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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 나라의 주민A Jul 02. 2022

썸머베로스

22. 07. 02

  여름은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우두커니 선 선풍기의 긴긴 휘파람, 슬레이트 지붕 위 빗방울의 타다닥 탭댄스. 삶의 꼭대기에 매달린 맴맴 매미의 앙코르 없는 마지막 콘서트, 개구리와 맹꽁이의 꺼그럭, 꺼그럭 축축한 합창. 구름때 몰고 가는 저 하늘 양치기의 우르릉 고함, 코르크 마개를 딴 산의 콸콸콸 계곡을 따르는 소리. 여름은 시끄럽게 울고, 폭발하듯 연주한다. 계절의 악사에 연주에 맞춰 우리는 꿈의 줄 위에서 위태로운 기예를 부린다. 땅에 떨어지면 몸을 뒤척이고, 이불 박차고 일어나 신경질적으로 부채를 부친다. 아직 연주는 끝나지 않았다. 모기도 앵앵 날개를 부친다.     


  청춘은 푸를 청(靑)에 봄 춘(春)이라 쓰고 여름이라 읽는다. 그 시기에 모든 것은 과도하다. 찌르는 사랑의 열기, 청춘들은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터덜터덜 걷는다. 그러다 픽- 상사병에 쓰러지면 그 자리에서 며칠을 앓는다. 장마철에 접어든 눈은 자주 댐을 넘치게 한다. 사랑의 소나기가 지나가면 이별의 홍수가 찾아온다. 실패의 쓰라림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온몸은 성장통으로 넘쳐흐른다. 청춘은 우는 게 그들의 일이다. 펑펑 울고, 자주 훌쩍이며, 주르륵 흘러내리는 게 자연의 한 조각으로써 그들의 생리이다. 울음 뒤에는 불안의 열대야가 찾아온다. 그때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몸을 펄떡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잉어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청춘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열기를 타고 올라 구름이 되어 새하얗게 웃는다. 

    

  여름은 계절 중 으뜸가는 자다. 여름은 6, 7, 8월. 열두 달 달력의 정중앙에 앉는다. 상석에 앉은 그것의 기세는 맹렬해서 낮의 팔을 벌려 밤마저 몰아낸다. 계절의 왕에게 진상되는 결실들은 또한 어떠한가. 열매 중 가장 달고 큰 것들이 그의 상에 오른다. 수박이라 하자면 그것은 녹색 고래, 설탕의 폭포. 복숭아로 말할 것 같으면 그것은 신선의 보물, 물컹한 사랑. 왕은 모든 높은 곳에 오르기에 여름은 가장 뜨거우면서도 가장 시원하다. 우리는 얼음을 깎아 소복한 산을 쌓고, 이가 시리도록 그것을 탐식한다. 은행의 에어컨 아래에서, 짜디짠 바닷물 속에서 우리는 시원하게 식는다. 이제야 깨달았는가? 우리는 여름이 되어야 비로소 시원하다, 말한다는 걸. 그러니 앞으로는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여름은 계절의 노른자, 달콤한 열기, 뜨겁기보단 시원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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