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41의 경우 세 번의 스테이지 체크와 마지막 엔드 오브 코스를 통과하면 자가용 조종사가 된다. 스테이지 체크를 한번 만에 합격해 통과할 수 있지만 학교 평가관인 로스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매 단계마다 세 번의 비행을 거쳐 테스트에 통과했는데 일부 학생들은 다섯 번까지 테스트를 거쳐야 통과시켜주기도 했다. 스테이지 체크에서 한번 떨어지면 교관과 부족한 부분을 집중해서 복습해야 하고 그러려면 보충 비행을 한 두 차례 더 해야 했다. 교관은 학생이 만반의 준비가 됐다고 판단해야 평가관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 사이 다른 학생들의 이름이 하나둘씩 올라가면 순서는 뒤로 한없이 밀려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툰지도 같은 학교에서 비행을 배워 자격증을 취득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서 복습하는 리뷰 비행을 스테이지 체크에서 떨어진 직후나 다음날 새벽 일찍 했다.
마지막 스테이지 3와 엔드 오브 코스는 처음부터 배워왔던 모든 기동 절차를 전부 다 평가했다. 파워 온 스톨, 파워 오프 스톨, 슬로 플라잇 클린 & 더티, 스팁 턴, 턴 어라운드 어 포인트, S 턴, 노멀 테이크 오프, 숏 필드 테이크 오프, 노멀 랜딩, 숏 필드 랜딩, 고 어라운드, 이머전시 랜딩, 다이벌전, 로스트 프러시저 등 대략 20가지에 가까운 기동을 완벽히 수행해야만 통과할 수 있었다.
평가 전 툰지와 마지막 연습을 하고 사흘을 기다렸다. 모든 학생들이 자가용 면장을 취득하기 위해선 로스의 평가를 통과해야 했다. 로스 스케줄을 살펴보니 10명이 내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빠른 직장 생활 문화에 익숙해 있던 난 이 기다림이 길게만 느껴졌다. 기다리는 시간이 좀 쑤실 정도로 지루하고 초조했다. 교실 자리 한구석에 앉아서 체어 플라이트를 반복하면서 실제 평가에서 실수 없이 끝나기를 바랐다.
사흘 뒤,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학교로 돌아왔는데 파나마 유학생 훌리오가 나를 찾았다.
“준, 로스가 계속 너 찾던데.”
그 말에 듣자 갑자기 가슴이 떨렸다.
‘마지막이다. 이제 마지막 한 고비만 남았다. 할 수 있다.’
속으로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로스에게 찾아갔다.
“준비됐어?”
“응.”
“비행기에서 봐.”
긴장된 마음을 추스르고 비행기로 다가가 프리 플라이트를 했다. 비행기 등록증도 살펴보고 동체 구석구석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체크했다. 그러면서 상기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오늘 숏 필드 랜딩만 남은 거지?”
“응. 브리스토우로 가면 돼?”
“아니 여기서 할 거야.”
예상하지 못했다. 툰지와 브리스토우에서 그렇게 많이 연습했는데 학교 공항에서 시험을 본다니 당황스러웠다. 공항 환경이 달라지면 그에 맞게 비행을 조금씩 수정해야 한다.
‘브리스토우가 더 어려운 곳이니까 여기선 잘할 수 있을 거야.’
나 자신을 다독이며 로스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타워로부터 택싱 사인을 받고 런업 후 천천히 활주로로 향했다.
자가용 조종사 면허 취득 당시 탔던 4723H Cessna 152
“Riverside Tower, Cessna 4723H, number 1 at runway 19L for work in closed traffic.”
-리버사이드 타원, 세스나 4723H, 활주로 19L에 1번 대기 중, 장주 계획.
“Cessna 4723H, runway 19L clear for takeoff.”
-세스나 4723H, 활주로 19L, 이륙 허가.
hold short line을 넘어 활주로에 진입한 뒤 스로틀을 천천히 앞으로 밀었다. 비행기는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일으키며 강한 진동과 함께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적정 속도에 요크를 살짝 당겼다. 왼쪽에서 바람이 부는 터라 사이드 슬립을 이용해 상승했다. 로스는 말없이 고개를 뒤로 젖혀 활주로와 비행기가 수평이 되는지 확인했다.
‘한 번에 끝내자.’
업 윈드와 크로스 윈드, 다운 윈드를 돌아 마지막 파이널 구간에 진입했다. 여전히 바람은 강했다. 기수를 활주로에 맞춰 요크를 왼쪽으로 살짝 비튼 채 파워를 평소보다 덜 뺀 상태로 하강했다. 한결 가벼운 비행기와 달라진 공항. 연습 때와 확연히 다른 조건이었지만 그런 것들을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최대한 집중해서 비행기가 안정되게 하강해서 착륙할 수 있도록 요크를 잡고 있는 손과 러더를 밀고 있는 발에 일정한 힘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활주로 끝단에 가까이 오자 생각보다 고도가 높은 것 같았다. 얼른 스로틀을 당겨 파워를 아이들로 만들었다. 비행기는 자연스럽게 활주로에 적힌 19 숫자 위에 ‘쿵’하고 안착했다.
“학교로 돌아가.”
로스는 행어 복귀를 지시했다.
‘합격일까, 불합격일까.’
그의 눈치를 살폈지만 표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 속을 알 수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관제사에게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천천히 택싱 해서 행어로 돌아왔다. 칵핏에서 내려 비행기를 바닥에 연결된 밧줄로 묶은 뒤 로스는 내게 다가와 오른손을 내밀었다.
“축하해. 내일 엔드 오브 코스 준비해.”
졸업을 축하하며 G와 K와 함께
나는 로스의 손을 잡아 악수했다. 자가용 면장을 취득할 수 있단 생각에 뛸 듯이 기뻤다. 다음날 로스와 3시간에 걸친 구술 테스트를 보고 2시간 남짓한 비행 테스트에서 실수 없이 마무리했다. 나는 자가용 조종사가 됐다. 미국에 온 지 넉 달 만이었다. 한국 친구들과 외국 유학생들의 축하를 받았지만 옅은 미소만 지을 뿐 기쁜 마음의 표현을 자제했다. 평가를 앞두고 있거나 평가에서 떨어져 낙담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혼자 학교 근처 쇼핑몰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자가용 조종사 자격 취득을 자축하며 나 자신에게 주는 조촐한 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