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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에서 배운 점

2025. 6. 7 기록

by 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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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을 듣고 내 생각을 결정하는 건 너무 쉽고, 그에 반해 남의 의견은 신경 쓰지 않고 내 생각을 주장하는 건 어렵습니다. 개인의 영향력이 좋아요나 구독자 수와 같은 명확한 수치로 표현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이 당연한 문장에서 벗어나기가 훨씬 힘들어진 것 같아요. 높은 숫자를 가진 사람들의 말이 세상에는 점점 더 자주 노출되고 있고, 더 적은 숫자를 가진 사람의 의견이 눈에 띌 기회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으려면, 살아가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이 헛되게 버려지지 않으려면 세상의 의견과 내 생각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는 게 타당해 보일 때가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어떤 말이나 생각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굳이 사람들 앞에서 솔직하게 표현하기를 자연스럽게 꺼리게 될 때가 있기도 해요.


하지만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까지 완벽하게 숨길 수 있을까요? 그런 노력과 애정은 이제 쓸모가 없다고, 이제 그만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아무리 세상에 넘쳐날지라도 굳이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쏟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런 질문이 떠올랐어요.


효율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기이지만, 그래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표현하는 것의 가치 또한 여전히 중요하다는 걸 알려준 콘텐츠를 함께 살펴봅시다.



� 한글 자막은 없지만 유튜브 자동 번역 기능을 활용하여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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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nMUbQxK_XU4?si=ZPL8upwSvdNRaOdr

no one cared about my art for 14 years... and then
[Shaffer Nickel]



[영상 소개]

Salvation Mountain을 만든 레너드 나이트를 소개하며 자신의 창작 여정을 돌아보는 영상입니다. 레너드는 어느 날 신의 말씀을 세상에 널리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위해 14년 동안 열기구를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았음에도 결국 이 열기구는 이륙하는데 실패했지만 레너드는 포기하지 않고 그 대신 신을 위한 조형물을 만들어보기로 관점을 전환합니다.


그 결과 레너드는 영상 속 썸네일에서 볼 수 있듯 Salvation Mountain이라는 멋진 랜드마크를 만들어냈다고 해요. 유튜버는 이러한 레너드의 일화를 말한 뒤, 자신도 약 14년 동안 거의 아무도 보지 않는 영상들을 유튜브에 올렸다고 이야기합니다.


대부분의 영상은 조회 수가 1천 회 미만이었지만 그래도 유튜버가 1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영상을 만든 이유는 그저 자신이 영상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사람들이 관심을 주든, 주지 않든 창작하는 행위는 시간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다고도 말하는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영상을 통해 배운 점]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도 아예 포기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을 적용해 보는 편이 좋다.

누가 듣지 않더라도 나를 표현하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내가 나의 수명을 할애할 정도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리는 건 애초에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고 그저 내가 여기 이렇게 있음을 알리는 것뿐이지 않나?



[영상 속 배움을 삶에 적용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까?]


숫자를 대신할 기준점을 새로 정해보기

: 좋아요 수, 조회수, 클릭수 대신 다른 기준을 창작물에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얼마나 진심을 담았는지, 얼마나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했는지, 이걸 만드는 동안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로도 내가 만든 것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평가 항목이 수익을 늘리는 데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 인류가 눈을 뜨는 내내 행하는 모든 동작이 전부 다 수익과 연관되는 삶을 살았나? 어떤 일은 돈을 버는 것과는 연이 없을지라도 우리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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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oXpaS62-Ac?si=Nu-UBzynSAYZ8O7p


The Digital Pandemic is (probably) Survivable
[Shaffer Nickel]



[영상 소개]


영상을 재생한지 1분도 되지 않아 '스크린 타임은 새로운 담배와도 같다'는 인용문이 등장해 제게 충격을 주었던 영상입니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핸드폰을 사용하는 건 간접흡연으로도 비유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 영상에서는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세계를 구성하는 알고리즘과 멀어지는 방법으로 '물리적 경험'을 강조합니다. 이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유튜버는 미술용품에서 구매한 클레이로 무언가를 만들면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줘요. 쉬운 방식은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나만의 맥락을 만드는 방식을 선택하면 더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메시지인데요. 영상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확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상을 통해 배운 점]


영상에서는 15달러를 들고나가 마음에 드는 미술 용품을 사고, 타이머를 1시간으로 맞춘 뒤 아무렇게나 놀아보기를 제안한다. 이 대목을 듣고 나니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내 삶에 미술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붓을 잡거나 조각을 하거나 점토를 만지는 경험을 언제 했는지 까마득하다. 매끈한 스크린을 만지며 노는 건 이미 충분히 해보았으니 오감을 활용해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새롭게 만나볼 때가 된 것 같다.


[영상 속 배움을 삶에 적용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까?]


좀 더 솔직해질 용기 가져보기

: 맥락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삶의 모든 과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건 언제나 망설여진다. 평가받는 게 두렵고 내 예상과 다른 모습으로 내가 완전히 정의될까 봐 겁이 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든 내가 무슨 생각으로, 어떤 분야에 시간과 노력을 왜 쏟았는지 그 맥락을 보여줄 용기가 가장 필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 이 시기인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 자꾸 드러내는 연습을 해보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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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NG3XiKIFpQE


Metal Moves
[Moves With Mollyl]


[영상 소개]


유튜브에서 메탈 밴드의 노래를 듣다가 우연히 알고리즘을 타고 만나게 된 영상입니다. 피트니스 영상에 주로 사용되는 팝 음악이 아닌, 메탈 밴드의 노래와 함께 유산소 운동을 하는 피트니스 시리즈를 만들겠다고 소개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유튜버 몰리는 어릴 때부터 고스 키드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댄서이기도 했다는데요. 언제나 록은 격정적이고 즐거운 장르라고 생각했지만 누구도 록밴드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거나 운동 동작에 활용하지는 않길래 본인이 직접 그 일을 해보려 한다고 말합니다.


클래식 록부터 최신 메탈 코어, 데스 메탈까지 다양한 록과 함께하겠다는 포부가 인상적인 영상이었어요. 이에 대한 사람들의 상반된 반응까지 숏츠 영상으로 만든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전체 프로그램 구성은 총 4주 분량이지만 1주 차에 해당하는 영상은 무료로 공개한다고 하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해당 채널에서 영상을 확인해 보세요.




[영상을 통해 배운 점]


세상에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면 더 이상 외롭지 않다

: 정말 많은 여성들이 '이런 영상을 기다려왔다'라는 댓글을 단 것을 보고 저도 기뻤습니다. 어떤 밴드가 더 우월한지, 누가 진정한 록/메탈에 가까운지 등등 답 없는 논쟁을 이어가는데 수명을 낭비하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장르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기대감을 나누는 공간을 볼 수 있어서요.


어떤 밴드는 나이가 먹어서 한물갔고, 어떤 밴드는 너무 말랑해서 록이 아니고, 어떤 밴드는 다른 밴드만 못하고, 진짜 록을 좋아한다면 이런 노래를 듣는 게 아니라 저 노래를 들어야 한다는 등 록밴드를 도구 삼아 자기의 서열을 정립하려는 시도가 정말 싫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대방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록밴드를 주제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야기할 기회를 자주 갖지 못해 그동안 참 아쉽기도 했다는 걸 영상의 댓글을 보고 난 후 뒤늦게 알게 되었어요.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들어도 상관없으니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며 외롭지 않게 살아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도 어쩌면 그런 말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닐까요?



[영상 속 배움을 삶에 적용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까?]


취향에 대해 계속 말해보기

: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는 영상을 보고 난 이후에는 저도 조금씩 저의 취향을 드러내는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다이어리 쓰는 걸 좋아하는 동시에 시끄럽고 격정적인 노래를 듣는 것도 좋아하고, 귀여운 걸 좋아하면서도 무섭게 소리 지르는 노래도 좋아하는 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요. 그리고 아무리 신나는 노래를 듣더라도 아무런 미동 없이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 기운 빠진 사람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언젠가 이야기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복합적인 사람이라는 걸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나니, 이런 시도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것을 덜 두려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서로 상반된 취향을 한 사람이 동시에 지니는 게 당연하다면, 누구나 좋은 면과 끔찍한 면을 둘 다 갖춘 게 당연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게 분명히 존재하는 모습을 굳이 없는 척 묻어두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내가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사람인 것도,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인 것도 그저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되, 취향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처럼 저 또한 언제든지 변화할 여지가 있다는 걸 인지하면 스스로에게 좀 더 관대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나의 모습을 모난 점까지 포함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수록 다양한 사람들도 점점 더 많이 수용하게 되어 저의 세계가 훨씬 더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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