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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엘 Nov 13. 2024

다시 만난 팀홀튼

캐나다에서 만난 나의 20대에게

마침내 Tim Hortons 팀홀튼에 왔습니다.


캐나다 한 달 살기를 계획하며 가장 가고 싶었던 곳 ‘팀홀튼’, 당장이라도 마시고 싶은 '프렌치 바닐라' 한잔이었습니다. 21년 전,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매일 가던 곳. 친구들과 커피 한잔을 할 때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 곳도 미래를 고민하며 창밖을 하염없이 보고 앉아 있던 곳도 모두 팀홀튼이었습니다. 어학연수 추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

   

아이스하키채 모양의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고 들어가 봅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입니다. 매일 한잔씩 마시던 프렌치 바닐라도. 한 박스를 사서 하루종일 친구와 함께, 클래스에서 모든 사람들과 나눠 먹은 미니 도넛 팀빗도. 내가 가장 좋아한 담백하게 달콤한 도넛과 초콜릿이 잔뜩 얹어진 초코 도넛까지.


그때처럼, 프렌치 바닐라를 시켜봅니다. 20대의 내가 그곳에 앉아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 그대로. 대학교 4학년. 단발머리를 하고, 청남방을 입고 창가 자리에 앉아있는 내가 보입니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영어에 대한 고민을 잔뜩 하고 있는 얼굴입니다. 20대의 난 참 바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시 만난 나의 20대.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마음 한편 안타깝습니다. 나의 20대에게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며 초조해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너무 바쁘게 쫒기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의 이 행복과 소중한 시간을 마음껏 누리고 즐기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걱정하지 말라고. 넌 무엇이든 다 잘할 수 있다고.


21년 만에 다시 온 캐나다에서 팀홀튼은 어느새 60주년이 되어 있고, 나는 40대가 훌쩍 넘었습니다. 프렌치 바닐라 한잔으로 나는 나의 20대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땐, 다시 내가 여기에 이렇게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겠지. 생각보다 프렌치 바닐라는 너무나 달았습니다. 그땐, 이렇게 달고 달디 단 커피를 어떻게 매일 마셨을까.

 

팀홀튼 덕분에 잠시나마 대학생의 나, 풋풋하고 열정이 가득했던 그때의 나와 마주했습니다. 추억과 기억여행을 잠시 다녀왔습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남자 주인공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여자 주인공이 선재를 보는 느낌이 이런 기분일까. 과거를 만난다는 건 생각보다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고 생각보다 뭉클한 일입니다.


나의 20대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오랜만이야. 네가 매일 소중하게 만들어준 그때 행복했던 기억 덕분에 지금도 행복하고, 네가 한 그 수많은 고민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그때 마시던 달고 단 프렌치 바닐라 덕분에 지금도 달달한 하루를 보낼 수 있어.
그 자리에 있어서 고마워 나의 20대. "


나의 20대가 나에게 답하는 것 같습니다.


프렌치 바닐라의 따스함을 기억하고 있네. 넌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멋지네. 다행이야. 난 고민이 많거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몰랐던 나였는데. 나 참 멋지게 나이 든 것 같아.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해 보여.
그래서 나도 행복해. 고마워 나의 40대.


우리는 서로 알고 있었습니다. 이 소중한 순간. 이 소중한 시간은 다시 오지 않기에 더욱 즐겨야 한다는 것을. 다시 만난 팀홀튼에서 나는 그 소중한 시간을 한번 더 얻었습니다. 그 소중한 기억을 또 하나 만들었습니다. 처음 알았습니다. 처음 느꼈습니다.


지금 40대의 내가 20대의 나에게 자랑스럽습니다. 그게 참 좋았습니다.   


안녕. 나의 20대 그리고 다시 만난 캐나다의 팀홀튼.


팀홀튼 (Tim Hortons)


팀홀튼은 캐나다 브랜드입니다. 캐나다의 맥도날드와 같고, 캐나다의 김밥천국과 같은 곳이에요. 캐나다 아이스하키 전설인 팀 홀튼(Tim Horton)과 그의 파트너인 짐 샤라드(Jim Charade)가 처음 시작했고 올해 60주년이 되었습니다. 캐나다인이 사랑하는 브랜드이자 캐나다 전국 어디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곳이에요. 고속도로에서 팀홀튼은 휴게소 같은 역할까지 합니다. 모든 종류의 커피, 음료 부터 햄버거, 샌드위치, 도넛, 스프 까지 모든 종류의 음식이 가득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좋아했던 프렌치 바닐라 외에도 '더블 더블 (두번의 설탕과 두번의 크림: 옛날 부모님들이 커피를 타며 설탕 2스푼, 크림 2스푼 그 느낌입니다.)'과 '오리지널 아이스캡 (스타벅스의 프라푸치노와 비슷한 커피음료)'가 인기가 많습니다. 캐나다에서는 가성비 좋은 커피와 음식을 팔고 있어 더욱 인기가 많습니다. 한국에도 팀홀튼 매장이 신논현점에 1호 오픈한 이후, 곳곳에 팀홀튼을 쉽게 만날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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