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아이의 마음 보듬어주기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때 학교에서 가족구성원에 대해서 배웠다. 그 일환으로 가족 구성원 한 명을 골라 그림을 그리고 <우리 00이 최고야!>라는 문구를 만드는 활동을 했다. 첫째가 내심 <우리 엄마가 최고야!>라고 적고 엄마를 그려주길 기대했는데 그림의 주인공은 아빠였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더니 딱 그 꼴이다. 매일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키워준 건 나인데, 한 달에 한번 와서 맛있는 것 사주고 놀아주는 아빠가 최고란다. 아이가 아빠를 미워하는 것 보다야 아빠를 좋아하는 게 낫지 싶다가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혼 과정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것은 이혼 당사자겠지만, 이혼하는 부모 못지않게 마음에 상처를 받는 것이 자녀들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심한 애착과 돌봄이 필요한 유아기나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는 특히 양육자 중 한 명이 갑자기 동거하지 않게 되는 것은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혼의 당사자는 본인에게 닥친 환경의 변화 때문에, 본인이 가장 힘들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의 상처는 등한시할 수 있다.
이혼 후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엄마와 아빠가 사정이 있어 더 이상 함께 살지는 않지만 너희들을 사랑하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계속 알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가끔이었고 보통은 "며칠 후에 아빠 오잖아~" 라며 핀잔 주기가 일쑤였다. 종종 아빠가 보고 싶다고 떼를 쓰거나 눈물을 보이던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평일에 아빠가 보고 싶다고 떼쓰지 않았다. 그저 아빠와의 면접교섭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었다. 내 마음이 단단하게 성장하는 동안 아이들도 많이 단단해졌나 보다. 떼쓸 때마다 그저 더 많이 안아주고 다친 마음을 더 보듬어줄 것을 며칠 후면 볼 아빠인데 뭐가 그리 보고 싶냐고 면박을 줬던 것이 미안해진다. 가끔 이혼했을 즈음의 아이들 사진을 보면 너무나 작고 여린 아이들이었구나 싶어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나도 힘들었지만 너희도 힘들었겠지 싶어 안쓰러워진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다정하고 따뜻한 엄마가 되어줄걸 후회된다.
내 마음도 다쳤지만 다친 아이들 마음 보듬어주기 그것이 싱글맘으로서 해야 할 필수 미션 첫 번째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