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08. 01
안녕, 일론 머스크씨. 당신의 계획은 성공한 것 같아요. 도로에는 회색 한숨들 대신 당신이 헛간에서 기른 말들이 달리고 있어요. 매끈한 몸과 솜털 위를 달리는 것 같은 조용한 소리. 누구나 한 번쯤은 그 말의 등에 타보기를 원하죠. 하지만 당신의 천재적인 계획도, 현기증 나는 매끄러운 몸도 어쩔 수는 없을걸요. 붉은 내연기관, 펄떡이는 엔진.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심장. 대체 불능, 불굴의 내연기관.
싱거운 전기 따위론 심장에 시동을 걸 수 없을걸요. 그건 짜릿해도 뜨겁지는 않을 테니까. 영혼 없는 쾌락, 굴곡 없는 안락. 그런 걸로 뭘 열망할 수 있다는 거죠? 끓어오르는 걸 들이켤 거예요. 적시면 입술이 녹아내릴 것 같은 불길을 가슴의 들판에 풀어놓겠어요. 지루한 콘센트는 뽑아버리고 강렬한 생의 충동으로 혀끝을 마비시켜 버리는 게 좋겠어요. 인간의 체온 36.5도. 그것은 365일 식지 않는 세계의 암시. 심장은 열정의 신에게 바치는 불의 재단.
개전의 강철북을 울려라, 살아 숨 쉬는 투사들을 위해. 삶은 투쟁. 수라장을 헤쳐나가기 위해 인간의 심장은 고동쳐야 해요. 북소리가 멈추면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없거든요. 그러나 고동이 멈추지 않는 한 인간은 죽지 않아요. 심장이 침묵할 수 없는 이유를 알겠나요? 깨지고, 부서지면서도 두근거리는 게 심장의 언어. 저는 소망합니다. 창밖에 밤이 오고 침묵이 길가를 배회한다 해도 심장의 배기음은 잦아들 줄 모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