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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 나라의 주민A Jul 27. 2022

관계의 정석

22. 07. 27

  좋은 결과는 적절한 판단에서 나온다. 공정한 판단은 미덕을 낳는다. 하지만 판단은 훌륭한 인간은 낳지 못한다. 바른 인격은 판단하지 않음으로 형성된다. 판단을 하려니 기준이 생기고, 기준이 생기니 편견이 생기며, 편견으로 인해 이해에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그저 받아들이면 될 것에 힘을 쓰려니 피로가 쌓이고, 피로가 쌓이면 화가 된다. 분노는 쉽게 혐오로 비약하고 혐오는 증오를 불러 다툼을 일으킨다. 그대가 사람을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목마른 이에게 물 한 모금을 주기 위해서인가? 다른 이와 친구가 되기 위해서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대의 판단에 무슨 명분이 있겠는가. 그대의 판단은 적랄히 말하면 저주고, 격식을 갖춰도 비방에 지나지 않는다.     


  판가름할 판(判)에 끊을 단(斷), 판단(判斷).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사물에 판정을 내림. 그대는 어째서 그의 친구가 되기보다는 재판관이 되려 하는가. 무슨 이유로 혀를 상처를 감싸는 붕대로 쓰지 않고 목을 끊는 단두날로 쓰려하는가. 기준은 스스로의 길을 정하는 것에 세우면 되는 것이고, 판단은 자신을 성찰할 때 내리면 되는 것이다. 기준을 무너뜨려라.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판단을 유보하라. 연을 맺기가 쉬워질 것이다. 제 발로 숨 막히는 법정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인간은 판단으로 바뀌지 않는다. 인간은 따듯한 품속에서 부화하며, 함께 흘리는 땀을 먹고 자라고, 같이 울고 웃음으로 친구가 된다. 천 번의 판단보단 한 숟가락 밥이 낫다. 인간은 함께 먹는 이를 식구라 부른다. 만 개의 기준보단 한순간의 포옹이 낫다. 기준은 숨을 막히게 하지만 포옹은 숨이 막혀도 좋다. 그대 자신에게 물어라. 그대는 다른 이의 판단으로 얼마나 바뀌었는가. 그보다는 상처가 욱신거리지 않는가? 판단은 고이 접어두어라. 대신 가슴을 열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라. 우주의 광활함 앞에선 기준은 비루하고, 판단은 가소롭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작은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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