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하는 하루 하루 그리고 해피엔딩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거지?
두 눈을 부릅뜨고 또 동그랗게 뜨고 다시 눈을 깜빡이며 보아도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한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믿기지가 않아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서,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은 동화 같은 빅토리아 이야기입니다.
캐나다에서 40일 중, 30일 동안은 밴쿠버 아일랜드에 있는 빅토리아에서 살았습니다. 빅토리아 다운타운에서 북동쪽으로 조금 떨어져, University of Victoria에 가까이 있는 마을입니다. 집에서 5분만 걸어가면 Cadboro-Gyro Park & Beach가 있어, 한적하고 바다가 가까이에 있는 조용한 마을이었습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꿈만 같습니다.
2층 단독 주택에서 지냈습니다. 작은 앞마당과 테이블이 있는 파티오가 있고, 터키색과 파란색이 섞인 벽과 버건디 컬러의 지붕이 예상 못한 색감으로 다가온 2층 집입니다. 창문으로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나뭇잎들이 그대로 보이고, 새소리가 매일 가득한 집입니다. 앞마당에 하늘 끝까지 높이 올라가 있는 크나큰 나무가 있고, 창문으로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새소리가 매일 가득한 집입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매일 산책을 합니다. 근처 공원에서 축구를 하고, 바다를 걸어가서 모래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입니다. 걸어가며 하루를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뛰어놀며 마음껏 소리 지르며 더 밝게 웃습니다. 노을을 바라보며 어둑어둑 해 질 녘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그 길과 그 공원이 지금도 눈에 선하게 그대로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빅토리아에서 일주일 되던 날 저녁입니다. 바다에서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그날은 구름이 많아, 어둑어둑한 회색빛으로 가득한 날입니다. 걸어오는 길에 인기척을 느끼고 앞을 보았습니다. 순간 휙 날아가는 무언가가 눈앞에서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본 거지? 올빼미? 올빼미!!
순식간에 바닥에 내려오더니, 쥐 한 마리를 낚아채서 어느 집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아이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올빼미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것도 동물원이 아닌, 집 앞에서 내 눈앞 지붕 위에 있습니다. 올빼미 만으로도 믿어지지 않는데 지붕 맞은편에는 작은 매가 앉아있습니다. 서로 마주 보고 있고, 매는 쥐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매가 순식간에 다가오니 올빼미가 날아가 버립니다.
해리포터 세트장인가? 호그와트 인가? 우리가 올빼미를 보았어! 그날부터, 아이들은 매일매일 하늘을 바라보고 지붕을 찾으며 올빼미를 기다립니다.
주말이면 바다에 갑니다. 오래된 나무가 가득한 모래사장이 안쪽으로 동그랗게 자리 잡은 조용한 Cadboro-Gyro Park & Beach는 애정하는 곳입니다. 그곳엔 호기심 가득한 물범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가가면 원을 그리며 저 멀리 가고, 다시 해안가 가까이 다가와서 얼굴을 쏙 내밀고 한참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또 갑니다. 물범이 나타나는 날엔 온 동네 아이들이 "SEAL "이라며 외치고 즐거워합니다.
아이들에게 선물처럼 찾아오는 동물들입니다.
사슴은 매일 아침 캠프 가는 아이들에게 아침인사를 건네줍니다. 정원과 공원, 곳곳에 사슴 가족이 있습니다. 고양이보다 더 자주 마주칩니다. 귀여운 토끼와 청설모는 어디든 함께합니다. 나무로 만든 담장사이엔 청설모가 뛰어다니고, 울타리 아래엔 토끼가 도망도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매일 그렇게 하루도 안 빠지고 '숨은 동물 찾기'를 합니다. 하나씩 찾을 때마다 자기들끼리 점수도 매겨봅니다. 올빼미는 100점이 걸려있었네요.
우연한 만남에 신납니다. 이곳은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네.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게 자연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빅토리아에서 한 달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게 해 줍니다. 물범과 토끼, 그리고 사슴들.
우리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하는 하루를 보내며 동물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늘 장래희망이 유투버, 프로게이머였는데. 변화가 시작됩니다. 자연과 함께, 사슴, 토끼, 고양이와 물범을 보고, 느끼고, 직접 체험한 것들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스펀지처럼 스며들어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나 봅니다.
엄마, 난 동물들의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가 될 거야.
그래서 올빼미를 꼭 다시 찍어볼 거야.
동화 같은 한 달을 보낸 빅토리아,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다시 밴쿠버로 돌아오는 날. 저희는 크나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 다시 밴쿠버로 오는 날입니다. 넓고 넓은 바다 페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하얀 물거품이 살짝 일렁거립니다. 페리에서 방송이 나옵니다.. "Happy to see the 'WHALE'" , We're all lucky" 범고래 가족을 만났습니다! 페리 안이 환호성으로 가득 찹니다. 고래의 점프 한 번에 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눈을 마주칩니다. 고래를 보고 싶어 한 아이들의 소원이 이루어진 날입니다. 첫째는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고래 투어에서도 만나지 못한 범고래를 이렇게 페리에서 만났다며 이제 더 이상 소원이 없다고 합니다.
동화의 끝은 믿기지 않은 완벽한 결말. 해피엔딩입니다. 빅토리아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빅토리아를 밴쿠버 아일랜드를 떠나는 우리에게 범고래가 마지막 인사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름 다운 빅토리아를 꼭 기억해줘~’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또 어디 있을까요?
그날 깨달았습니다.
저는, 밴쿠버 아일랜드를 빅토리아를 영원히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Cadboro-Gyro Park & Beach
빅토리아에서도 추억이 가장 많은 곳. 우리 가족 모두가 애정하는 바다입니다. 넓고 넓은 잔디 운동장, 주차장, 화장실, 4개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 놀이터, 그 앞 백사장, 잔잔한 바다, 그리고 물범까지. 아이들이 놀기에는 정말 좋습니다. 바다 바로 옆, Local Market이 있고, 빅토리아에서 유명한 MOKA Coffee 가 있습니다. 주말엔 생일파티를 하는 바다이고, UVIC 학생들이 함께 소풍을 오기도 하는 곳입니다. 동화 같은 빅토리아 이야기는 모두 이 곳에서 만들어 졌습니다.
<웹사이트> Click > Cadboro-Gyro Park & Be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