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아트 Sep 15. 2024

배경지식이 없어도 즐거운 그림 감상

  그림 감상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그림은 아는 만큼 잘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 문구가 사람들이 그림과 멀어지게 한 계기를 만들었다. "나는 그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그림을 봐도 도통 모르겠네."라는 반응이 더 자연스럽다. 그러다 보니 그림을 보면서 떠오른 감정, 생각들을 편안하게 이야기하기보다 어디선가 읽은 내용을 자신의 의견인 듯 말하거나 아니면 입을 다물고 외면해 버린다. 우리는 그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문화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못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림 창작이나 감상은 전문가들이 하는 고상한 취미일 뿐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하지만, 그림은 아는 만큼 안 보이기도 한다. 알고 있는 지식이 선입견이 되어 두 눈을 가리고, 순수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기회를 빼앗아 간다. 더 이상 새로운 경험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은 행운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그림이라는 세계로 탐험을 떠날 준비가 아주 잘 되어있는 탐험가일 테니.     


  연애를 책으로 배우면 안 된다고들 한다. 아무리 많은 연애서의 이론을 접한다고 하더라도 실전에 나가 써먹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직접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서사가 만들어져야 연애가 시작된다. 그림 감상도 마찬가지이다. 그림에 관해 공부하려 하지 말고, 소개팅에 나가듯 그냥 그림을 만나라. 그리고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나눠라. 다른 사람과 그림에 관한 대화가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작품과 대화를 나누면 된다. 전성수는 재미있는 미술 감상 수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작품을 잘 감상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하나의 방법은 작품과 스스로 대화하는 것이다. 작품을 보면서 떠오르는 질문들을 던져 보고 나름대로 생각해서 대답해 보는 것으로 그림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중략> 이렇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하면서 답을 하며 작품과 대화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작품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그림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이 '작가의 의도와 다르다면 이건 잘못된 감상일까?'라는 문제이다. 최혜진은 우리 각자의 미술관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작가의 의도대로 느끼는 것이 '제대로 된 감상'이라고 정의 내리는 순간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수많은 느낌은 '제대로 되지 않은 감상' 자리로 밀려나게 됩니다.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는 세계가 되죠. 어딘지 익숙하지 않나요? 학창 시절 보았던 오지선다형 시험지가 기억 저편에서 다가오는 느낌이 드네요. <중략> 느낌의 영역에서는 정답과 오답이 따로 없어요. 어떤 느낌이든 내 안에서 피어올랐다면 일단 그 자체로 의미이고 진실입니다. 느낌과 사실관계는 분리시켜도 됩니다.   

  

  그럼, 정말 그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도 즐거운 그림 감상이 가능할까? 물론이다.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림을 감상해야 더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해진다.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제대로 된 감상을 해야 한다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면 그림 감상은 정말 쉽고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이번에는 혼자서도 재미있게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술관에 직접 가서 그림을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시공간적 어려움이 많으므로 온라인상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 배경지식이 없어도 즐겁게 그림 감상하는 방법>   

  

1. 그림 고르기


  다양한 그림을 볼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참고자료 1)에 들어간다. 여러 그림을 둘러보며 자신을 사로잡는 그림을 찾아본다. 반응이 오거나 감동을 이끄는 그림을 찾는 활동부터가 감상의 시작이다. 그림을 선택할 때는 자신의 현재 감정과 느낌이 반영되기에 그때그때 다가오는 그림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점이 그림 감상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2. 첫 느낌, 감정 마주하기


  자신이 고른 그림을 컬러 출력해 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다면 그림을 컴퓨터 화면 비율에 맞춰 크게 확대해 보자. 메모지를 옆에 두고 그림의 첫 느낌, 감정을 단어로 적어보자. 감정과 관련된 단어(참고자료 2)를 참고해 적어도 좋다.


3. 크게 보고 자세히 관찰하기


  그림의 전체 느낌을 다 봤으면 그림 속 소재를 하나하나 살펴 가며 꼼꼼히 관찰하자. 등장하는 소재, 연상되는 단어를 적어 보자. 생각보다 많은 소재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유 없이 등장하는 소재는 없다.  


4. 나만의 그림 제목 짓기


  그림의 제목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림을 보고 자신이 작가라면 어떤 제목을 붙여 세상에 내놓을지 고민하며 작품의 제목을 지어보자.


5. 질문하기


  그림을 마주하며 떠오르는 질문을 적어 보자. 엉뚱한 질문도 좋다. 좋은 질문, 나쁜 질문이란 없다. 질문을 평가하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적어 보자. 자유롭게 질문하는 것은 감상을 심화는 데 도움이 된다.      


6. 자기만의 해석


  자신이 적어 놓은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자. 그러다 보면 그림의 주제에 대해 자기만의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림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자신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해 보자.


7. 그림 정보 확인하기


  해석이 끝났으면 그림을 그린 화가의 생애, 시대적 배경 등에 대해 조사해 보자. 지식이 없이 그림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준다면서 왜 이런 활동을 넣은 걸까? 그림의 공식적인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자신의 해석과 비교해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그림에 대해 깊이 있는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8. 감상 경험의 기록


  그림을 감상하고 느낀 점이나 생각을 기록해 보자. 앞의 활동과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SNS 계정이 있다면 온라인에 올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고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배경지식이 부족하더라도 그림 감상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활동이다.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다.   


     


[참고자료 1]


< 온라인 미술 감상이 가능한 추천 사이트 >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National Gallery of Art)

  https://www.nga.gov/  


미국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컬렉션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https://www.rijksmuseum.nl/en/rijksstudio


유로피아나

Art | Europeana


구글아트앤컬쳐

Google Arts & Culture



[참고자료 2]


< 감정, 느낌, 연상되는 단어 참고 자료>


1. 무드미터(Mood Meter)

  무드미터는 감정을 인식하고 이름을 붙이는 데 도움을 주는 감정 인식 도구이다. 이 도구는 주로 감정 지능 교육 프로그램인 RULER(Recognizing, Understanding, Labeling, Expressing, and Regulating emotions)의 일환으로 개발되었다. 예일대 감정 지능 연구소에서 만든 이 도구는 감정의 4가지 영역을 색상으로 구분하여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분류한다. 각 색상은 에너지와 기분에 따라 다양한 감정 상태를 나타낸다.

빨간색 영역: 높은 에너지와 부정적인 기분  

노란색 영역: 높은 에너지와 긍정적인 기분  

파란색 영역: 낮은 에너지와 부정적인 기분  

초록색 영역: 낮은 에너지와 긍정적인 기분  



2. 버츄카드(Virtue Cards) 미덕의 단어

  버츄카드는 다양한 미덕(덕목)에 대해 배우고 이를 실천하도록 돕는 도구이다. 미덕(Virtue)은 개인의 인격적, 도덕적 성장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특성들이며, 버츄카드에는 이러한 미덕들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다. 각 카드는 특정 미덕을 나타내며, 그 의미와 실천 방법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




3. 한국어 감정 표현단어 논문

 손선주, 박미숙, 박진은, 손진훈, 「한국어 감정 표현단어의 추출과 범주화, 『감성과학』 Vol.15, 2012


  이 논문은 총 504개의 감정표현단어들로 구성된 목록을 완성하였다. 단어들의 감정 범주 분석 결과, 504개 단어 중 426개 단어는 한 범주의 감정을 의미하였는데, '슬픔'을 나타내는 단어가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분노', '기쁨'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음 72개 단어는 두 감정 범주를 나타내었는데, '분노'와 '혐오', '슬픔'과 '공포' 그리고 '기쁨'과 '홍미'로 묶이는 단어가 많았다. 세 감정 범주를 보인 6개의 단어는 '놀람', '흥미', '기쁨'의 조합이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