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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영 Jul 29. 2020

라이벌

“경쟁을 통해 성장하라”   

한동안 캐년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비행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스티븐이 떠나면서 S 역시 캐년으로 교관이 바뀌게 됐다.   


“형. 저 이제 어떡해요?”

“너도 이제 행복 끝 고생 시작이야.”


처음에 스티븐을 교관으로 배정받았을 때 만세를 외쳤던 S는 그날 이후 표정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캐년과 첫 비행 직후 넋이 나간 표정으로 돌아온 S는 내게 하소연했다.


“형. 저 큰 일 났어요. 캐년한테 싹 다 털렸어요.”


S는 나보다 한 달 정도 일찍 비행을 시작했다. 직장을 다니다 퇴사하고 온 그는 어렸을 때부터 파일럿이 꿈이라고 했다. 바로 내 앞 기수였기 때문에 털사에 도착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비행을 배우면서 진도가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알게 모르게 그와 경쟁하는 사이가 됐다. 자가용 면장은 내가 먼저 취득했고 계기와 사업용 면장은 S가 앞섰다. 돌이켜보면 그가 있었기에 나는 남들보다 빠르고 무사히 모든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어느 날 한국 학생들끼리 모여 기분 전환할 겸 야외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와인 한잔을 들이 킨 S가 말했다.


“솔직히 형 아니었으면 지금 이렇게 사업용 과정에 있지 않았을 거예요. 나는 형 때문에 서둘렀어.”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나는 솔직히 느긋하게 배우고 싶었는데 형이 엄청 열심히 비행하고 막 치고 나가니까 그럴 수가 없겠더라고.”


솔로 크로스컨트리 중 Cessna 152

S도 날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지런했다. 계기 자격을 취득하고 멀티 엔진 과정을 시작하면서 수업 후에 교에 남아 매일 저녁 두 시간씩 시뮬레이터 연습을 하자고 제안한 것도 S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나는 캐년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을지 모른다. 구술 평가 땐 서로 모르는 문제를 알려고 각 평가관의 성향에 대한 생각과 대처법도 서로 주고받았다. 나는 S 외에도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운이 좋았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서로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고민해주던 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인생을 살면서 만의 쟁자를 두는 것은 성장과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 이벌을 보며 자극받고 더 열심히 노력하면 나태하고 무기력해질 수 있는 삶에 적잖은 활력이 된다. 시기와 질투가 아니라 협력과 공존의 라이벌이라면 인생 최고의 조력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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