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간

겁내지 말고 용감하게

by 풀 그리고 숲

길을 걷다 생각했다.

저 커다란 차가 갑자기 나를 덮친다면, 피할 새도 없이 죽거나 크게 다치겠지.


그러면서 갑자기 우리 집 고양이가 생각났다.


내가 없으면 화장실 모래 속 감자와 고구마를 캐지 못하는 우리 고양이,

텅 빈 사료 그릇을 스스로 채우지 못하는 우리 고양이,

물그릇에 내려앉은 미끄럼을 씻어내지 못하는 우리 고양이,

그러나 길에서 커다란 차를 만난다면 누구보다 잽싸게 피하겠지.


진짜 연약한 것은 누구지?


집안에 가둬놓고, 내 손길이 없으면 생활하지 못하도록 길들여놓고,

너무나 연약한 너를 평생 보호하겠노라 약속한,

고양이보다 커다랗지만 한없이 연약한 인간 하나.


참으로 하찮고 연약한 인간.

질주하는 커다란 자동차 앞의 생명체.

바람 앞의 촛불.


하찮기에 귀하고,

연약하니 용감하게 살아야 한다.

keyword
이전 24화많이 주지 마세요,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