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와준 건데, 왜 더 화가 났을까
“진짜 오늘 너무 힘들었어…”
아내가 저녁 식탁 앞에서 조용히 말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답했다.
“그래서? 뭐 때문에 힘들었는데?”
“그럼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말고, 그냥—”
아내는 내 말을 끊었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날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나는 내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문제를 정리했고, 해결책도 제안했다.
그런데 아내는 한숨만 쉬었다.
밤이 되어서야 그 사람이 말했다.
“나는 그냥… 네가 내 얘기 좀 들어줬으면 했어.”
“해결하라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이 있어달라고…”
나는 그때 알았다.
아내는 ‘답’을 원한 게 아니라
‘마음’을 원했던 거라는 걸.
나는 사고형(T)이다.
감정보다 구조를 먼저 본다.
상대가 힘들다고 말하면,
그 감정을 분석하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를 떠올린다.
감정을 나누는 대화에도
정리와 방향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누군가 괴롭다고 하면
“무슨 일이야?”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말부터 꺼낸다.
나는 그게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는
그 말을 들을수록 더 고립됐다.
아내는 감정형(F)이다.
감정은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
‘느껴져야 하는 것’이다.
“나 힘들었어.”라는 말은
도움 요청이 아니라
‘같이 머물러달라’는 신호다.
“그랬구나.”
“그 상황이면 정말 속상했겠다.”
이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런데 나는 늘 그걸 뛰어넘었다.
‘왜 그랬는지’, ‘어떻게 할지’부터 말했다.
아내는
공감이 없다고 느꼈고,
나는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린 서로를 돕고 싶었지만
방법이 너무 달랐다.
그 이후, 나는 대화의 순서를 바꿔보기로 했다.
감정에 머무는 연습.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연습.
아내가
“오늘 너무 지쳤어.”
라고 말하면
이제는 먼저
“고생했겠다. 진짜 힘들었겠다.”
라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 묻는다.
“지금은 뭐 하고 싶어?”
“내가 옆에 있어주는 게 좋겠지?”
놀랍게도,
아내의 표정이 확 바뀐다.
예전 같았으면 시작됐을 갈등이
이젠 거기서 멈춘다.
예전엔 이렇게 생각했다.
‘말로 위로한다고 뭐가 달라지지?’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말로 위로하면, 달라질 수 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은
가장 단순한 공감일 수도 있다.
사랑은 공감의 언어를 배우는 일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말과 말 사이를 번역해 주는 과정이다.
나는 사고형이다.
하지만
감정형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지금,
공감을 연습하는 사람이 되고 있다.
– 나는 감정을 들으면 바로 해결하려는 편인가요?
– 상대는 지금, 해결보다 공감을 더 필요로 하고 있진 않나요?
–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이 말이 내 입에서 얼마나 자주 나오는가요?
6편. 다툼 뒤 회복 속도도 다르다
나는 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아내는 마음을 닫은 채 며칠을 힘들어했다.
사과는 했는데 왜 풀리지 않을까.
감정 회복의 속도가 다른 우리,
회복의 리듬을 함께 맞춰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