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흔들리는 날, 아빠는 어떻게 곁에 있어야 할까
“나 오늘 그냥 다 짜증 나.”
“아무 일도 없어. 그냥 나 좀 내버려 둬.”
딸의 말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할 때,
아빠는 종종 당황하거나 무력함을 느낀다.
딸의 표정은 닫혀 있고,
조심스레 말을 걸어도 “됐어.”라는 말이 돌아온다.
이럴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왜 저래?”, “또 사춘기야?”라고
딸의 감정을 ‘과민 반응’으로 해석해 버리는 것이다.
사춘기의 감정은 예측할 수 없다.
딸 본인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이나 분노, 무기력을 겪는다.
그 감정은 종종 설명도, 정리도 되지 않는다.
『정신과 의사 정우열의 감정수업』(정우열, 2025)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춘기의 감정은 방향 없는 진동이다.
통제하려 하지 말고, 지나가게 두라.”
이 말은 부모에게 큰 힌트를 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어가 아니라, 존재적 지지다.
감정이 요동칠 때,
딸은 긴 설명이나 조언보다
그저 곁에 있어주는 아빠를 원한다.
옆에 조용히 앉아 있어 주는 것
억지로 묻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
가벼운 간식이나 산책으로 감정을 환기시켜 주는 것
이런 작은 행동이
딸에게는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신호가 된다.
그 신호 하나로, 딸은 다시 마음을 열 준비를 시작한다.
중학교 2학년 나현(가명)은
학원에서 돌아온 저녁, 아무 말 없이 방에 틀어박혔다.
엄마가 물어도 “아무것도 아냐”만 반복했다.
아빠는 말없이 딸의 방문을 살짝 열고
귤 하나와 따뜻한 물 한 잔을 책상 위에 놓고 나왔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딸의 방 앞에 10분간 앉아 있었다. 그날 밤, 나현은 말했다
“아빠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앉아 있어서,
이상하게 그게 제일 위로됐어.”
말보다 무게 있는 위로가 있다.
그건 곁에 머무는 용기다.
부모는 딸의 아픔을 대신해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빠는 딸의 감정을 없애주기보다,
그 감정이 무시되지 않도록 지켜봐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 감정은 틀린 게 아니야.”
“지금 네가 느끼는 그대로 괜찮아.”
“나는 네가 그 감정과 함께 버텨가는 모습을 믿어.”
이 말들이 반복될수록
딸은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사랑 안에서 회복되는 경험을 갖게 된다.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는
딸의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옆에 있는 것이다.
감정이 지나갈 때까지 함께 있어주는 것,
그것이 곁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