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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Nov 06. 2024

그리움이 퍼지는... 싱그러운 오후



마른 이파리
파르르 떨며
헐벗은 나뭇가지를
힘겹게 지키고 있는 오후
떨어질 기운조차
없는지
바람 따라 흔들거린다

먼저 떨어진
낙엽들은
이미 멀리 가버리고
몇 개 남은

낡은 이파리끼리
지난날들의
찬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부드러운
연두색 이파리가
눈부신 햇살을 받아
반짝이던 봄날
눈같이 하얀 꽃으로
나는 사람들을
유혹하던 순간들

곱게 물들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가을날의 사랑스러운
아름다움은
가슴속에 묻는다

지나가던 참새 한 마리
가지에 앉아
꼭꼭 찍어 보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마른 이파리
살며시 떨어진다

다 버리고
다 비어버린 나뭇가지가
두 팔 벌려
서로를
감싸 안으며
서로를 의지하는
파란 하늘아래에
싱그러운 그리움이 퍼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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