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건강에세이
이 이야기는 꽁꽁 숨겨두었던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야기다.
다이어트 부작용의 근본적인 이유를 다시 꺼내본다.
변명처럼 보일까 봐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이어트의 핵심과 맞닿아 있으므로 반드시 해야 한다.
트레이너로서 자기 관리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경험 중 내 몸의 속도를 무시한 다이어트는 결국 무월경이라는 명백한 건강의 적신호를 가져왔다.
어릴 때는 생리량이 많았기에 생리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여겼지만, 점점 몸을 공부할수록 그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렇게 건강한 다이어트를 고민하며,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지양하고 있었다.
‘꾸준히 운동하며 경험을 쌓다 보면
몇 년 후에는 대회를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저 연차 트레이너로서
센터에서 느껴지는 피트니스 대회 압박은 예상보다 강했다.
"한 번쯤은 나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말이 오갔고,
상담 중에도 회원이 “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트레이너인가요?”라고 묻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단체 채팅방에 대표님이 올린 대회 일정.
‘이건 나가라는 압박인가…’
그렇게 나는 가장 늦은 날짜의 일정을 골랐다.
최대한 천천히 준비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2~3개월뿐이었다.
피하지방을 극한으로 빼는 방법에 대해선 제대로 몰랐다.
그렇게 더디게 체중이 줄어가던 어느 날,
5주가 남았을 즈음이었다.
“다이어트 속도가 너무 더딘 것 같지 않아?”
서로가 조심스러운 사이인지라,
대놓고는 말하진 않았더라도
눈치로 선생님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오간 것을 알았다.
나도 방법을 물어볼 수 있었지만,
이미 모든 것이 압박으로 느껴지는 상황이라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결국, 가장 간단하면서 빠질 수밖에 없는 식단을 무작정 시작한다.
단호박,
닭가슴살,
야채,
아몬드만
3끼 먹는 식단.
살이 좀 더 빠지기 시작했고,
부족한 에너지에 정신은 멍해져 갔다.
힘이 안 날 때마다 에너지 드링크를 들이부었다.
수업 중 정신을 놓으면 안 되니까.
중간 운동으로 웨이트는 하루 두 번씩,
유산소는 시간이 가능한 대로 했다.
그리고 매일 밤 11시,
센터가 문을 닫으면 계단 타기와 러닝머신을 했다.
그렇게 한 달 넘게 좀비 같은 생활을 버텼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에너지는 더욱 고갈되어 갔다.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그냥 기력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대회 뛰려면 남들도 이 정도는 해. 너만 힘든 게 아니야.’
스스로 위로를 해보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이것이 내가 원하는 일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늘 주체적으로 선택하며 살아왔다고 믿었는데,
지금의 나는 마치 목줄에 끌려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애써 생각했다.
‘이건 내 선택이야. 내가 결정한 일이잖아.’
그렇게 나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누가 나보고 나가라고 했냐고.
나 스스로가 압박에 견디다 못해 결국 나간 거라고.
이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직접 하고 있는 건데
내가 아님 누가 하고 있는 거냐고.
이왕이면 즐기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능을 거스르는 길이었다.
에너지가 떨어질수록
건강이 서서히 갉아먹히는 듯한 느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는 것이 날 미치게 했다.
내적 동기로 시작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결국 마음 깊은 곳에서 오는 반발심을 이겨낼 수 없었다.
대회가 일주일 남은 시점.
내 감정이 와르르 무너졌다.
밤이 깊어갈수록 무력감과 절망감이 나를 휩쓸었다.
‘포기할 수는 없어.’
하지만 ‘나는 왜 끌려가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나를 괴롭혔다.
아무리 긍정적이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분노,
압박감에 솔직하지 못했던
겁쟁이 같은 자신에 대한 원망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 순간, 충동적으로 눈에 보인 아몬드를 한 움큼 집어 입에 넣었다.
와구와구 씹다가, ‘대회가 일주일 남았는데…’ 하는 생각에 차마 삼키지 못하고 뱉었다.
묘한 해방감이 들었다.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라는 생각.
그것이 내 ‘먹뱉’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하루 1kg 한 봉지의 아몬드를 씹고 뱉으며 대회에 나갔다.
대회 때의 사진을 보면 몸은 마른데
침샘이 부어 얼굴이 부어 있다.
그 사진은 나에게 꺼내 보기조차 아픈 기억이 되었다.
그때는
트레이너로서의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는 과정 중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정립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 경험이 부족했던 나는
상사의 말을 진리라 여겼고,
반박할 힘이 없었다.
그들이 원망스러운가?
아니다. 오히려 감사하다.
그 압박이 아니었으면 나는 대회를 더 미뤘을 것이고,
피트니스 문화를 깊이 경험하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크게 탈이 없던 내 삶에 찾아온 어둠이었지만
그 시간 덕분에 나는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대회 이후, 후유증으로 다이어트라는 단어조차 보기 싫었다.
하지만 트레이너이기에 관리는 필요했다.
나는 이 갈등을 맘 속에 오랫동안 묵혀왔다.
나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나를 돌아보았을 때,
내가 추구하는 것은 결국 ‘건강’이었다.
건강을 좇으면 몸은 자연스럽게 건강해진다.
그래서 나는 내 속도에 맞춰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틀을 다졌다.
내가 그간 많이 해온 방식,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방식이 아닌
나만의 방식대로, 천천히.
이것이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이유다.
몸은 정직하다.
다이어트는 나를 위한 결정이고,
나의 행동에서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한발 한발 건강한 선택을 하다 보면
결국 내가 원하는 건강한 몸과 이상적인 몸에 도달할 것이라 믿는다.
부모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나에게 주체성을 길러주신 것이다.
'건강'만큼은 내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관이었으나
그런 나조차도 주체성을 잃었을 때,
다이어트 의지도 함께 잃었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신념과 부딪힐 일은 많이 있다.
그 안에서 나를 지켜내지 못하는 경험이 쌓여
무기력을 느끼면 건강할 의지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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