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보다는 엄마를 부르고 싶어서

2025년 4월 14일, 딸의 일기

by 풀 그리고 숲

오랜만에 엄마의 일기를 펼쳤다. 열여섯 편의 육아일기와 한 편의 편지, 작은 메모로 채워진 스프링 노트. 지난 일요일, 하루하루 눈에 띄게 자라고 있는 내 아이가 노래를 부르듯 힘을 주어 옹알이를 하며 요란한 몸짓을 하는 것을 보니 엄마의 일기 한 구절이 떠올라서였다.


"채림이도 벌써 동요 몇 곡절 부른다고 이것저것 섞어 부르고, 때로는 말도 예쁘게 하지도 않는데. 반성하세요."- 1992년 1월 3일, 엄마의 일기 중에서


미뇽(mignon)이라는 태명을 가진 나의 아들 민형이는 음악을 참 좋아한다. 신생아 시절에도, 누워서 잠만 자고, 모빌만 보고, 뒤집고, 기어 다닐 때에도 음악만 들으면 표정이 밝아지고 즐거워했다. 자장가를 들으면 금방 잠드는 민형이는 밤마다 엄마가 불러주는 동요 메들리를 듣다가, 최근 들어 유튜브 속 브람스 자장가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잠을 청하고 있다. 매일 더 큰 용량의 배터리로 교체하듯 나날이 활기찬 아기를 돌보느라 에너지 고갈 상태인 엄마가, 밤에 직접 자장가까지 부르기에는 너무 피곤해서... 미안, 아가.


얼마 전만 해도 음악에 맞춰 무릎을 굽히고 펴길 반복하며 들썩들썩 몸짓하던 아이였는데, 일요일 오전에는 양손의 검지손가락을 세운 포즈로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무릎을 굽히고 있지 않은가. 춤사위가 나름 발전한 것이다. 웃음이 났고, 엄마 일기의 한 구절이 떠올랐고, 일기를 펼쳐 읽었으며, 나는 또 마음이 찡해졌다.


돌아가신 엄마와의 소통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엄마가 간직하던 물건을 쓰다듬는 일, 엄마가 읽던 책들을 펼쳐보는 일, 엄마가 찍어준 우리 사진들을 보는 일, 엄마의 옷을 입어보는 일, 엄마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눈앞에 잔상을 만들어내는 일, 가족과 엄마를 추억하며 대화를 나누는 일, 그리고 엄마가 나에게 남긴 일기를 다시 읽는 일.


엄마의 일기가 감사해서, 마음이 찡해서, 엄마가 너무 그리워서, 민형이를 꼬옥 끌어안았다. 순간 나는 나의 엄마 미경이가 되었고, 내 아들 민형이는 순간 어린 시절 내가 되었다.

사랑해, 민형아. 사랑해, 채림아. 사랑해, 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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