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06. 12
아스팔트 끓도록 햇빛 내리쬐던 날,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엄지손가락 위로 늘어진 아이스크림이 뚜욱 뚜욱. 녹는 것도 모르고 나뭇잎을 물끄러미 올려다봤어요. 나뭇잎은 저토록 푸르고, 그림자는 자신의 경계를 분명히 아는데, 나만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멍하니.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아, 기쁨을 맛봤던 날도, 슬픔에 젖었던 날도 같은 물음을 던졌었던가요. 하지만 영원한 메아리는 돌아올 리 없습니다. 어쩌면 이건 너무 잔인한 일일지도 몰라요.
날개뼈를 더듬으며 기억을 되돌려봅니다. 사실 나는 죄를 지어 천상으로부터 유배된 천사가 아닐까요. 형벌로 신의 이름과 날개를 빼앗긴 채 지상으로 추락한 타천사. 닿을 수 없음에도 신을 찾아 헤매고, 날 수 없음에도 자유를 갈망하는 건, 그때 그 시절의 화석화된 충동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기약 없이 홀로 방황해야 하는 게 내 운명의 굴레라면 저는 이걸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처음부터 잃어버릴 길조차 주어진 적이 없다면, 어쩌면 삶의 이유를 묻는 건 그 자체가 거대한 부조리일지도 몰라요.
허나, 나 비록 떨어지는 꽃잎처럼 제 갈 길 분명히 알지는 못해도, 내게 온 것들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나 비록 산처럼 우뚝 섰다가도 거품처럼 스러지는 인간이지만, 덧없음에도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됐어요. 방황하면서도 살아가고, 아프면서도 살아가고, 웃다가 울면서도 살아가고. 자꾸만 자꾸만 살아가는 게 삶인가 봐요. 내 끝날 날에 무엇이라 말할지는 모르겠지만, 자꾸자꾸 살다 보면 이 한마디는 하겠지요. 그리 썩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