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 09 기록
예술이 생계를 안정적으로 보장해 주는 시대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인류 역사를 다 뒤져도 이런 시기가 없었던 걸까요? 과거에도 현대에도 예술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과 연관이 없는 비효율적인 작업이었고 그래서 저 또한 창의적인 예술가를 항상 동경했으면서도 감히 가까이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를 스쳐 지나간 모든 사람들은 전부 예술을 만드는 걸 전업으로 삼지 말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그 말에 반박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꼭 창작자가 되지 않아도 괜찮은 삶을 살아보려 했어요.
그런데 새로운 무언가를 직접 창조하는데 전념하는 삶 대신, 흥미나 관심사와 동떨어진 삶에도 만족하고 적응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할수록 제가 얻는 건 스스로에 대한 이해뿐이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전념할 수 있는 일, 여러 번 거절당해도 놓을 수 없는 시도,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저의 관심사는 확고했고, 이는 너무 비효율적이고 고집스럽기 때문에 AI로 뭐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시대와는 뒤떨어진 것이었지만 애초에 저는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올라타는 세련되고 똑똑한 사람이 되는 걸 인생 목표로 삼은 적도 없다는 걸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이런 시기에 자신의 창작물을 온라인에 공유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게 현명한 일인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는 결국 창작자의 동의 없이 AI의 기술을 발전시키는 먹이로만 소모될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모두가 AI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면 이를 발판 삼아 기술의 도움 없이 스스로 예술을 만드는 인간이 되어보고 싶다는 열망도 반작용처럼 피어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시간이 충분히 지난 미래에는 AI로 만든 예술이 오로지 자신만의 고유한 창작물이 될 수는 없다는 걸 다들 알게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관심과 돈은 언제나 희소한 쪽을 향했기 때문에 결국에는 특정 기업이 만든 기술, 혹은 누구나 따라서 입력할 수 있는 프롬프트에 의존하는 걸 벗어나 스스로 체화한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소유물을 창조하려는 열망이 다시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들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는 그저 희망 사항일 뿐 지금 이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상 무엇이 장기적으로 의미 있을지 벌써부터 예측하려 드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미래에는 모든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되고, 직업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무서운 예측이 존재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현재를 최대한 충실하게 보내는 것이라는 확신도 들어요. 괜한 두려움 때문에 그동안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일에 도전하고,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오늘 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나에게 선물해 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창작자로서의 발판을 쌓아가기 위한 용기를 내고 있는데요. 마침 이번 주에 만난 콘텐츠 중에서도 유독 '창작자 마인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보여서 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KellyDaleyArt (영상 링크)
언어 사용에 있어서 게으르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나는 형편없어" 같은 엉터리 표현 같은 거요.
"내 원근감이 부족하고 선 처리가 불분명하지만 그건 고칠 수 있는 부분이고 나는 이걸 고칠 거야"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최근 제 유튜브 알고리즘은 예술 계통의 커리어 전망을 이야기하는 영상의 비중이 늘어났습니다. 서로 다른 섬네일의 영상이었지만, 아무도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확실히 장담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끝난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비슷했어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할 방법은 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위 영상에서는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창작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성장하고, 결국 성공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스스로에게 '형편없다'는 단순하고 짧은 평가를 내리는 대신,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부족한 점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피드백을 이야기하라는 내용이 정말 와닿았습니다. 저도 어쩌면 그동안 스스로에게 개선 가능한 평가를 내리는 대신 게으르고 평면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반복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기도 했어요.
거듭되는 실패와 실망 속에서도 개선의 기회를 찾는 마인드셋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체화할 수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에 연연하는 대신, 개선 가능한 점을 찾고 이를 발전시키면 성장에 도움이 된다.
그동안 스스로의 능력을 비판하고 단정 짓는데 사용했던 언어를 개선 가능한 피드백으로 바꾼다면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Jared Thomas Tapy (링크)
예술가는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예술가는 자신만의 관점을 판매합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모닝 루틴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방식을 필요로 합니다.
당신의 이미지 뒤편에 담긴 이유를 세분화하세요. 왜 이 순간인가, 왜 이 인물인가, 왜 이 조명인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 하고 있는 친구가 좋아요를 누른 덕분에 저의 피드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릴스입니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빠르고 일목요연하게 요점만 말하는 모습에 영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사진작가뿐만이 아니라 SNS에 자신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올리고자 하는 창작자 모두가 염두에 두면 좋을 조언을 한 점도 좋았습니다.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에 맞춰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하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 예술가로부터 원하는 점이라는 조언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꼭 눈에 띄는 성과로만 콘텐츠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고유함을 드러내도 괜찮다는 이야기처럼 들려서 말이에요.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왜 이런 감정을 느꼈는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공유하며 타인과 구별되는 나의 시선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이 나의 고유한 가치가 될 수 있다.
알고리즘이나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온라인에 창작물을 올리는 건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저조한 반응에도 기죽지 않고 계속 창작을 이어갈 동력은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관점을 더 밀어붙이기 위해 공부하고 조사하고 생각하는 게 나의 일이다"
<관점을 파는 일>
팬은 팔로워가 아니라 동료다
이 일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은 바로 나의 동료는 누구인가와 연결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구독하고 있던 뉴스레터 저자분이 신간을 발매하셔서 이번 주에는 이 책을 계속 읽었습니다.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책 또한 자신만의 관점이 담긴 뉴스레터를 만들기까지의 다양한 시행착오가 담긴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팬을 단순한 팔로워가 아니라 함께 성장할 동료로 정의한 부분이었습니다. 숫자보다 밀도를 중시해,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과 함께 성장할 방법을 찾아가려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나는 콘텐츠에 어떤 가치를 담을 수 있을지, 이와 같은 콘텐츠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동료로서 함께하고 싶다면 무엇을 시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게 되더라고요.
위에서 소개한 릴스를 보고 난 이후 '그래서 내 관점을 창작물에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떠오르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며 힌트를 찾아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팬은 함께 성장해야 나갈 동료나 다름없기 때문에 어떤 가치를 바탕으로 어떤 목표를 향해 이 동료들과 함께 나아갈 것인지 뚜렷하게 정의하는 편이 좋다. 이는 처음부터 완벽히 설계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시도를 해보며 조금씩 수정해야 할 것이다.
나,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 모아 움직일 수 있는 짧은 문장을 찾는다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