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향과 바다 향이 공존하는 그릇
익숙한 간판이 아니었다.
그저 발걸음을 이끈 건,
안쪽에서 풍겨오는 기름과 마늘의 향이었다.
주문한 건 해물짬뽕.
그릇이 놓이는 순간부터,
나는 그날의 피로를 반쯤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국물은 생각보다 붉지 않았다.
하지만 한 숟갈 떠보면, 고춧가루와 불향,
그리고 해산물의 감칠맛이 동시에 밀려온다.
홍합은 큼직하게 살아 있고, 오징어는 탱탱하며,
숙주는 아삭함을 잃지 않았다.
이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다.
몸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국물과 함께 덜어내는 의식 같은 느낌이었다.
국물은 점점 뜨거워지고, 혀끝은 얼얼해진다.
이럴 때, 유일하게 떠오르는 건 시원한 맥주 한 잔.
혹시나 해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눈부시게 차가운 병맥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짬뽕과 맥주.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조합이지만,
이토록 잘 맞을 수 있나 싶을 만큼 완벽했다.
뜨거운 국물이 맵고 무겁게 입안에 남을 때,
탄산은 그것들을 가볍게 지워주었다.
맥주 한 모금이 지나간 입안에는
해물의 향긋함만이 남아있었다.
밑반찬, 작지만 강한 한입
짬뽕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럽지만,
이 집의 밑반찬은 소리 없이 큰 역할을 했다.
기본으로 나오는 깍두기.
자극적이지 않은 단맛과 알싸한
맛이 조화를 이루며
매운 국물 사이사이를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복병, 닭껍질튀김.
짬뽕집에 이런 게 있다고?
바삭함은 기본,
기름진 듯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묘한 조화.
짬뽕 국물에 적셔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맥주 안주로 손색없었다.
그릇을 비우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오늘, 밥을 먹은 것이 아니라
나를 위로한 것이다.
매운맛, 짭조름한 바다의 풍미,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오늘 하루를 제대로 포장해주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감동이 한 끼 안에 숨어 있다.
이 짬뽕, 또 생각날 것 같다.
다음엔 꼭, 맥주도 제대로 곁들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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