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혼자서 아이 둘을 어떻게 키워?"
"나는 못해. 대단하다."
내가 종종 듣는 칭찬(?)이기도 하고 말로는 안 해도 날 보는 측은한 눈빛에서 느껴지는 무언의 뉘앙스이기도 하다.
나도 몰랐다. 내가 이혼녀가 될 줄은, 아이 둘을 홀로 양육하게 될 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이혼이라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나 뒤돌아 생각해 보면 최악보다는 차악이 낫다는 것이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절대 겪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배우자의 바람, 폭력, 도박, 가난, 고부갈등... 최악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견딜 수 있는 어려움의 종류도 다르다. 결혼생활 중에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나만 잘한다고 다 잘 되는 게 아닌 것이 결혼생활이다.
이혼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이혼 결정법을 제안한다.
당신의 최악은 무엇인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딜 수 있는 차악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한쪽 발이 오물이 가득한 똥 통에 빠져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 발은 똥 통에서 빼서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한동안은 그 발에서 냄새도 나고 외면하고 싶어서 한쪽 발을 도려내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잠깐 더러워졌던 발이라 해도 소중한 당신의 발이다. 깨끗한 물로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어내고 보송보송하게 말려주고 향이 좋은 바디로션도 듬뿍 발라주고 아껴두었던 새 양말도 꺼내어서 신겨줘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시 사랑스럽고 고마운 발이 되어 있다. 다시 두 발로 걸어봐야지 싶은 순간이 오고 뛰어도 볼까 싶어지기도 한다.
과정은 조금 힘들겠지만 보다 나은 나로 돌아가는 일. 똥 통에 빠진 한쪽 발을 꺼내어 다시 돌봐주는 일.
이혼은 그런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