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과 속 권태로움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나의 하루는 누구보다도 바쁜 편이라고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잠들기 전까지는 오로지 나의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나의 시간을 보내면서 하는 것들을 정리해보면 헬스장 가서 운동하기, 유튜브 녹화하고 편집하기, 그림그리기, 온라인 게임하기, 책 읽기, 코딩테스트 풀고 기술 블로그에 리뷰남기기, 그리고 요즘은 책을 써보는 것도 해보는 중이다.     

  이 많은 것들을 어떻게 다 해내냐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에는 좀 더 많은 것들을 했었다. 그때는 스마트 스토어에 물건을 올려서 파는 일도 했었고, 창업 준비도 더 열심히 했었으니까. 지금은 나의 안정을 위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하고 있다. 그동안 나를 너무 다그치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나는 시간에 쫓겨 매번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살았다. 그랬더니 어릴 적부터 있었던 우울증이 심해졌고, 내가 이대로 살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다. 바로 어제 동생과 함께 갔던 카페를 내가 방문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고 새로 알게 된 지인들이 누군지 못 알아봤으며 회사에서 내려진 지시에 제대로 못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인으로부터 ‘너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으니.     

  ‘이대로 내 생활을 이어가면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도 못 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은 그때부터였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나부터 건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 뒤부터 해야 할 일들이 조금씩은 뒤처지더라도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있기로 했다. 지친 마음에서 비롯된 권태를 인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