등장하며 이 모든 일도 시작됐다.
아직은 이 일들이 내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 옳고 그름도 가릴 수 없다. 그렇다고 혼란스럽진 않다. 다만 내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유별난 사람이라는 것과 내가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유쾌함과 당혹스러움이 동시에 올라가니까. 마치 당혹스러움이 유쾌함의 필수 전제 조건 이기라도 한다는 듯.
7년 만의 그녀의 등장은 한 장의 초대장에서 시작됐다.
루나 안녕? 파티에 초대할 게
2012년 7월 11일 23시 59분까지 스타 밸리 B동 404호 23시 59분 1초부터 입장 안 됨 드레스코드 빨간색 & 블랙 심장을 열고 와
까뜨리나
그녀 다운 초대장이지만 23시 59분이라는 시간이 이해되지 않았다. 전화번호가 그대로라서 전화 한 통이면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데 굳이 초대장을 우편으로 보낸 것도 의아했다. 게다가 그동안 3번이나 이사를 했는데, 내 주소는 어떻게 안 걸까? 아무튼, 일반적인 짐작이 허용되지 않는 친구다. 그녀의 슬픔이 일반적이지 않듯이.
여러모로 황당했지만, 궁금해서 파티에 안 갈 수가 없다. 그녀가 시키는 대로 검정과 붉은색 옷을 입고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서 1층에서 기다리다가 58분 59초에 404호 문을 두드리기 위해 55분에 계단을 뛰어 올라갈 것이다.
초대장을 받은 후부터, 사흘 후 다시 만나게 될 그녀는 7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내 일상의 중심이 돼버렸다. 그녀는 묘하게 끌려가게 한다.
까뜨리나는 여전히 긴 머리일까? 그녀도 나이를 먹었을까? 무엇보다 그때 왜 갑자기 사라진 걸까?
2.
7월 11일 23시 59분. 정확하게 58분 59초에 맞춰 놓은 알람이 울리자마자 404호 초인종을 눌렀다. 그녀가 뭐라고. 쯧. 초인종 소리와 함께 심장이 두근거렸다. 마치 심장 박동을 빨리해서 초인종 소리를 대신하려는 듯이.
현관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 그리고 이어 문을 여는 소리까지 3초 동안. 난 심장을 터트릴 뻔했다.
실내는 어두웠다. 큰 스탠드 두 개와 작은 스탠드 그리고 군데군데 놓인 초로 실내를 밝히고 있었다. 각종 이색적인 천들이 벽을 장식한 건지 어지럽힌 건지 모를 만큼 길이도 넓이도 색채도 다르게 벽에 걸려있었다. 어둠에 익숙해지며 내 시야에 실물을 드러낸 거실은 제법 넓었다. 2인용 소파와 6인용 테이블 그리고 6개의 의자가 놓여 있어도 그리 비좁아 보이지 않았다. 작은 싱크대도 있었지만, 요리하는 주방이라기보다 커피잔을 씻는 용도로 보였다. 벽에는 안개가 낀 산 사진 액자 4점과 거리에서 키스하는 연인들 사진 액자 3개가 연관성도 질서도 거부한다는 듯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어둡고 어수선하고 다양했다. 그러나 어두우면서도 화사했고, 어수선해서 오히려 모든 사물이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았고, 다양해서 유쾌한 여유를 느끼게 했다. 까뜨리나를 닮은 거실이다. 재스민 향 초가 지나치게 짙은 것만 빼면 멋진 공간이었다.
공간과 안면을 트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까트리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거실에 있었다.
이 사람들은 다 누구야?
그녀는 나만 초대하지 않았다.
- 달달새 2편은 2주 후 이어집니다. '일단 쓰는 소설 2탄 - 내겐 너무 달달한 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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