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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멈출 때, 나를 마주한다

by 글쓰는 트레이너

소통은 박수와 같다.
왼손이 아무리 힘껏 움직여도,
오른손이 마주하지 않으면 박수 소리는 나지 않는다.

소통도 그렇다.

한쪽의 마음만으로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나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을까.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느낌이 나를 짓누르곤 했다.

그 감정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이 괴로웠다.


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잘못을 저지를 때가 많을 것이다.

모르는 것이 죄라면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을까?


타인을 모른채 실수를 많이 할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알기란 어렵다.

그래서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 없이 상대를 판단하고 미워했던 적이 있었다.

말하지 못한 채 마음속에 쌓아둔 감정이

결국 부정적으로 흘러가게 했다.

실수 하나라도 걸리면 꼬투리를 잡을 기세였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결국 내 안의 어두운 면이 비춰지는 일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 감정을 피하지 않는다.

미움이 올라올 때,
나는 나 자신을 먼저 들여다본다.

그건 나를 알아차릴 시간이 주어진 것이고,

부정해오던 나를 수용할 기회가 온 것이며,

외면하던 나를 마주할 용기만 있으면 된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에서 나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그 그림자가 나의 한 부분임을 인정했다.

나의 미운 면을 수용하고나니

상대를 미워하는 마이 사라졌다.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으며

그의 진심도 왜곡해서 보지 않을 수 있었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결국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다.
그 감정 속에서 내가 배운다면
상대에게 요구할 것은 없다.


반대로,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을 돌아볼 과정이다.
그들의 감정까지 내가 책임질 수는 없다.


예전의 나는 신경증 환자처럼 살았다.
갈등이 생기면 모든 책임을 내 탓으로 돌렸다.

사람과의 갈등에 있어서도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대신 짊어지려하다보니

내 감정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오히려 오해만 샀다.


'신경증 환자'라는 표현은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인용한 개념입니다.
이 책에서 박사는 인간의 심리적 문제를 두 부류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신경증 환자는 세상과의 갈등에서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성격장애자는 세상이 잘못됐다고 여기며 책임을 회피합니다.

즉, 전자는 책임을 과도하게 짊어지는 사람, 후자는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나도 그랬듯이 내 실수 하나로도 꼬투리를 잡기 마련이다.
그들에게는 여유가 없다.
그리고 이제야 안다.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


신경증 환자들은 자기 자신을 못살게 굴고,
성격장애자들은 자기 외의 사람들을 못살게 군다.
- M. 스캇 펙, 『아직도 가야 할 길』 중에서


나는 그동안 나 자신을 못살게 굴며 살았다.
이제는 그 패턴을 알아차렸으니
내 감정과 친해지고,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소통은 결국 '관계의 기반.'이다.

상대가 다가오지 않으면,
알고자 하지 않으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단절이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

언제든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지키고,

내 할 일에나 집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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