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시작되기 전에 싸움이 끝났다
토요일 오전 10시.
아내는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삼켰다.
“10시까지는 출발하자고 했잖아.”
아내는 대답했다.
“응, 좀만 쉬었다가. 금방 준비할게.”
나는 속이 타들어갔다.
나는 전형적인 계획형(J)이다.
일정을 미리 짜고,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출발 시간이 조금만 늦어져도 불안하다.
지각은 예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다.
아내는 인식형(P)이다.
계획보다는 흐름을 따르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해진 시간보다 지금 기분이 더 중요하다.
이 두 사람의 주말 외출은
매주 작은 전쟁이었다.
“왜 이렇게 준비가 늦어?”
“좀 여유롭게 가면 안 돼?”
“예약했잖아. 늦으면 다 틀어져.”
“그러니까 조급하게 굴지 말고, 그냥 천천히 좀…”
대화는 늘 이랬다.
결국 외출은 가기 전부터 피곤했다.
정작 어디 도착해서는
둘 다 말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린 둘 다 지쳤다는 걸 인정했다.
“나는 그냥, 늦을까 봐 계속 불안했어.”
“나는 네가 자꾸 시간 시간 따지는 게 숨 막혔어.”
그때 처음으로 MBTI 얘기를 꺼냈다.
J와 P.
알고 나니 모든 게 퍼즐처럼 맞춰졌다.
나는 계획이 무너지면
감정도 무너지는 사람이고,
아내는 계획이
너무 촘촘하면 숨이 막히는 사람이었다.
그 이후, 우리는 협상을 시작했다.
아내가 말하길,
“시간을 정하는 건 좋은데,
여유 구간도 좀 넣어주면 안 돼?”
그래서 나는
‘10시까지 나가기’ 대신
‘10시~10시 30분 사이 출발’로 스케줄을 바꿨다.
그랬더니 정말로,
싸움이 줄었다.
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아내는 억지로 쫓기지 않게 됐다.
계획은 여전히 내가 세운다.
하지만 그 계획 속에
아내의 성향도 담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르다.
나는 정리와 질서를 추구하고,
그 사람은 자유와 즉흥성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그 다름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는 걸.
내가 놓친 유연함을 아내가 채워주고,
아내가 부족한 안정감을 내가 잡아준다.
결국 계획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를 배려한 계획이 중요한 거였다.
요즘엔
주말 외출이 더 가볍다.
아내가 옷을 고르며 늦어도
나는 소파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말한다.
“천천히 나가자. 아직 시간 여유 있어.”
그 말 한마디에
우린 이미 반쯤 도착해 있다.
서로의 마음속에.
– 나는 계획형일까, 인식형일까?
– 계획을 세울 때, 상대의 성향도 고려하고 있나요?
– 여유를 허용한 계획, 나의 관계에도 필요하지 않나요?
다음 이야기 예고
5편. 공감해 줘 vs 해결해 줘
감정형 아내와 사고형 남편,
“나 힘들었어”라는 말 뒤에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우리는 문제를 고치고 싶었던 걸까,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