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관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해야 할 것
나를 나답게 하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 중요한 건 꾸준히 하는 것이에요.
저는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스스로 풀어나가도록 돕는다"는 나름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걸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이제 저의 정체성이 될 수는 없겠죠.
더 나아가서, 그 행동을 계속해서 이어가지 않는 것도 문제예요. 몇 번 하다가 마는 걸로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사람들이 문제를 더 잘 이해하게 하고, 스스로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게끔 하기 위해서 제가 하는 행동에는 "느낀표"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는 것도 있어요.
느낀표는 제가 일상과 업무에서 경험한 것에서 느낀 점을 공유하겠다는 목표로 만든 이름이에요. 이 이름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도 하고, <어쩌면 영감>이라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기도 하죠.
이런 활동이 더욱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잠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해오고 있다는 점 때문이에요.
옛날에도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했었는데요. 예를 들면 제가 대학생 때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고 팁을 공유하는 시리즈의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고, 생활한복을 입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콘텐츠를 만든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활동, 그러니까 아르바이트 정보를 나누거나 여행기를 쓰는 것이 저라는 사람을 대변하지는 못하죠. 한 번 해본 것 가지고 "저는 여행기를 쓰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느낀표라는 이름으로 글을 쓴 건 13년째, 브런치에 좀 더 정제된 글을 쓴지는 5년째, 뉴스레터를 통해 일상의 경험을 공유하는 건 1년째니깐, 이제는 스스로 "나는 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그걸 통해서 사람들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게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라는 감각이 생기는 것 같아요.
시간 앞에 장사 없다고 하잖아요. 내가 하는 것이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꾸준함이란, 그냥 정신력으로 하면 되는 걸까요? 제 경험상으로 '정신력'이라는 것은 반쪽짜리 해답인 것 같아요.
정신력은 결국 몸 상태에 따라 좌우되더라고요. 브런치를 5년째 운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글을 쓰는 게 뜸했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회사 일이 바쁘기도 했지만, 제가 잠 자는 시간 빼고 다 일을 했던 건 아니거든요. 분명 비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 때 유튜브를 보면서 소파에 늘어졌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니까, 바빠서 글을 못 쓴게 사실이긴 한데 더 정확히 얘기하면 글을 쓸 여력이 없었던 거죠. 이걸 정신력부족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체력을 끌어올리는 거였어요.
2년 전부터 달리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요. 처음 시작할 때는 운동에 시간을 쏟는 게 아깝기도 했어요. 회사 일도 그렇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몇 개를 하다보니 일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거든요. 운동을 하고 나면 오히려 피곤한데, 이게 맞나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몇 달 지나니깐 '여력'이란게 생기기 시작했어요. 쉬어야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의자에 앉아있을 때 집중력이 올라가는 게 느껴졌죠.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일주일에 운동을 3시간 한다면 3시간 만큼 일할 시간이 줄어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1시간을 일해도 1시간 반 일한 것 만큼 효율이 올라갔어요. 3시간의 투자가 4~5시간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죠.
실제로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브런치 글을 거의 1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썼고, 뉴스레터는 1년동안 한 번도 마감 기한을 놓친 적이 없어요.
이렇게 체감이 되니깐 운동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효과는 확실히 돌아오고 있죠. 주변 사람들에게 더 친절해질 수 있고, 일을 더 많이 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나'라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되었죠.
정체성은 결국 내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고, 그 실천은 꾸준해야 해요. 그 꾸준함은 바로 체력에서 나오고요. 그래서 나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체력은 1순위가 아니고 0순위라고 할 수 있어요. 혹시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이 있다면,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시간을 들여서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보세요. 분명 더 큰 결과로 돌아올 거예요.
웹툰이자, 드라마로도 나왔던 <미생>의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할게요.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에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 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